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안병경씨.사진| 김문석 기자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한국웃음운동연합회. 배우 안병경(62)이 요즘 즐겨 찾는 곳이다. 장애인 배우들과 동거동락하면서 웃음운동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 일에 참여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안병경의 ‘인생 길어올리기’

낯익은 얼굴을 오랜만에 화면에서 볼 때에는 반가움이 앞서고 궁금함이 뒤따른다. 안병경을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감독 임권택)에서 만났을 때에도 반가움과 궁금함이 교차했다. 휴대폰 번호를 확인하면서 근황을 묻자 안병경은 “변경된 게 없다”고 했다. “번호도, 하는 일도 그대로”라면서. “강의 나가고 강의 받는 걸 새로 시작했는데 그것도 좀 됐다”고 덧붙였다.

-강의 나가는 데는.

“마산 창신대학과 부산 부산예술대 연극영화과에 나간다. 창신대학은 1년째고 부산예술대는 올해 시작했다. 하루에 4시간씩 8시간 강의한다.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강의도 3년째 맡고 있다.”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는.

“김인문 선생님이 2009년 11월에 창립했다. 장애인들에게 치료와 희망의 기회를 주고 장애인스타 발굴·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선생님은 2005년 뇌경색으로 후천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를 겪으면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정립, 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를 창립했다. 이때부터 장애인 연기 지망생을 가르치고, 장애를 겪는 현역을 돕고 있다.”

-요즘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다음 달 SBS에서 방송될 특집극 <유쾌한 삼총사>다. 장애인의 고충과 활약상을 그리는 단막극이다. 다운증후군 영화배우 강민휘와 뇌성마비 연극인 길별은이 시각장애인 역을 맡은 서단비 등과 함께 한다. 나는 이들을 돕는 은행 지점장으로 출연한다. 이를 위해 김인문 선생님 손녀(김은경 ‘D&G Star’ 대표)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를 통해 배우고 있기도 하다.”

안병경은 이 작품에 앞서 D&G Star의 연극 <도둑 이야기>, 영화 <독짓는 늙은이> 등도 함께 했다. 안병경은 “김인문 선생님과 김은경 대표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에 눈떴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아름답게 발전하는 걸 소망한다”고 밝혔다.

-강의 수강은.

“작년 가을부터 한국웃음운동연합회의 지도자과정을 이수했다. 12월 말 제12회 웃음운동지도자 자격검증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획득했다. 앞으로 더 배우고 실천에 옮겨 웃음전도사가 되겠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아내가 우울증을 앓았다. 그 치료를 위한 방편으로 권유하면서 함께 시작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 웃으니까 정말 좋다. 웃다보면 걱정할 게 없다. 길이 보이고 열린다'”

-한국웃음운동연합회는.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손꼽힌다.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자는 게 웃음운동의 요체다. 웃음운동연합회는 웃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누리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웃음운동 지도자과정도 개설돼 있다. 웃음운동 신바람학, 웃음박수 운동학을 비롯해 웃음운동 레크레이션학·스피치학·생리학·교양학·건강체조학 등을 강의, 웃음운동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안병경은 “웃음운동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넝마주이·머슴살이 등을 하며 학창생활을 보냈다”면서 “그때 울고만 있지 않고 웃으려고 한 게 배우가 되고 대학을 졸업하고 오늘에 이른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안병경은 고3때인 1967년 노주현·김창숙 등과 함께 TBC(동양방송) 탤런트 5기로 데뷔했다. 집이 없어 잠은 학교 극회 사무실과 TBC 분장실에서 많이 잤다. 아천 김영철 선생이 1978년 KBS 미술부 직원 특강을 왔을 때 배우가 사군자라도 치면 연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 2001년 제2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서 <추정황국>으로 당당 입선을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제작에 실패, 한때 남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안병경은 “꽃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면서 “아름답고 보람있는 일을 통해 사람의 향기를 더욱 품고 싶다”고 기원했다.

<글 배장수·사진 김문석 기자>
입력 : 2011-04-10 20: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