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립대 가운데 가장 학과가 많은 대학교는? 중앙대입니다. 모두 78개 학과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 가운데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한 학과는 어디일까요? 바로 연극영화과입니다.
연극영화과에는 선남선녀 학생들 외에도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줄을 잇는 기부금입니다. 동문 선배들의 물심양면 지원이 유독 다른 학과보다 많습니다. 톱스타 졸업생들이 즐비한 덕분에 각 대학 연극영화과는 선배들의 통 큰 기부로 다른 학과에서는 볼 수 없는 ‘특혜’들이 있습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는 2002년 서울 대학로에 따로 연극 실습동을 마련했습니다. 값비싼 대학로 4층짜리 빌딩을 아예 사버린 것입니다. 당시 연극영화과 동문들의 후원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건물이 과동문들의 성원으로 마련되는 경우는 대학가에서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이 실습동을 마련할 때 정보석, 손창민, 염정아, 박상아, 최정윤씨 등 숱한 연예인들이 광고출연료 등을 기부했습니다.
선후배가 공동출연하는 경우 출연료 전액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하는 것은 연영과의 전통처럼 굳어졌습니다. 지난해에도 박예진씨등이 동문들과 함께 찍은 카메라 광고 출연료 전액을 기탁했습니다. 현빈씨도 후배들의 외국연수 지원에 써달라며 출연료를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연극영화과가 더욱 따뜻한 이유는 선배들이 내는 기부금이 대부분 지정기탁금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기부하는 돈을 특정 목적이나 학과를 위해 써달라고 못박는 것입니다. 대부분 연극영화과 기자재 마련과 장학금으로 지정해 기탁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중앙대 연극영화과 기자재는 최첨단 수준입니다.
중앙대 홍보팀 김태성 팀장은 “1000만원대의 지원금은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후원이 답지하고 있다”며 “연극영화과는 가장 부자학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학교내에서는 ‘연영과는 자판기 커피도 공짜’라는 시샘 어린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도 동문 선배들의 지원이 많습니다. 얼마 전 이 학과 출신 배우 박신양씨가 올해부터 30년 동안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해 화제가 됐습니다. 30년 동안 해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학생 1명을 선발해 1년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죠. 액수는 모두 합쳐 1억5천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에는 이해랑 전 동국대 교수의 유족들이 20억원을 연극영화과 발전 기부금으로 내놨습니다. 학과 사랑에 제자와 교수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동국대 연영과는 실습 극장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바꾸는 데 이 기부금을 사용했습니다. 극장 이름도 ‘이해랑 극장’으로 지었죠. 지난해 말 동국대 교내에 완공된 이해랑 극장에서는 첫 작품으로 동국대 연영과 출신인 이정재·소유진·김소연씨 등이 출연한 <햄릿>을 공연했습니다. 수익금은 모두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고 합니다.
한편, 한양대 연극영화과는 두 학교에 견줘 톱스타 선배들의 기부금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지정 기부금을 주로 내는 동문들이 연기 전공자들인데, 한양대 연극영화과는 전통적으로 연기보다는 연출이나 이론 전공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학교 쪽의 설명입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