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간절곶(竿切串)과 정훈희 카페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10여 년 전 문학인들과 부산지역을 여행하며 처음으로 해동 용궁사와 간절곶(竿切串)을 간적이 있다. 최근에 부산지역을 여행하며 다시 간절곶을 찾았는데, 동해안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간절은 먼 바다에서 바라보면 과일을 따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뾰족하고 긴 장대를 가리키는 간짓대처럼 보인다고 유래된 지명이다. 간절곶은 등대와 더불어 한눈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변함없이 철썩이고, 사람보다 키가 큰 빨간 우체통과 더불어 시원스런 풍경이 이국적이다. 주위에 있는 울산 지역의 진하해수욕장, 서생포 왜성과 함께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간절곶에는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선정된 간절곶 등대와 풍차가 해안 길의 운치를 더해 준다. 이곳의 하얀색 등대를 바라보는 것은 배를 타고 오랫동안 바다여행을 하는 선장을 상상하게 된다.
동대와 선장은 고독하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해 준다. 북쪽 끝자락엔 드라마 ‘한반도’, ‘욕망의 불꽃’, ‘메이퀸’에 등장한 드라마하우스를 볼 수 있고, 가수 감상희의 ‘울산 큰애기’라는 노래 비(碑)가 있어 옛날 이 노래가 유행했던 생각이 난다.
간절곶을 떠나 남쪽으로 이동을 하면 부산 기장군 해변에 정훈희와 남편 김태화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꽃밭에서’가 있다. 한국의 다이애나 로스라 불리는 정훈희는 50년 전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17살에 작곡가 이봉조의 눈에 띄어 신성일·정윤희 주연 영화 ‘안개’의 동명 주제곡을 발표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물을 감추어라’
이 노래는 중년을 넘은 사람들에게 로망이었다. 정훈희의 집은 3층으로 바다를 향해 있고 1층은 노래하는 무대가 있는 카페로 꾸몄다. 그곳에서 문학행사 때 가끔 만나던 문인들을 만나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마당에는 정훈희 부부의 요트가 있어 바다에 띄우고 싶었다. 정훈희 카페를 나와 밤바다를 바라보며 기장 대변항으로 갔다. 맛있는 바다 장어를 먹으며 학창시절 열심히 불렀던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를 생각하니 그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립다.
보름달이 뜨는 밤바다에는 그리움이 하늘에서 온다. 달밤에 소곤거리는 풀벌레 소리와 안개 속에 눈물을 감춘 소녀의 눈동자에서도 그리움이 묻어있겠지. 가슴이 답답할 때 바다를 보면 피곤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정훈희 카페에서 문인들을 만나듯 우리는 학교나 직장에서 친구도 만들고 여행 중에도 많은 인연을 이어간다. 수필가 피천득은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타생지연 고사성어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인연은 부지불식간에 다가온다. 회사모임, 각종 동문회, 친구들 모임, 각종 문학회, 그리고 국내와 해외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귀중한 인연 놓치지 말고 잘 관리해야겠다. 집안의 가족이나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소중한데 그 인연이 잘 이어지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문학세계(김천우 발행인) 6월호<통권287호>2018년 6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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