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월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한국유통학회가 탄생한 94년 이래 15년간 국내 유통산업은 불모지에서 꽃밭을 일구어냈다. 유통학회가 유통산업의 급성장과 궤적을 함께 해온 것이다. 유통업계도 국내 유통산업이 선진화를 이루는 데 유통학회가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나 까르푸, 테스코 등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도 업계와 학계의 총체적인 노력이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올해 13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정희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학회 활동의 중심에 서 왔다. 이 회장은 유통학회의 모토를 ‘실사구시’로 표현한다. 상아탑이나 학문 교류의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는 학회가 아니라 시장이나 산업 현장의 현실과 호흡을 함께 하는 학회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그는 학회 일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국회 예산정책처 등 정부 각 부처 자문위원으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학회 운영의 화두를 글로벌화로 내건 이 회장은 미국 일본 유럽의 거물급 유통학자들과도 교분이 깊다. 일본 고베 유통과학대 객원교수와 미국 미시건주립대 객원교수를 역임한 것도 이런 연유가 작용했다.
올해 역점 사업을 소개해 주시죠.“유통학회가 창립 된 지 15주년을 맞았습니다. 국내 유통시장은 지금까지가 격동기였다면, 올해는 선진 유통으로 도약하는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 한해는 국내를 넘어 유통업체의 글로벌화에 힘쓸 예정입니다.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점으로 치닫고 있어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유통이라는 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이 기본입니다. 따라서 생산자들의 다양한 활로를 개척하고자 합니다. 소비자들도 다양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채널이 필수적입니다. 업태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유통시장이 선진화 된다는 의미와 상통하는 것입니다.”
유통학회가 다른 학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유통학회만의 차별화라면 산학협력이 활발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산학협력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지요. 유통학회는 이론을 산업에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 유통산업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주시지요.“국내 유통시장은 1996년 유통시장 개방 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업계의 생산성도 많이 향상되었지요. 하지만 선진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일본, 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처럼 점차 다양한 시장에서 다양한 업태가 생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국제적인 연구 활동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2000년부터 일본에서 동북아시아유통연구회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매년 포럼과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지요. 현재 운영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영국, 유럽계 등 각 대륙 국가들에서 많은 학자들이 참여해 활발한 학술활동을 벌이는 모임입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국제 학술대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국내 유통시장을 전망해 주신다면.“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예전처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성장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저정장에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너무 급하게 변화한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은 안정적인 반면 느린 성장을 해왔습니다. 바뀌는 속도도 둔화되어 왔습니다. 올해에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느린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변화의 전환점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그런 한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해외시장에 진출했는데요. 이들 업체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요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데요, 대상 지역은 주로 중국과 베트남입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의 선진국들이 이곳에 진출해 시장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많이 뒤떨어진 상황이지요. 차별화된 경쟁력 없이 선진국들과 같은 품목과 같은 모양새로는 경쟁할 수 없습니다. 선진 유통업체들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요소로 아시아 문화권이라는 유사한 문화코드를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가는 정부 측면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유통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불황이 유통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업태별로 생존 전략을 조언해 주신다면요.“2007년에 식품정책 관련 OECD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로 슈퍼마켓 사업을 하는 회사인 아홀드의 부사장이 참석해 한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는 ‘10년 전 시장전망을 하면서 아홀드에 앞으로 암흑기가 올 것이다’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때 아홀드의 부사장은 ‘중요한 것은 어느 업태가 경쟁력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즉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모든 유통업체들이 변화에 얼마에 경쟁력있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전문성 부분인데요.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얼마나 식품이라는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거지요. 머천다이징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유통학회장
이정희약력중앙대 경제학사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경제학 박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중앙대 연구지원처장
공정거래위원회 경제정책 자문위원
기획재정부 기금운용 평가위원
미국노스다코타주립대 연구교수
미국 미시건주립대 객원교수
일본 유통과학대 객원교수
대담 강창동 Prosumer 편집장Ⅰ정리 김가희 기자Ⅰ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