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斷絶)
단순(單純)
단아(端雅)
바람이 밀어낸 섬 하나
겨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2018년 1월 17일 07시 40분
삽시도행 첫배에 몸을 싣자
뱃고동 소리 울려 퍼지고
2박 3일 섬 생활 체험 여정은 시작되었다.
배가 항해를 시작하자
약간 울렁거림을 느꼈다.
내 마음이 울렁거리는 건지
배가 흔들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객실 구석자리 조그만 매점이 있었다.
여행하면 '삶은 계란에 사이다'라는
생각이 언뜻 들어
삶은 계란을 샀다.
혹자는 말한다.
"삶(life)은 계란이다" ㅎㅎ
다 먹은 뒤 잔해를 치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삽시도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렇게 육지와 단절(斷絶)되었다.
유일한 연결 고리가 손전화인 것처럼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 손전화를 꼭 잡았다.
인식(認識)의 모호성으로 인한
자기 내면의 모순,
혼란스러운 상황 판단...
단절(斷絶)이
자연, 더 나아가 우주의 이치에
다다를 것 같은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생각보다 마을 규모는 꽤 커 보였다.
섬 사람들은 주로
여름철엔 펜션을 운영하고
겨울철엔 굴을 딴다고 한다.
섬 주민들은 벌써 굴을 따러
바닷가로 모여들었다.
눈에 띄는 유흥 오락 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육지 사람들보다 생활이 훨씬
단순해 보인다.
'진리 is simple'
해 질 무렵 등뒤에
노을이 새색시처럼 곱게 걸린다
단아(端雅)하게...
섬
김리한
섬 하나 혼자 있다
파도가 치는 날은
둘이 되었다가
달이 뜬 밤에는
다시 하나가 된다
밀물과 썰물
기억과 망각
사랑과 미움
하나
둘
하나
둘
언제부턴가
섬 하나 혼자 있다
하나와 둘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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