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쿠키뉴스 2011. 08.09]
[CEO에게 듣는다-⑨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전기공학37)]
“92년간 쌓아온 광학기술 기반 BT·IT 새지평 열 것”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한국 본사에서 만난 방일석(48) 사장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카메라 현미경 내시경 등 첨단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답게 기술력과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할 거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사진에 대한 철학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은 단순히 ‘찍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펜(PEN)으로 쓰듯 자신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써내려가고 기록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이죠.”
2000년대 초 ‘My Digital Story(나의 디지털 이야기)’라는 광고 카피 한 줄로 당시 11만명에 불과했던 디지털카메라(디카)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 낸 올림푸스한국은 국내에 ‘디카 문화’를 창조해 낸 주역이다. 그 밑바탕에는 방 사장의 감성마케팅이 있었다.
“경쟁사들이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 ‘My Digital Story’를 앞세운 감성마케팅은 상당히 모험적이었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올림푸스의 광고를 보고 ‘나도 저런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 ‘나도 저런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방 사장의 감성마케팅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당시 하나둘씩 등장하던 미니홈피와 블로그도 디카 문화의 정착을 도왔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써내려가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기록하려는 문화가 방 사장의 전략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올림푸스한국’이라고 하면 이처럼 생활용 디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1919년 창립해 현미경을 시작으로 50년 세계 최초로 내시경을 세상에 내놓은 광학 분야의 선두 기업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80% 이상, 우리나라의 90% 이상 내시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 올림푸스한국의 주 종목은 ‘하이브리드 카메라’다. ‘디카’라 불리는 콤팩트카메라와 DSLR로 양분돼 있던 카메라 시장에 두 가지 카메라의 장점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카메라(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이바지한 것도 올림푸스한국이다.
‘펜처럼 가볍고 쓰기 쉽다’는 뜻을 담은 올림푸스의 하이브리드 카메라 PEN시리즈는 2009년 첫 출시 당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였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유지한 디자인 덕에 여성 유저들을 카메라 시장으로 한 발짝 더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방 사장은 단순히 올림푸스 한국법인의 대표가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올림푸스 그룹 집행임원으로 뽑혔다. 집행임원은 그룹 전체의 정책과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기구다.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150여개 법인 중 20여명뿐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며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인으로서도 최초다.
“40대에 그것도 외국인 중에서 집행임원이 나온다는 것은 보수적인 일본 기업의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죠. 그만큼 일본이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올림푸스 그룹 내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올림푸스한국은 글로벌 기업임에도 국내 재투자율이 높다. 90% 이상 해외법인으로 배당하는 글로벌 외국계 기업과 달리 올림푸스한국은 본사인 일본 배당률이 3.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 재투자하는 새로운 ‘현지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년간 현지화에 중점을 두었다면 향후 목표는 성공적인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 ‘원 올림푸스(One-Olympus)’ 전략 추진이다.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현미경·산업용 내시경 사업은 물론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가치 창출을 이룰 수 있는 신성장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간다는 포부다.
방 사장은 “기존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사업 부문들을 확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올림푸스한국은 BT(생명공학기술)와 IT(정보기술)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일석 사장은
▲1963년 6월 26일 충남 천안 출생 ▲중앙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8년 삼성전자 입사, 삼성전자 일본주재원 ▲2000년 올림푸스한국㈜ 설립 및 대표이사 취임 ▲2011년 올림푸스 그룹 아시아인 최초·최연소 경영집행임원 선임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