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8년 6월 5일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캠퍼스 피플'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지난 4월 1일 남북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대한민국 예술단이 평양으로 가서 선보인 공연 “봄이 온다” 를 기억하시나요?  단절된 남북관계를 해소하고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요. 아리랑을 각색한 음악에 맞추어 하나되는 남북을 몸짓으로 표현해 낸 오프닝 무대로 큰 호평을 받은 한국무용가 석예빈 학우!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담긴 한국무용을 알리려는 목표와 열정으로 빛나는 석예빈 학우를 중앙사랑이 만나보았습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연창작예술학부 무용과에 다니고 있는 석예빈입니다. 현재는 복수전공으로 연극영화과를 시작했고, 무용은 3살 때부터 시작을 해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을 하는 한국 무용가입니다.

 

2. 한국 무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 어머니도 무용가이신데 어머니와 붙어있다 보니 무용, 음악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또 갓 돌이 지났을 때 아버지가 연출하신 뮤지컬 무용극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집에 와서 뮤지컬에 나온 무용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본 아버지가 놀라워하여 무용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셨고 어머니와 함께 춤추며 즐겁게 한국무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3. 한국무용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전문가로서 설명을 해주신다면 한국무용은 어떤 예술인가요?

  

한국무용은 왕 앞에서 추던 춘앵무처럼 완전히 전통적인 춤도 있고 시대에 따라 발전하며 민족무용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 무용과 섞여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게끔 시대에 맞게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통틀어서 한국무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무용은 다 한국무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4. 전통적인 한국무용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데, 일반인들도 친숙하게 느낄만한 한국무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장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무언가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인만 표현할 수 있는 정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무용에는 한과 같은 깊은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런 것이 다른 장르로는 표현하기 힘들다고 여겨져요. 서양무용인 발레 같이 뜨는 호흡보다 가라앉는 호흡, 꾹꾹 누르는 호흡을 많이 써 사람들을 집중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외국인들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저들이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한국무용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5. 한국 무용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춤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전통무용 중에는 전 세계인 좋아하는 부채춤이나 소고춤, 장구춤이 보기에도 재밌고 배우기에도 재미있는 춤입니다. 저는 최승희 무용가의 춤을 추다 보니 물동이 춤이라는 걸 10년 넘게 췄는데 이 작품을 사람들이 꾸준하게 좋아해 주고 저 또한 꾸준하게 좋아하는 춤입니다. 짧은 무용극 같은 작품이고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굉장히 애착이 갑니다.

 

 

 

 물동이 춤을 추고 있는 석예빈 학우

 

 

6. 보통 공연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공연 섭외 자체가 굉장히 촉박하게 이루어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 공연인데 섭외가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큰 공연은 한 달 전에 섭외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짧으면 2~3일 전부터 길면 한 달 동안 준비하게 됩니다.

 

7. 한국무용을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대부분 사람이 느리고 지루한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무용은 다른 장르처럼 사람들이 찾아보지 않아 대중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한국무용에서 아직 많은 도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무용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익어 있는 음악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방향에서 뮤지컬도 배우고 홀로그램 감독님과의 작업, 비보이와의 작업 등을 통해 계속해서 여러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비보이와 콜라보레이션

 

 

   홀로그램 보살춤

 

8. 22살의 다른 학우들처럼 보통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는 어떤 생활을 하고 지내시나요?

  

제가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즐길 것은 충분히 다 즐기면서 후회 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놀 때는 놀고 공연할 때는 공연 준비에 집중하고 학교생활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균형 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해서 예전부터 빡빡한 생활을 소화했으면 스트레스 받고 포기하고 싶거나 즐기지 못하는 무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이 나이일 때 즐길 수 있는 것은 다 즐기라는 생각이 있으셨기에 균형 있는 생활을 누릴 수 있던 것 같습니다.

 

9. 무용수로 일찍이 활동하면서 또래 친구들에 비하여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했어야 할 것 같습니다.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무용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릴 때 춤을 시작해서 친구들보다 무대에 선 경험이 많은 것에 대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배워오고 연습을 했기에 슬럼프가 빨리 왔습니다. 8살 때 시작을 해서 매스컴의 집중을 많이 받았다가 2년이 지나고 부모님이 바빠지면서 다시 평범한 초등학생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4, 5학년 즈음에 주목을 받던 것이 갑자기 끊기고 부모님이 갑자기 일이 많아지셔서 이전처럼 항상 같이 있지는 못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때 마다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어머니와의 대화로 다시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고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다시 배우면서  원동력이 생겼고, 그곳에서 발레, 해금, 가야금, 연기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10. 어릴 적부터 한국무용을 공부했다면 국악 중, 고등학교로 진학하실 수도 었었을텐데 일반 학교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머니도 무용가이기에 국악 고등학교를 졸업하셨고, 국악예고 선생님을 잠시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보시기에 저는 어릴 적부터 재미있게 춤을 춰왔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공동체에 들어가 매일 무용을 더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문계에 들어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조언으로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다양한 친구들 많이 사귀며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11. 김영순 무용수에게는 어떠한 기회로 보살춤, 물동이 춤을 전수 받게 되었나요?

  

사실 최승희 무용가 춤에 관한 대부분 자료가 북한에 있어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엄마, 아빠가 방송을 보다가 우연히 탈북 무용수인 김영순 선생님을 알게 되셨고 찾아서 만났습니다. 김영순 선생님은 최승희 무용가 춤을 찾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아주 좋았고, 또 어린아이가 춤을 좋아하고 알리려 하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동작을 정확히 구사하시지는 못하시지만 배우신 것에 대해 남아 있는 기억을 많이 말씀해 주시는데 그 말씀으로 생생하고 꼼꼼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2. 리틀 최승희로 불리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리틀 최승희로 불리는 것은 저에게 매우 영광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틀 최승희라는 별명은 8살 때 개인 발표회를 하고 나서 생겼습니다. 그때는 최승희라는 사람이 남한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시기인데 최승희 안무가 춤을 추게 되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최승희 무용가의 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자료가 많지 않아서 출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3. 어린 나이부터 무용수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데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어느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행복했던 때는 멋모르고 무용했던 8살 아이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기회가 되어 혼자 올라가서 무대를 꾸미고 박수를 받았는데 떨지 않아 재미가 있었고 행복한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가족들이 똘똘 뭉쳐 항상 함께해서 더 행복했고,그래서 너무 힘들고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가끔 공백기가 있다 보면 제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어떻게 해서 더 발전해야 할지,지금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란이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 힘들기는 합니다. 예술은 어떤 분야든지 공식이 없고 정해진 답이 없다 보니 어떻게 결과물을 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힘든 것 같습니다.

 

14. 무용공연 외에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워낙 상상력이 풍부하시고 연출을 많이 하시다 보니 노래와 뮤지컬을 관심 있게 보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씀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1학년 여름 방학 때 뉴욕을 두 달 정도 가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연기한 배우들이 발레와 무용을 다 잘해서 신기했고, 한국과 달리 해외의 뮤지컬에서는 무용이 많이 쓰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뮤지컬의 기본은 발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차후에 한국 무용을 이런 방향으로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연극영화 복수전공을 하게 됐고 기회가 맞아서 이번에 공연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무용도 곧 표정과 몸짓으로 연기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무용을 응용한 연극영화 쪽을 연습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 평양에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공연을 준비하실 때,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평양 무용공연의 경우 섭외가 공연 1, 2주 전에 와서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2~3일 되는 시간을 온종일 연습하며 준비를 했습니다. 콘셉트와 큰 틀은 이미 잡혀 있어 연습에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부담감은 있었습니다. 이 공연 자체가 무용 공연이 없는 콘서트 형식인데 유일하게 무용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최대한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또한,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16. 북한공연 당시 다른 북한예술단원들과 소통할 때 문화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예술단과의 교류보다는 안내해주신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더 많았습니다. 당시 저의 공연이 사전 홍보가 없었던 부분이라서 다들 한국 무용 공연을 신기해 하셨습니다. 안내해주신 분들이 한국 무용을 하는지 알아봐 주셔서 북한과 춤도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북한 분들은 최승희 춤을 추느냐고 물어봤더니 대부분 최승희 춤을 기본으로 한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문화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17.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매우 어린 나이에 많은 업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꿈을 이루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석예빈 학우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주신다면?

  

다들 유치원, 초등학생 때는 대통령과 같은 장래희망이 많았는데 중학생이 되고 나니 대학이 목표가 되어 공부하고 꿈이 없는 친구들이 많습니다.해야 해서 하는 일은 금방 지치기 쉽고 의욕이 꺾이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에 눌려 걱정하며 사는 친구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들을 우선 다 해보고 그 중에 잘하는 것,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탐색하면서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어요. 사실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생각을 우선 접어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발전시키다 보면 경제적인 부분도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18. 지금까지도 많은 것을 이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이뤄낼 것이지만, 석예빈 학우 의 최종적인 목표나 꿈이 무엇인지요.

 

크게 잡으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해외의 사람들에게 한국 무용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꼭 이름을 알리지 않더라도 저를 통해서 문화적인 교류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최승희 선생님께서 찰리 채플린, 피카소에게 극찬을 받고 한국무용을 알리면서 최초로 한류를 만들었기에 저도 저를 통해서 한국무용의 큰 매력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뮤지컬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 무용을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용이 어렵다는 생각에 행사에 주로 노래를 섭외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용도 많이 찾아줄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