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8년 6월 8일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음으로 삶을 마무리한다죽음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지만삶의 일부로 취급되는 경우는 드물다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함은 우리로 하여금 그 존재를 애써 외면하게 했다.

 

 

 

최근 등장한 웰다잉 문화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삶의 가장 중요한 여정이자아름다운 마무리웰다잉 문화에서 말하는 죽음은 우리의 삶과 조금 더 가깝고 친숙하다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돕는 웰다잉 문화그 중심에 원주희 동문이 있다.축제의 분위기로 가득했던 5월의 어느 날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원주희 동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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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종교인으로서 첫발을 딛기까지.

 

 

 

 

 

Q. 원주희 동문님 반갑습니다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중앙대 약대 71학번으로 입학하여 75년에 졸업을 하고육군 R.O.T.C 13기로 군복무 한 뒤 중위로 제대했습니다그리고 현재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25년째 죽음 앞에 있는 말기 환우와 가족을 돌보는 샘물호스피스선교회 활동을 하고 있는 원주희라고 합니다.

 

 

 

Q.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셨지만현재는 종교인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전공과 무관한 종교인의 삶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학창시절 학군단 생활을 마치고 군복무를 하던 중에 고관절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죽음의 두려움 가운데 있으면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했는데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았지만하나님을 믿는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두려움도 없어지고 통증도 조절되는 경험을 했습니다그 경험이 지금 약사와 목사로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제대 후 대형 약국을 운영하던 중에 폐결핵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그때 죽음의 두려움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군대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고 신앙적인 힘으로 두려움과 병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이런 경험을 통해 인간의 질병과 고통이 약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앙에 의지하는 것이 매우 도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을 통해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낸 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이 있는 분들을 약과 신앙으로도 도와야겠다는 사명감에 종교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고, 1987년도에 신학대학교 입학, 1992년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Q. 늦은 시기에 새로운 길에 도전하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요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에 주변의 반응은 어떠했나요그리고 스스로 이 길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 어린 딸 2명이 있었는데 안정된 약사 생활을 접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제 결정에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사실 당시에 제가 약사로 꽤 능력이 좋았거든요.(웃음근데 목사가 되겠다고 하니까 처음엔 당연히 반대가 있었죠그것도 그 당시에는 생소하고 알려지지 않은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특히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아내도 힘들어했습니다.

 

 

 

저도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가 이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년간 고민을 하면서 제 마음에 확신이 생겼고가족들도 제 마음을 알고 허락해주었습니다가족들의 허락을 받고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열정이 점점 커지는 걸 느꼈어요그래서 내가 가슴 뛰는 이 일을 해보자는 용기를 가지고 종교인의 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원주희 동문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중앙대학교 재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저의 학창시절은 성실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어요약대 공부와 R.O.T.C 훈련을 동시에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든 일이었지만성실하게 학창생활을 했습니다결국약대에서 태평양화학 장학금을 3회나 받았고졸업할 때 2군사령관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앙대학교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의에 죽고참에 살자라는 교육이념입니다바른 일에 살다가 명예롭게 죽는 중앙인의 사명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고중앙대학교를 졸업한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제 학창시절 당시 총장으로 계셨던 임영신 박사님도 정말 진심으로 학생들을 아들딸처럼 대해 주셔서 중앙대학교에 대해 정말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어쩌면 신앙적인 믿음만큼 의에 죽고참에 살자라는 학교의 정신이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큰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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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리더스월드]

 

 

 

 

 

 

Part 2. Well Dying 전파사 원주희

 

 

 

Q. 동문님께서는 웰다잉(Well-Dying)문화를 전파하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학우들에게 생소한 웰다잉 문화와 호스피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삶을 크게 나누면 3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가장 먼저 인생을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웰빙(Well-Being) 문화그리고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웰에이징(Well-Aging) 문화마지막으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인생을 잘 마무리하느냐 하는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있습니다그 중에서 웰다잉호스피스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품위 있게 생을 마무리하도록 돕는 활동입니다.

 

 

 

비행기의 비행과정에서 착륙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인생에서도 착륙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환우들의 삶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두려움을 없애 드리고누구든지 공평한 대우를 받고 인간 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웰다잉호스피스 활동입니다.

 

 

 

 

 

Q. 종교적 신념이 없는 분이시거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에게는 어떤 말씀으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미신 때문에 언급조차 하는 것을 꺼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하지만 죽음을 준비한다고 해서 죽음이 재촉되는 것이 아니며또는 준비하지 않는다고 죽음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리면서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죽음은 언제어디서어떻게 다가올지 모릅니다죽음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내 죽음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항상 최후의 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면 항상 죽음을 준비하게 됩니다이렇게 죽음은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환우들에게 알려드리고 죽음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Q. 기독교적 죽음 문화로서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곁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호스피스를 운영하시면서 심적으로 부담이나 상실감을 느끼시는 경우는 없으신가요?

 

 

 

그동안 1만여 명의 말기 환우 님들을 섬겼는데그 중에 어린아이들을 떠나보낼 때 많이 힘듭니다제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 같고 그 어린아이의 부모들이 저 자신인 것 같아 힘들지만기독교 신앙 안에서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그 믿음으로 부모들과 어린 환우들을 돌보고 있습니다이런 신앙이 없었다면 계속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Q. 웰다잉을 위해 스스로 준비하고 실천하고 계신 것은 무엇인가요?

 

 

 

저와 제 가족들은 모두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고 있습니다저는 항상 요약해 놓은 유언장을 지갑에 간직하고 있고제 자녀들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언장을 써왔습니다제 죽음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죽음을 준비하는 겁니다그리고 환우분들에게도 제가 직접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죽음을 두려워하는 환우들에게 몸이 건강한 저도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면 조금 더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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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젊은이에게 말하는 죽음

 

 

 

Q. 최근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삶에서 만족감을 찾기 위한 관심은 많지만인생의 좋은 마무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죽음은 삶을 가르쳐 주는 스승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죽음에는 순서가 없고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고결국은 빈손으로 가는 길입니다나이가 젊다고 죽음이 늦게 오는 것이 아님을 알면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되겠죠그래서 죽음을 제대로 알면 삶에 의미가 생깁니다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찰나의 행복은 순간의 감정으로 소멸되는 것이지만 자신의 흔적은 세상에 남아서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하게 할 겁니다.

 

 

 

이런 삶을 위해서 젊은이들에게 VIP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라고 이야기를 해요. VIP의 첫째, Vision은 사명입니다본인이 스스로를 그리는 미래상이 있어야 해요두 번째는 Intelligence. 실력이 필요합니다실력 없이는 비전을 이룰 수 없어요마지막은 Passion이에요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나는 이걸 하다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해요가만히 앉아있는다고 자신의 사명이 찾아지는 게 아니니까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면서 자신의 사명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자신의 비전을 찾았다면 한번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Q. 삶에 대한 가치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가장 최근에 삶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바뀌거나 견고해진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작년(2017) 11월 17일 중앙대학교병원에서 조기 위암 진단을 받고 위의 2/3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지금까지 암환자들을 대하기만 했는데 직접 암환자가 된거죠.(웃음그동안 그분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도우면서 25년을 지내왔는데저 자신이 암 수술을 하면서도 스스로 죽음이 두렵지 않아 감사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했던 활동들이 거짓말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웰다잉에 대한 생각이 견고해졌습니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것이 결국은 나에게 유익한 것이 되었구나.’, ‘다른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나의 죽음까지 준비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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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중앙인에게 전하는 말.

 

 

 

Q. 삶의 가치와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엔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 그 기회를 통해서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여러 가지 분야에 문을 두드려보고 정말 내가 가슴 뛰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합니다남들의 인생을 따라가지 말고조금 늦더라도 나에게 맞는 인생은 무엇인지 찾아보세요자기 사명을 찾기 위해선 경험과 고민이 필요합니다그리고 그것을 찾았다면 용기있게 도전하고끈기있게 이루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호스피스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제 삶도 실패의 연속이었어요그렇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고그리고 가끔은 길이 보이지 않아서 멈춰보기도 하고하지만 다시 길을 찾아서 나아가려는 용기와 끈기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길은 처음 가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남들이 닦아놓지 않은 길이라고 두려워하지 마시고자신이 원하는 길이라면 주저없이 첫걸음을 떼시길 바랍니다분명 힘든 만큼 보람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Q. 동문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동문님이 그리는 본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은 웰다잉호스피스 활동이 다음 세대까지 잘 이어지도록 체계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한 두 사람이 하다가 마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만들기 위해 현재 의료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도 웰다잉호스피스 활동을 전하기 위해 여건이 허락될 때까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지난 11년 동안 네팔 수도 카트만두몽골,브라질에콰도르카자흐스탄 등에 프로그램을 전했고올해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세우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활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장례문화추모문화를 바꾸기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우리나라 장례는 시신을 매장하거나화장해서 납골당 또는 수목장으로 모시는 문화입니다이런 우리나라의 장례 및 추모문화를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밝은 문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노력으로 지금 샘물호스피스에는 돌아가신 분을 흙으로 돌려보내고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연장지를 만들고 있습니다어떤 장소를 기억하기 보다 후손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삶의 흔적으로 남겨지는 문화를 세워가려 합니다.

 

 

 

제 미래는 죽음을 돕는 웰다잉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죽음의 어둡고 절망적인 문화를 밝고 희망이 넘치는 문화로 바꾸는 일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우리 주변에서 가장 소외된 분들을 최선을 다해 돕다가 생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해야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내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것에 항상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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