중앙대는 없다!

조연행 | 조회 수 1530 | 2007.05.10. 17:52

  모 신문에서 2006년 제48회 사법시험 합격자 상위대학 순위를 1등부터 10등까지 발표하였다. 1위 서울대 335명, 2위 고려대 143명,연대,성대,한대,이대,부대,전대,경대,10위 외대 17명…, 중앙대는 없었다. 충격이었다. 요즘들어 부쩍 "모교에 문제가 많다.", "재단이 학교운영에 관심이 없다", "대학평가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고객만족도평가가 꼴찌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오던 터라 이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어찌하여 모교가 H,E,B,J,K대 만도 못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날은 중앙대가 모교라는 것이 창피하기까지 하였다. 내가 중앙대를 졸업했다는 것이 남들이 알아볼까 두려워 출근하는 아침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들이 고3이라 학력고사성적별 대학지원학교 배치표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서도 중앙대는 예전의 위치가 아니었다. 배치표 역시 밑으로 처져 있었다. 아들에게 고3생들의 대학교 평가순위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아들 대답 역시 S,H대등 뒤에 있다고 생각했던 대학들 뒤에 중앙대를 언급하였다.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동문들이 염려하는 이야기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며, 객관적이고 정확한 현실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물론 한 두 해 고시합격생이 적을 수도, 대학 평가순위에서 뒤 처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모교는 그게 아닌 것 같다. 날개 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물체 같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옛 명성을 가지고 몇 년간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가면 더 이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옛 명성을 까먹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2류,3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1987년 모교가 재정상 매우 어려울 때 재일교포 실업가인 김희수 박사가 모교 학교법인을 인수하였다. 그는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일제의 민족차별 속에서 공부하였고, 기업을 이룩하고 발전시키면서 많은 민족적 비애를 경험하여,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애국심을 불태워 민족의 영원한 독립은 교육을 통하여 양성한 인재에 의해서 만이 가능하다며, '공수래공수거'라는 인생철학을 갖고 있어서, 성공적으로 이룩한 기업의 실과는 민족을 위해 보람 있게 사용하고, 보람 있는 일 가운데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국가와 민족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일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을 교육사업에 희사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 당시 동문들은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했었다. 기대는 애국심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개인의 재산을 학교에 희사하겠다는 결심 때문이었고, 우려는 일본에서 부동산으로 성공하였는데 혹시라도 부동산투자의 일환으로 학교재단을 인수한 것이 아닌가? 많이 남기고 팔아넘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초창기에는 기대 쪽의 비중이 컸지만, 이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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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20년이 지나도 못 이루었다면, 앞으로 10년, 20년 아니 30년이 지난다 해도 못 이룬다. 아니 영원히 이루지 못한다. 10년, 20년 동안 학교가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 했다면,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인수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S그룹이 인수한 S대와 너무나 비교된다. 왜, S대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모교는 추락하는가? 답은 운영을 맡은 재단과 교직원이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는 고시합격 인원이 몇 명인지 알고 있는 교직원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학교법인은 비영리법인이다. 여기서 이익을 바라면 안 된다. 아니 이익을 바랬다 해도 손해만 계속 보고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면 팔아 치워야 한다.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재단과 교직원이 현실에 안주하여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개인적인 생을 영위하기 위하여 학교와 동문의 명예를 갉아 먹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는 20만 명이 넘는 동문과 재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재단이 더 이상 동문을 욕 먹여서는 안 된다. 이사장은 중앙대를 소유하고 있지만 중앙대가 모교는 아니다. 20만 동문은 중앙대가 모교다. 청춘의 꿈과 희망을 여기에서 품었고 키웠다.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곳이 중앙대다. 재단에게 묻고 싶다. 추락하는 학교 위상을 보는 동문들의 가슴 아린 아픔을 아는가? 안다면, 물러나라. 진정으로 학교를 사랑한다면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총동문회 부회장  조 연 행(경영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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