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동문 여러분,
오늘 따라 ‘동문’이란 말이 입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기쁨과 영광이 우리 동문님들께 물처럼 골고루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로운 출발은 걸어온 뒤안길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2005년, ‘세계적 수준의 지식창조 및 학습역량 보유대학’으로의 발전을 위한 7대 핵심 사업을 제시하고 12대 총장으로서 4년 임기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첫 임기 4년 동안 나름대로 여러 가지 결실을 맺었습니다. 대학교육협의회 종합평가에서의 최우수 대학선정, 수도권 특성화사업의 성공적 유치, 경영전문대학원 및 법학전문대학원 유치, 법학관 건립, BK21사업의 성공적 유치, 안성캠퍼스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남캠퍼스 건립추진 등은 그리 작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를 언급한다면 두산그룹을 새로운 법인으로 영입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두산그룹 영입으로 중앙대학교 발전의 새로운 100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자부심과 위안을 안고 2008년 말 강단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했었습니다. 다른 교수들처럼 저의 본업도 교수인 이상 ‘행정’을 넘어 ‘교육’을 그리워합니다. ‘강단’은 저의 본향입니다. 다만 대학개혁의 몇 가지 마무리만 해 달라는 박용성 이사장님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대학을 개혁하면서 공감한 것은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문제’란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부터는 이사장님과 함께 새로운 대학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였습니다. 연봉제 도입, 학사시스템 재정비, 중앙도서관 재건립, 학문단위 재조정, 흑석동 병원 증축, 책임형 부총장제 도입 등은 중앙대학교 시스템의 개편으로 가는 디딤돌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계열별 부총장제 정착은 시스템 문화 정착의 마침표입니다. 저의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그동안 많은 공을 들였으며, 5개 계열 부총장들의 열정에 힘입어 책임형 부총장제도가 조기에 정착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로서 저의 모든 소임이 마무리 되었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때’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 온 사람입니다. 인생살이도 쉼표와 마침표를 적절히 활용해야 그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하며, 또한 ‘비워야 채워진다’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소임을 다한 이 시점이 우리 중앙가족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떠날 가장 적절한 때라 생각하여 금일 이사장님께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저의 총장재임 임기가 1월31일 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사임을 하고자 했으나 박용성 이사장님의 만류와 해외 출장 등으로 인하여 다소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동문 여러분,
지난 2005년 제 12대 총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6년간 제가 쌓은 모든 업적은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고 대학발전을 위해 항상 협조해 주신 모든 동문 여러분들과 봉사해 주신 교무위원들이 흘린 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주신 모든 동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서로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가슴으로 대화를 많이 못 나눈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쉬움은 미련이 아닌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총장직을 물러나더라도 우리 모교 발전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힘을 보태주셨던 동문 한분 한분께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이오나 서면으로 인사드리는 것을 해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위기에 처한 중앙대학교의 재단을 맡아 새로운 생명을 찾게 해주신 박용성 이사장님과 두산그룹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총장직을 떠나면서도 마음이 든든한 것은 박용성 이사장님의 대학에 대한 열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새로 부임하실 총장님과 우리 중앙가족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가 바라는 세계 속의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 번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 새로운 중앙 건설에 동참해주신 동문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2011년 2월 9일
총장 박 범 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