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홈페이지 '중앙인문학관' 임하연의 글방 <숲새네 노란벤치>의 작품들을 다시 정리하여 올립니다.
칼럼
다시 새해
임하연 (시인, 월간문학 수필 등단)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사냥감을 쫓다가도 잠시 추격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데, 너무 빨리 달리면 자신의 영혼이 스스로를 쫓아오지 못하므로 영혼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실의 물적 욕망보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존재를 더 소중하게 살피고 챙기는 그들 삶의 철학이, 자칫 들떠서 균형을 잃기 쉬운 연말에 경건한 메시지로 와 닿는다. 하늘 한 번 쳐다보기도 쉽지 않을 만큼 바쁜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 번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하는 교훈이다.
깊은 침묵 속에서 다시 태어날 씨앗의 꿈을 따뜻하게 품어 안은 겨울 숲과 역시 고요한 해변의 침묵을 배경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겨울 바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겨울에는 바다에도 숲에도 깊은 침묵이 있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말의 가벼움보다 침묵의 시간이 더 익숙하다. 시를 읽거나 고전 음악을 들으며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마음에 온기가 스민다.
몇 년 전, 내가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모 원로 시인께서 ‘시를 쓰는 일은 또 하나의 하늘을 이고 사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 조금씩 그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다. 나만의 우주와 하늘을 이고, 새롭게 느끼고 체험한 것들이 시의 채반에서 걸러져 맛있는 앙금으로 남으면 좋겠다. 시인 에드워드 워시의 권유처럼 한밤중에 일어나 자신에게 시를 읽어주고, 저녁노을이 하늘 언저리를 그림처럼 예쁘게 물들인 날이나 전설 속의 신비한 존재처럼 밤하늘에 나타나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내가 나에게 읽어주는 시!
이제 기해년의 태양은 기신기신 서녘 너머 사라지고, 경자년의 찬란한 태양이 힘차게 떠올랐다. 작년 한 해도 우리는 앞을 가늠키 어려운 나라 안팎의 형세에 수없이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민초들의 절박한 과제들은 여전히 어깨를 누르고 있다. 이 땅에서 살아내고 버텨야 할 사회적 약자들에게 희망의 불꽃을 활활 지피고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케 할 그 무엇이 새해에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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