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경기 인식은 낙관적이긴 한데 그리 믿음직스럽지는 않고 무엇보다 근거도 불분명하다
J노믹스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생산성뿐… 비판 수용해 거침없는 수정 계속해야 초심 관철될 것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초읽기로 내달리는데 한국은 다른 문제로 어수선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정반대의 경기진단이 나오고 급기야 경제정책 평가 논란으로 번졌다. 경제는 외교안보 만큼 중요한데 수습만 하려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좀 마뜩잖다.
정부가 경제동향보고서 ‘그린북’ 5월호에서 ‘경기가 회복세’라고 분석한 것을 두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침체국면의 초기단계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를 옹호했고, 몇몇 학자들은 김 부의장의 견해를 떠받치는 등 논란은 이어졌다.
정확한 경기진단은 쉽지 않다. 부문별 생산·소비·투자 등 다양한 경기지표들이 있고, 각각의 지표를 월별 또는 분기별로 따질지, 판단 기준기간을 뭘로 할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결국 이 논란은 문 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에 대한 평가로 번진다.
지난달 말 발표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 명목소득이 1년 전보다 8% 줄었다. J노믹스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등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과는 정반대 결과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상반기 경제전망보고서’도 경기 하락추세를 경고했다. 과연 이 상황을 어찌 평가할 것인가.
사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었다. 김 부총리로 대표되는 관료들, 소위 ‘늘공(늘 공무원)’들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 청와대 그룹 즉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사실상 J노믹스의 입안자들이라는 점에서 늘공의 판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1분위 가계소득 악화에 대해 “아픈 대목이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평가했다. 낙관적이긴 한데 믿음직스럽지는 않다. 무엇보다 90%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특히 어공을 두둔한 모양새는 마치 경제정책이 슬로건에 떼밀려나는 듯했다.
경제정책 슬로건은 성공적인 정책 실천을 위한 도구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책의 결과가 예상과 달리 전개되는 상황이라면 슬로건만 붙들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책 수정과 함께 슬로건의 조율도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면 정책은 슬로건에 휘둘린 나머지 배가 산으로 갈 뿐이다.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에 쓴 칼럼 ‘문 정권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시련’(2월 26일자)에서 북핵, 미국의 통상압박, 경제가 이후의 걱정거리라고 봤다. 첫째와 둘째 시련은 남북 정상회담과 곧 벌어질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어렵사리 방향을 잡고 있으나 셋째 시련은 여전하다. 경기진단 대립, 정책평가 논란의 배경도 그것이다.
경제 분야의 시련은 J노믹스의 추진력 문제다. ‘사람이 먼저’를 앞세운 J노믹스의 이상과 방향엔 크게 공감한다. 그런데 실천력은 선언에서 나오지 않는다. 당초 J노믹스도 소득주도성장과 더불어 혁신성장을 외쳤지만 지금 정권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이는 것은 둘 다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산성 탓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일본의 일자리 증가를 평가하고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핫토리 시게유키 도시샤대 교수의 진단(‘가짜 경제정책’, 2017)에 따르면 일본의 고용회복은 생산 확대나 노동생산성 증가의 결과가 아니다. 취업자 총근로시간이 별 변동이 없을 만큼 좋은 일자리는 안 늘고 시간제 일자리만 늘었다. 일자리 나눔, 이른바 워크셰어링 사례는 고무적이나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경제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역시 생산성이 문제다.
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다이아몬드 온라인’ 지난달 15일자 기고문에서 아예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제로라고 단언한다. 2012년 말부터 재집권한 아베 정권은 매년 슬로건으로 연명했다고 혹평한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13년)→여성활약(14년)→신 세 가지 화살과 1억 총활약(15년)→노동개혁(16년)→인재육성혁명(17년) 등을 앞세운다. 개별 슬로건의 성과를 평가할 새도 없이 다음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민을 홀려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슬로건, 좋은 이상이라도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허상일 뿐이다. J노믹스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는 건 오직 생산성이다. 스타트업이든 기존 기업이든 생산성 향상이 전제될 때 비로소 J노믹스는 궤도에 오를 것이다.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거침없는 수정을 계속해야 초심은 관철될 수 있다.
J노믹스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생산성뿐… 비판 수용해 거침없는 수정 계속해야 초심 관철될 것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초읽기로 내달리는데 한국은 다른 문제로 어수선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정반대의 경기진단이 나오고 급기야 경제정책 평가 논란으로 번졌다. 경제는 외교안보 만큼 중요한데 수습만 하려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좀 마뜩잖다.
정부가 경제동향보고서 ‘그린북’ 5월호에서 ‘경기가 회복세’라고 분석한 것을 두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침체국면의 초기단계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를 옹호했고, 몇몇 학자들은 김 부의장의 견해를 떠받치는 등 논란은 이어졌다.
정확한 경기진단은 쉽지 않다. 부문별 생산·소비·투자 등 다양한 경기지표들이 있고, 각각의 지표를 월별 또는 분기별로 따질지, 판단 기준기간을 뭘로 할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결국 이 논란은 문 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에 대한 평가로 번진다.
지난달 말 발표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 명목소득이 1년 전보다 8% 줄었다. J노믹스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등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과는 정반대 결과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상반기 경제전망보고서’도 경기 하락추세를 경고했다. 과연 이 상황을 어찌 평가할 것인가.
사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었다. 김 부총리로 대표되는 관료들, 소위 ‘늘공(늘 공무원)’들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 청와대 그룹 즉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사실상 J노믹스의 입안자들이라는 점에서 늘공의 판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1분위 가계소득 악화에 대해 “아픈 대목이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평가했다. 낙관적이긴 한데 믿음직스럽지는 않다. 무엇보다 90%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특히 어공을 두둔한 모양새는 마치 경제정책이 슬로건에 떼밀려나는 듯했다.
경제정책 슬로건은 성공적인 정책 실천을 위한 도구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책의 결과가 예상과 달리 전개되는 상황이라면 슬로건만 붙들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책 수정과 함께 슬로건의 조율도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면 정책은 슬로건에 휘둘린 나머지 배가 산으로 갈 뿐이다.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에 쓴 칼럼 ‘문 정권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시련’(2월 26일자)에서 북핵, 미국의 통상압박, 경제가 이후의 걱정거리라고 봤다. 첫째와 둘째 시련은 남북 정상회담과 곧 벌어질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어렵사리 방향을 잡고 있으나 셋째 시련은 여전하다. 경기진단 대립, 정책평가 논란의 배경도 그것이다.
경제 분야의 시련은 J노믹스의 추진력 문제다. ‘사람이 먼저’를 앞세운 J노믹스의 이상과 방향엔 크게 공감한다. 그런데 실천력은 선언에서 나오지 않는다. 당초 J노믹스도 소득주도성장과 더불어 혁신성장을 외쳤지만 지금 정권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이는 것은 둘 다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산성 탓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일본의 일자리 증가를 평가하고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핫토리 시게유키 도시샤대 교수의 진단(‘가짜 경제정책’, 2017)에 따르면 일본의 고용회복은 생산 확대나 노동생산성 증가의 결과가 아니다. 취업자 총근로시간이 별 변동이 없을 만큼 좋은 일자리는 안 늘고 시간제 일자리만 늘었다. 일자리 나눔, 이른바 워크셰어링 사례는 고무적이나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경제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역시 생산성이 문제다.
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다이아몬드 온라인’ 지난달 15일자 기고문에서 아예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제로라고 단언한다. 2012년 말부터 재집권한 아베 정권은 매년 슬로건으로 연명했다고 혹평한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13년)→여성활약(14년)→신 세 가지 화살과 1억 총활약(15년)→노동개혁(16년)→인재육성혁명(17년) 등을 앞세운다. 개별 슬로건의 성과를 평가할 새도 없이 다음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민을 홀려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슬로건, 좋은 이상이라도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허상일 뿐이다. J노믹스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는 건 오직 생산성이다. 스타트업이든 기존 기업이든 생산성 향상이 전제될 때 비로소 J노믹스는 궤도에 오를 것이다.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거침없는 수정을 계속해야 초심은 관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