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법대·약학대 키울 것” |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 |
문성웅기자 swmoon@munhwa.com |
“세계 어느 대학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특성화 분야를 확보하는 게 시급합니다.” 박범훈(59) 중앙대 총장은 30일 “세계속의 중앙을 겨냥해 선택과 집중을 토대로 법학과 약학, 공연영상학 등을 육성키로 했다”며 “이를 위한 구조조정의 아픔을 감내할 만큼 저희는 구호나 유행보다는 손에 잡히는 성과와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악인 출신으로 대학 총장직에 오른 박 총장은 인터뷰 동안 세계화에 대한 안목을 막힘없는 달변으로 풀어냈다. ―스스로 정원 감축을 단행해 대학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세계와 맞서려면 저희의 우수한 분야를 특화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과 통폐합 등 몸집을 줄일 필요를 느꼈습니다. 지난 2005년 2월 취임 이래 서울과 안성 캠퍼스의 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입학정원을 510명이나 줄였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면 2040명이나 줄어드는 셈이어서 대학 재정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고통을 딛고 글로벌 대학의 기틀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습니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해외 교류의 형태도 타 대학과 구분이 됩니까. “유명 석학들을 많이 모셔오고 학생들 유학도 많이 보내고 또 우리도 해외인재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문제는 해외로 나가려는 학생은 많지만 여기로 들어오려는 외국 학생은 주로 아시아쪽이고, 미국이나 유럽계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가령 미국 MIT공대생이 굳이 한국에서 공부하려고 하진 않겠죠. 저희는 한국 문화와 예술을 다루는 한국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영국의 레스터대, 네덜란드 라이든대, 일본의 리쓰메이칸대 등 세계 유명대학과 ‘일대일 교류협정’을 맺어 학생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 1학기 등록금을 내고 상대적으로 비싼 이들 외국대학에서 학점을 따냅니다. 세계 유명대학들과 나란히 학점교류제와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고 있고, 2000명 정도 수용가능한 유학생 기숙사도 만들 예정입니다.” ―중국 산둥대에 예술공연단을 파견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중국수교 15주년을 기념해 중앙대와 산둥대가 합동예술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하순쯤 우리 쪽에서 100명 이상 규모의 예술단이 건너갈 예정입니다. 특히 저희 대학 재학생이자 한류스타인 장나라씨가 함께 건너가 산둥대와 협동으로 한국 전통공연에 나설 계획입니다. 문화관광부에서도 좋은 일이라며 예산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런 게 바로 ‘대학의 국제화’의 좋은 모델이라고 자부합니다.” ―중앙대에 재학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의 지역 사회를 위해 자원봉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동작구청 산하 동작자원봉사은행과 저희 대학 외국인 재학생들의 사회봉사에 대한 조인식을 치렀습니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에서 온 외국인 학생 10명이 동작자원봉사은행에 신청한 소년소녀가장, 한부모·조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어학지도 및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한편으로 이들 스스로 유학기간에 한국 사회와 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흐뭇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한 주체에 대해 상을 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쪽이 부각되다 보니 다른 단과 대학들의 상대적인 소외가 문제되진 않습니까. “일반의 오해는 풀어졌다고 자신합니다. 앞으로 전문대학원 시대에 걸맞게 약학과 법학, 또 경영과 경제, 공대 등도 저희 나름의 특성화 분야로 판단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뼈대로 하는 ‘CAU 선도연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들을 상대로 ‘BK(두뇌한국)21’프로그램을 진행하듯 저희 학교 나름의 BK21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라면 신청하라, 그러면 심사를 거쳐 채택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연구단은 인문사회계열, 자연계열, 예체능계열별로 구분해 규모에 따라 핵심연구팀, 중형연구단, 대형정책연구단으로 분류해 매년 모두 25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합니다. 올해 35개 연구단을 선정, 처음으로 지원에 들어갔습니다.”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의 법학관을 세웠습니다. “법조인들이 법전에만 맞춰서 일을 하는데 폭을 넓혀줘야 합니다. 예컨대 저희 법대에서는 문화예술법도 전공합니다. 저작권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앞서 입학 정원을 몇 명이나 확보할 수 있을까 치열한 전쟁을 치를 것 같습니다. 교육부에서 로스쿨 수학 인원으로 적어도 3000명 정도는 잡아야 로스쿨을 유치한 각 대학들이 제대로 정원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미국 변호사들도 들어오게 되고 법률시장이 개방됩니다. 우리 변호사들도 많아져야 하고 또 그 사이에서 경쟁력도 키워야 합니다. 저희가 로스쿨 유치를 위해 법학관도 짓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과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금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 대부분은 정부가 학생선발 등을 대학에 맡겨주길 바랍니다. 정부가 공교육 유지와 사교육비 감축 등을 이유로 들며 3불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3불정책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과중하게 지출하고, 부유층 자녀들은 해외유학까지 가는 형국입니다. 교육자 양심상 돈을 내고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뜻하는 기여입학제까지 찬성할 수는 없지만 대학에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입학에 관한 것은 대학에 맡겨주되, 대신 고등학교 학생부 성적 등을 철저하게 평가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야합니다.” 문성웅·조민진기자 swmoon@munhwa.com ◆약력 ▲중앙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졸업(학사) ▲일본 무사시노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학사) ▲일본 무사시노 음악대학원 음악연구과 졸업(석사) ▲동국대 대학원 철학박사 ▲한국음악협회 작곡분과 위원장 ▲중앙국악관현악단 창단 및 상임지휘자 ▲서울올림픽게임 개막식 ‘해맞이’ 작곡 ▲오케스트라 아시아 창단 ▲서울국악예술중학교 설립 및 이사장 ▲중앙대 국악대학장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총감독 및 작곡, 지휘 ▲부산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음악작곡 기사 게재 일자 200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