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도 괴수가 많다. 대부분 신이 낳은 자식들이기에 반신반수(半神半獸)로 신적 괴물이다. 티폰(Typhin)이 가장 대표적이다. 기세등등해진 손자인 제우스를 제압하여 깊고 깊은 지하 감옥에 갇힌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가이아가 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타르타로스와 교접하여 낳은 전투용 괴수다. 일어서면 어깨가 하늘에, 머리가 별에 닿고 팔을 벌리면 동서의 끝이 닿았다. 화염과 폭풍을 내는 뱀의 머리가 수십 개나 있었다.
 

타이푼 등의 태풍을 일으킨다는 티폰.

타이타닉(Titan) 신들과의 1차 전쟁에서, 기간테스(Giant)와의 2차 전쟁에서도 승리한 제우스였지만 이번에는 힘이 달렸다. 티폰이 너무 막강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도망가다 잡혀 팔다리 힘줄이 잘리는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힘줄을 다시 붙인 제우스는 날개 달린 말이 이끄는 전차를 타고 벼락으로 공격하여 극적으로 티폰을 물리쳤다. 이 티폰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 승리하며 제우스는 명실상부한 신들의 제왕이 되었다.

 

싸움에서 패배한 티폰은 어찌 되었을까. 티폰도 신이라서 죽지 않는다. 시칠리아섬에 있는 애트나화산이거나 아버지가 관장하는 타르타로스에 갇혔단다. 애트나화산이 조용한 걸 보면 티폰의 화염 분사 괴력은 빼앗긴 것 같다. 하지만 폭풍 분출의 괴력은 빼앗기지 않은 듯하다. 매년 거센 바람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발생하는 해양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타이푼 허리케인 사이클론 윌리윌리 등. 모두 태풍이다. 이 태풍(颱風)과 티폰의 발음과 성질이 너무 비슷한 것은 우연일까, 인연일까.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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