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9년 3월 6일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생명자원공학부 방명걸 교수(축산학과 81)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최고의 석학기관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정되었다. 방명걸 교수는 포유동물 정자의 기능에 관한 연구 등 생식분야의 세계 선도과학자로서 인정받았으며, 한국 축산업 발전에도 큰 공을 인정받아 한국의 대표 석학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추위가 한풀 꺾이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던 2월의 어느 날, 중앙사랑이 방명걸 교수를 만났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언제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방명걸 교수. 과학에 대한 열정, 연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던 그와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들여다보자.
Q. 교수님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생명자원공학부 동물생명공학전공 방명걸 교수입니다.
Part 1. 생명공학의 권위자. 방명걸 교수
Q. 생명공학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생명공학의 다양한 연구 분야 중 교수님이 현재 연구 분야를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8살 때, 큰 수술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 제 당숙께서 그 병원 생리학 교수로 계셨었는데, 입원실에 혼자 계속 있는 게 심심하니까 당숙 연구실을 자주 놀러 갔었죠.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동물들을 구경하고 당숙께서 해주시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때 처음 생리학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리학 공부를 혼자 계속해오다가 대학에서도 생리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으로 의과대학에 대학 원서를 넣으러 중앙대에 왔었어요. 그런데 건물을 잘못 찾아 들어가서 우연히 축산학과 사무실을 지나가게 됐는데 사무실 옆에 붙어있는 시간표가 눈에 들어왔어요. 시간표에 붙어있는 과목명을 읽어보니까 내가 처음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과목들이 다 시간표에 붙어있더라고요. “내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들이 여기 있겠구나.”싶은 생각에 그 자리에서 마음을 바꿨죠. 그렇게 중앙대학교 축산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서는 원하던 공부를 하게 됐으니까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었어요. 그러다가 2학년에 해부학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 과목을 수업하신 교수님 전공이 번식생리학이었어요. 그 교수님과의 연으로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저도 번식생리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공부를 하다 보니까 힘들다는 생각 없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꾸준히 연구자, 학자의 길을 걸어오시면서 수많은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은데요. 이렇게 장기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교수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스티브 잡스가 했던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Hungry라는 건 갈증이 있다는 거겠죠. 갈증이 있어야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 수 있으니까 Hungry가 있는 사람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Foolish는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분야에 갈증도 생기고 우직하게 갈 수 있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해요. 모든 일에 손을 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서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만들어내자는 생각이 저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망을 가지고 우직하게 집중하는 것이 제 발전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혹시 연구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들에 대해 후회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가족들한테 가장 미안하죠. 제가 월요일에 연구실로 출근하면 금요일까지 집에 안 들어가요. 연구실에서 자면서 계속 일을 하니까 주말에만 아이들을 봐왔고, 아이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했는데 그 미안함이 제일 큽니다. 가족뿐만 아니어도 제 주변 사람들한테 항상 미안해요. 얼굴 한번 보자는 연락이 오더라도 미팅 날짜가 잡혀있는 경우가 많아서 친구들도 많이 못 만나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Q.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생명공학분야가 어떤 점이 발전되었으면 좋겠는지, 앞으로 대학기관과 정부적 지원에 대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 분야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없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이나 세계적인 수준의 석학과학자가 나오려면 시니어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보면 70세, 80세에 상을 받는 과학자들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65세에 정년을 마치면 연구를 사실상 할 수가 없어요. 한 명의 과학자가 꾸준히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시스템상 그게 불가능한 거죠. 나이가 있더라도 건강하고 열정이 있다면 계속해서 연구하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의 연구 결과가 실제 우리의 삶과 사회를 바꾸고 있을 때, 연구자로서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인구의학연구원에서 남성불임 실장으로 일했었어요. 거기서 남성 불임에 관해 연구하면서 남성이 가진 불임 문제를 쉽게 확인하는 방법을 연구했었습니다. 예전에는 불임이 온전히 여성의 책임으로만 여겨졌었고 부부 사이에 아이를 갖지 못하면 마치 여자가 죄인인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불임의 원인이 남성한테도 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불임의 책임을 남녀가 반반씩 가지게 된 거죠.여성들의 억울한 마음을 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포경수술에 관해 연구하면서 국제인권상을 받았던 게 크게 기억에 남네요. 위생상의 이유로 예전부터 남자아이들에게 맹목적으로 포경수술을 시키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게 사실 우리나라랑 필리핀, 미국 말고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하지 않는 수술이에요. 마치 여성 할례 같은 야만적인 수술인데,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경수술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포경반대운동을 시작해서 전 세계에 포경수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알리고 그 공로로 인권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Part 2. 파워중앙인 방명걸
Q. 학사, 석사를 선택하실 때부터, 현재 교수직을 맡기까지 중앙대학교를 꾸준히 선택하셨는데요. 교수님께서 중앙대학교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명품을 좋아해요. 명품은 항상 스토리를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중앙대학교를 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진 좋은 학교고,그곳에는 좋은 멘토가 있어요. 학교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교수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자기 인생이 확 바뀌게 되어있어요. 명품인 학교에 좋은 선생님이 있는 곳이면 가장 좋겠죠. 저한테 중앙대가 그런 곳인 것 같아요.
Q.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이 궁금합니다.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더불어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성적이 1등인 것보다 1등으로 등교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어요. 성적으로 1등 못하는 거로는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항상 도서관 문은 내가 먼저 열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학부생 시절에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하면서 대학원생처럼 생활했었어요. 지금이랑 달라진 점도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누구보다 제일 먼저 연구실에 출근하고, 학생들이랑 같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다만 책임감은 더 커졌죠. 연구 전체를 바라봐야 하기도 하고 제자들과 함께하다 보니 학생 때보다는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아요.
Q. 중앙대학교의 교수로서 교수님이 생각하는 제자의 인재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하고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합니다.
저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을 좋아해요. 어느 곳에 있더라도 주인이 되라는 뜻인데 한 번 사는 인생 박수받으면서 사는 게 좋잖아요(웃음). 아까 질문에도 이야기했지만 중앙대 학생이면 중앙대를 자랑스러워하고 그 안에서 주인이 되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서 잘하면 중앙대학교는 최고의 대학이 되는 거고, 제 자리를 못 찾으면 중앙대학교는 안 좋은 대학이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어느 곳에서든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Part 3. 대한민국을 이끄는 국가대표 석학
Q. 2019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신입 정회원으로 선출되시면서, 많은 언론이 교수님의 소식을 기사로 담았는데요. 한림원은 어떤 기구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분야 석학단체입니다. 기초연구진행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규정에 따라 기초과학연구의 진흥기반을 조성하고, 우수한 과학기술인을 발굴, 활용함으로써 정책자문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즉, 한림원에서는 과학에 대한 정책을 자문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 과학 이슈에 대해 토론, 의견을 종합해 정부에 제출, 더 나아가 각 국가의 과학 정책에 대해 토의하고 평가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분야 석학단체이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정되고 있으며, 현재 487명의 정회원이 활동 중입니다.
Q. 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본인의 연구 업적 중에서 현재 한국사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연구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는 우리의 식량문제와 바로 연결돼요. 전 세계적으로 인구증가, 기상이변, 물 부족 등으로 식량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인구 대부분이 기근에 시달릴 수도 있어요. 그만큼 식량문제가 앞으로의 우리 사회에 큰 쟁점이 될 텐데, 현재 우리나라의 농, 축산업 생산량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절반밖에 안 돼요. 쉽게 이야기해서 네덜란드 돼지는 아기 돼지를20마리를 낳을 때 우리 돼지는 10마리밖에 못 낳는 수준입니다. 농업 분야는 조금 더 심각해요. 이런 기술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가야 우리도 앞으로의 식량문제에 어느 정도 대비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한림원 정회원에게 부여되는 권한이나 자격이 있다면?
한림원 정회원에게 부여되는 실질적인 지원은 사실 없지만, 일단 한림원의 정회원이라는 자리가 주는 영광이 저에겐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어 개인적으로 정말 영광이고, 회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제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한 책임감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개인적이고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스펙트럼으로 접근하는 안목을 가지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Q. 한림원 정회원으로서 다른 연구자들을 만난 것이 어떤 새로운 변화를 주었나요?
지난 1월 21일 한림원 신년하례식 및 정회원 회원패 수여식에 참석하면서 한림원 정회원들과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림원의 명성에 걸맞게 정말 대단한 석학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사실 그분들 때문에 주눅이 많이 들고 왔는데(웃음) 이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석학들도 회원으로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에게도 많이 배우고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