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경제 10, 전 모교총장)동문 칼럼

최재영 | 조회 수 544 | 2012.05.22. 16:57


원로칼럼_ 복지사회와 ‘지공세대’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전 중앙대 총장)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의 경우 노인, 장애인, 유공자 등이 무임승차한 인원이 2억2천명에 달하며 이로 인한 손실이 2천228억원에 이르러 당기 순손실 4천786억원의 절반에 가까워 이를 정부가 지원해 달라고 공식으로 요청한 바 있다.

지하철의 무임승차 혜택은 노인복지법의 시행에 따라 1984년부터 지하철 요금을 면제해 주면서 시작돼 28년이 됐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니는 이들 ‘지공세대’가 서울시의 경우 그 비율이 13.1%에 달하며 6대 도시 전체의 경우에는 19.3%를 차지하고 있다. 지하철 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항상 지하철의 적자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방만한 운영이나 감사원의 감사 지적사항(퇴직금 과다지급, 119개역 민간위탁 등)을 무시한 무책임한 운영을 계속하면서도 노인들의 공짜 때문이라고 핑계대고 있다.

세계에서도 제일 빠르게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이지만 곧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인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변하고, 다시 노인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를 맞이하는 노인천국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변하면서 사회의 풍속도도 크게 바뀌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등을 여행하다 보면 거리에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제 서울에서도 노인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거리에서 많은 노인들을 볼 수 있다. 더욱이 노인복지가 확대되면서 고궁과 박물관 등 공공시설의 공짜 이용이 늘어나고 지하철이 지방으로 확대되면서 경기도는 물론이고 충청도와 강원도까지 ‘지공세대’가 크게 증가해 서울거리에서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서울의 지하철은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1~4호선과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9호선으로 그 규모나 시설은 물론이고 운영시스템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해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그 최고·최신 시설 때문에 적자 운영이 심각한데 그때마다 ‘지공세대’의 무임승차를 들먹이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건설공사 기간이 길고 엄청난 공사비가 들어가는 대형 국가건설공사를 자주 하지도 않으며, 하는 경우에도 시민들의 세금에 의한 공사보다는 국채나 지방공채를 발행해 수혜자인 미래세대와 특정지역의 부담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철도, 항만, 공항과 같은 대형공사는 건설기간이 보통 5년이나 10년 이상 걸리고 공사비도 수조원이 들어가는데 이것을 세금으로 충당하면 세금을 내는 현재세대(노인)는 10년 이상 세금만 내다가 늙어져서 별로 이용을 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미래세대들은 그 공사를 위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완성된 뒤 1천원 내외로 수백 킬로미터를 타고 다닌다. 과연 누가 공짜라고 생각하는가.

선진국에서 대형건설공사를 세금이 아닌 국공채로 하는 것은 현재세대인 노인들보다 많이 이용할 미래세대인 젊은 사람들이 후에 갚으라는 뜻이며, 이 때문에 선진국은 우리보다도 국가 부채가 2~3배나 많은 것이다. 이렇게 해야 세금만 내는 현재 노인세대와 이용을 많이 하게 될 젊은 미래세대 간의 불평등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40여년간 그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서울지하철이 9호선까지 달리고 있어서 이제야 좀 혜택을 보고 있으나 곧 이마저도 이용하지 못할 상노인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건설을 위한 세금을 내지 않은 채 계속 40~50년을 싼 이용로만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가 공짜 인생인가.

한편 서울시민들이 엄청난 재산세와 주민세를 부담해 만든 서울지하철을 서울에 세금을 전혀 내지도 않은 다른 지역의 노인들도 공짜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무상수혜자 문제는 서울시 재정이 아니라 국가재정에서 국가가 직접 해결하는 복지정책을 강화하면 될 것이다. 이제 복지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지불해야 할 각종 통행료를 국가와 미래세대가 부담하는, 여유 있는 선진국이 돼야 할 것이다.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전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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