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 행사 폐지는 부당하다
오는 10월11일은 중앙대학교 제92주년 개교기념일이다.
얼마 전 대학은 올해부터 개교기념식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휴무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개교기념식이 연례행사로 반복해서 치르다보니 뜻 깊은 날의 의미가 퇴색되고, 형식에 치우친 행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 주요 대학에서 개교기념일 행사를 갖지 않고 휴업일로 활용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다.
하지만 개교기념일은 창학정신을 되새기고 대학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뜻 깊은 날로, 별도의 기념식을 거행해 이런 의미를 대학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퇴색되고 형식에 치우친다는 이유로 기념식을 폐지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
일개인도 생일을 기념하여 축하하고 격려하며, 기업도 창사기념식을 통해 축하와 경쟁력 향상을 다짐한다. 국가도 개천절, 광복절을 국경일로 삼아 기념식을 갖고 국가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살핀다.
매년 행사가 반복돼 형식에 치우친다면 오히려 그 원인을 살펴 대학구성원들에게 창학정신을 각인시키는 기념식과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대학이 마땅히 할 일이다.
더욱이 우리 대학은 지금 2018년 개교100주년을 앞두고 새 재단과 더불어 개혁과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개교기념식을 새롭게 기획해 개최한다면 대학의 위상을 대내외에 떨칠 수도 있을 것이다.
졸업생들은 졸업식이나 개교기념식때 모교를 방문할 기회를 갖는다. 그 때 모교의 달라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되며 모교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학교와 동문간의 협조와 모교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교기념식이 폐지된다면 동문들이 학교를 방문할 일도, 학교 발전에 기여할 일도 줄어들 것이다. 더 나아가 중앙대학교가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졸업생들이 곡해할 우려도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얘기하는 동문들도 다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개교기념식 행사 폐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20만 동문의 모교사랑의 정신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또한 대학 정문에 세워졌던 상징탑이 지난 9월8일 소리 소문 없이 철거되었다.
정문의 상징탑은 교문을 대신해 의, 혈, 기, 력(義血氣力)의 의미로 중앙의 얼을 상징해 제작되었으며 2002년 11월 동문 등의 모금에 의해 세워졌다. 기부자 명단은 동판으로 제작하여 상징탑 측면에 붙여 그들을 기념해왔다.
상징탑이 철거된 후 대학은 다른 자리에 상징탑을 재건립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 한다.
상징탑의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더라도 그 상황을 대학구성원, 특히 상징탑 건립에 정성을 모았던 동문 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철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무런 사전 논의도 대안도 없이 상징탑을 철거한다는 것은 동문들의 성의와 뜻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중앙대의 상징물인 청룡연못과 청룡상이 재정비와 함께 축소되는 상황에서 상징탑마저 철거되고 사라진다면 20만 동문들은 학교와 함께 무엇을 떠올려야하는지 아쉬움이 크다.
한편 개교기념식 폐지와 상징탑 철거의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그러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학생이나 교수, 교직원, 동문 등 대학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나 대학 당국은 그 어떠한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통보하였다.
둘째로 대학총장이 아닌 실무자에 불과한 총무처장의 명의로 개교기념식 폐지에 대한 통보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결정권자인 총장이 발표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두산이 새 재단으로 들어서면서 박용성 이사장은 “중앙의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그 바꾸겠다는 것이 대학이 발전과 개혁을 의미한다고 믿으며, 중앙대학교 ‘의 와 참’의 창학정신, 92년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까지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발전과 개혁으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중앙대학으로 우뚝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정신과 전통도 소중히 계승,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
또 대학은 다른 조직, 특히 기업과는 다르다. 경영자나 운영자 한두 사람이 임의대로 결정하고 추진하다가는 생각지 않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중 앙 대 학 교 동 창 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