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06-05-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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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런 버핏''국내 가치투자의 1인자' 등 수많은 닉네임이 따라붙는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전무(43). 그는 작년 말 한 세미나에서 "한국 증시에 더 이상 가치주는 없다"고 일갈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가치주 신봉자가 더 이상 매력적인 가치주가 없다니,가치주의자로서의 투자원칙을 포기라도 한 것일까.
최근 출범한 한국밸류운용에서 법인대상 영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 전무를 1일 만났다. 그는 "PER(주가수익비율)만 보는 단순 가치투자 시대는 갔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며 "가치투자의 밸류는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장부가나 현금흐름,현재 수익가치 등을 보는 '벤자민 그레이엄' 식의 고전적이고 정량적인 가치분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저PER주만 골라 보유하면 대박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뜰 가치주란 무엇일까. 그는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진입장벽이 두터우며,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주식이 앞으로 주목받을 가치주"라고 답했다. 그런 종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이 전무는 "먹고 쓰고 입는 소비재 분야의 내수주이면서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된 중소형주,PER는 아직 10배 미만인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료업종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5년 전 롯데칠성 빙그레 등은 모두 PER 5배 미만에서 거래가 됐습니다. 모든 업종을 불문하고 최저 수준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음식료 PER가 평균 20배로 가장 비쌉니다. 그렇다고 기업 이익의 질이 달라졌나요. 음식료주의 가치를 보는 시장의 인식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는 또 "통신주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인 데다 장기보유만 해도 연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보장되는 까닭에 더 이상 경기방어주가 아닌 가치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시장의 인식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전무가 가치주와 함께 관심을 갖고 보는 또다른 테마는 '자산주'다. 그는 "자산주가 최근 주목을 받으며 많이 올랐지만 아직 리레이팅(재평가)은 멀었다"며 "시장에는 아직도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숨은 자산주가 널려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성장의 시대가 끝나면서 유가증권이나 땅 현금 등의 형태로 엄청난 자산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숨은 진주'를 발견하느냐가 관건인 시대가 됐죠. KT&G를 공격한 아이칸은 이 같은 흐름을 먼저 포착한 선수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가치주나 자산주라고 투자해 놓고 무작정 기다려야 할까. 만약 10년이고,20년이고 가치가 발현되지 않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가 단기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정(正)'의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절대불변의 진리입니다. 게다가 시장 참여자들이 가치주와 자산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가치가 주가로 발현되는 시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데 대해선 "지수에 상관없이 연 20∼30%의 성과를 낼 만한 우량주는 언제든지 나오게 마련"이라며 "지수를 보지 말고 저평가된 가치주와 자산주가 보이면 과감히 사서 묻어두라"고 권유했다. 그는 이 같은 철학에 따라 선보인 것이 밸류운용의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라고 소개했다. 이 전무는 2000년 4월부터 한국증권 고유자산을 운용하면서 연 평균 37.5%의 수익률을 냈다.
'복리 효과'를 감안한 6년간 실제 누적수익률은 무려 435%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시장 평균 누적수익률 56.40%를 크게 웃돈다.
글=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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