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8년 3월 20일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캠퍼스피플'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이 이빨을 드러낸 거대한 상어의 모습이 아닌, 음악을 가장 먼저 떠올릴 텐데요. <죠스>에서 상어가 등장할 때마다 함께 나온 음악은, 관객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어 탁월한 서스펜스를 만들었습니다.이처럼 음악감독의 손끝에서 태어난 영화음악은 장면의 분위기를 살리고 감정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영화는 물론, 광고, 연극, 웹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악 작업을 이어왔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음악감독 임민주 학우를 만났습니다.
* 임민주 음악감독 필모그래피 (http://musiqxlll.creatorlink.net/)
Q.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음악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사주신 영화 OST 카세트테이프를 매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저는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상상하길 즐겼던 것 같아요. 사실은 ‘음악감독’을 직업으로 삼았다기 보다는 영화음악가가 되고 싶었어요. ‘음악감독’은 영화음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따라온 이름이고, 영화음악가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Q.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 크게 세 가지 길이 있어요. 우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주관하는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입니다. 현재 활동 중인 음악감독들과 일주일간 합숙하면서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 대학의 영상음악전문가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과 저처럼 무작정 찾아다니는 방법이 있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건 정말 드문 경우예요. 중요한 것은,어디서든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고 누군가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Q. 잘 알려진 <태양을 쏴라>, <비정규직 아이돌>, <괴물들>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해왔지만, 포털사이트의 필모그래피에는 일부 작품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기록된 첫 작품은 <5백만불의 사나이>인데요, 이전에는 어떤 작품에 참여했나요?
- 지금 검색되는 필모그래피에는 주로 상업영화 혹은 독립영화, 영화제에 출품된 단편만 기록되어있어요. 그 외에도 몇 편의 독립 장편영화, 해외 유명 브랜드의 광고, 웹 드라마, 연극 등의 음악 작업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단편을 많이 작업했던 것 같아요. 우연히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을 작업할 기회도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지금도 다양한 분야의 곡을 작업하시나요?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계획도 있어요. 최근에 친구가 예술창작 공간을 오픈해서 저게 '음악전'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흔한 작업도 아니고 제가 대단해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친해지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숙제인 것 같아 해서 함께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고, 다양한 장르가 협업된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을 선보이고 싶기도 해요.다양한 음악 작업을 하는 건 물론이고, 영화음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나눌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Q. YG 케이플러스에 소속되기 전에는 프리랜서였나요?
- 네. ‘뮤지크13’ 이라는 영화음악 팀을 만들어 활동했어요. 그러던 중 YG케이플러스와 인연이 닿아 작년 10월에 소속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YG케이플러스에서는 매니지먼트를, YG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음악 유통이나 음원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을 해주고 계세요. 창작자 로서는 비즈니스가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해결해 주시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영화, 드라마, 연극, 광고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는데, 각각의 작업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영화음악은 주로 시나리오나 편집본을 보고 작업하지만, 연극음악은 배우들이 연습하는 곳에 직접 가서 정서의 흐름을 계속 느껴야 해요. 광고는 영화나 연극보다 스케줄이 굉장히 바쁘고, 상업적인 성격이 커요. 가장 선호하는 작업은 물론 영화입니다. 영화를 통해 제가 가진 음악적 표현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고, 감독님과 작업실에 앉아 밤새 치열하게 고민하는 순간들도 즐겁기 때문입니다.
Q. 작업한 영화음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한가요?
- '음악 잘 들었습니다', '음악 멜로디 좋아요'라는 말보다, ‘영화가 좋다’ 혹은 '영화에 음악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 더 좋아요. ‘좋은 영화음악’과‘좋은 음악’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영화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 가장 좋은 영화음악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영화가 좋다는 말이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Q.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저는 영화에서 음악이 '보다 효과적으로 정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인물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장면에 어둡고 스산한 느낌의 음악을 넣으면 관객들은 ‘누가 와서 인물을 잡아가려나’하고 생각하며 서스펜스를 느끼고, 아련한 멜로디의 음악을 넣으면 ‘인물에게 사연이 있나?’, ‘사랑에 아파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Q.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음악이 가장 좋았던 영화는 무엇인가요?
- 정말 많아서 선택하기 힘들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건 영화 <트레인스포팅>’과 <브로크백 마운틴>의 사운드트랙입니다. 영화의 장면과 아름답게 잘 어울려서, 음악만 들어도 좋지만 영화와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Q. 필모그래피에 2016 중앙대학교 홍보영상이 있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이 영상 작업에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중앙대학교 공식 홍보영상은 중앙대에 입학하기 전인 2015년 봄부터 작업했어요.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분의 소개로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정말 재밌는 게, 처음에 곡을 작업할 때만 해도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작업하다 보니 학교가 정말 멋지고 좋은 거예요. 대학 진학을 결정한 계기는 따로 있지만, 홍보영상의 음악을 만들며 중앙대의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나중에 홍보영상 작업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에게 중앙대에 합격한 사실을 전하니까 다들 정말 놀라셨어요.
[임민주 학우가 음악을 작업한 2016 중앙대학교 홍보영상]
Q. 다른 사람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영화음악을 오랫동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를 꼭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 사람들은 다 반대했지만 저는 무조건 대학에 가야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진학하고 나니 영화학과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학문적인 면 외에도 대학에 다녀서 좋은 점이 또 있어요. 음악은 주로 혼자 작업하는데, 그게 많이 외로워요. 예전에는 식당에서 학교 선후배나 회사원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는 것도, 고민을 서로 나누는 것도 부러웠어요. 대학에 와서 선후배, 동기와 함께 작업하니 정말 좋고,그래서 학교가 더 좋아졌습니다.
Q. 작년에 수업을 통해 첫 연출작인 단편영화 <녹음>을 제작하셨는데요, <녹음>은 어떤 영화인지 소개해주세요.
- <녹음>은 곡을 녹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피아니스트인 주인공과 그를 찾아온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에요. 녹음실 귀신을 아시나요? 다들 녹음실 귀신을 무서워하지만, 저는 ‘꼭 무서운 귀신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서 시작해 시나리오를 썼고, 가급적 한 장소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사랑에 관련된 주제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단편영화 <녹음> 스틸컷 / 사진제공 - 임민주학우 ]
Q. 영화를 처음으로 연출하면서 어떤 것을 배우고 느꼈나요?
- 영화가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가치이고, 아무리 짧은 단편이라도 열과 성을 다한다는 게 절절히 느껴졌어요. 직접 연출부터 제작,믹싱, 편집까지 해보니 ‘아, 내가 때로는 영화음악을 너무 쉽게 했구나’라는 반성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어요.
Q. 얼마 전 개봉한 <괴물들>을 작업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 음악이 연민을 강요하거나, 인물의 심리를 미화하고 포장하게 되는 걸 경계했어요. 영화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폭력의 속성, 폭력의 굴레와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물의 심리가 조금씩 변화하는 지점을 음악이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도, 과장하지 않고 미니멀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Q. 작년에 학교생활을 병행하면서 드라마 <비정규직 아이돌>의 음악을 작업하셨는데, 음악을 꿈꾸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서 작업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 <비정규직 아이돌>은 기획사 연습생들이 한 프로듀서를 만나, 조금 힘들고 돌아갈지라도 꿈을 좇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예요. 저도 <비정규직 아이돌> 속의 인물들처럼 음악이 정말 하고 싶었고, 음악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게 생각나서 드라마에 많이 공감되었어요.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안 되는데도 부딪혀보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했던 경험들이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음악감독을 꿈꾸는 학우들이 어떤 경험을 하면 좋을까요?
- 음악감독을 꿈꾼다면, 영화를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합니다. 영화음악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음악감독은 영화 속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음악적으로 풀어가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사람에 대해 관심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요. 어떤 선배 음악감독님께서 ‘유명 음대 작곡과 출신 보다, 오지를 여행하고 온 친구의 음악이 더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저도 이 말에 공감해요. 영화음악가를 꿈꾼다면 다양한 경험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봤으면 합니다.
Q. 음악감독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이 산만 넘으면 정상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산이 보이고 심지어 이제는 길도 없는 거대한 바위산이 보입니다. 저 또한 아직도 성장 중이라 생각해요. 더 열심히 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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