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함께 나눈 30분]권이형 엠게임 대표, 회사에선 게임짱… 집에 오면 요리짱
종류 불문 ‘주방 해결사’
아빠 음식… 가족애 두배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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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요리사.’ 마우스 대신 후라이팬을 들고 요리실력을 뽐내는 게임기업 CEO(최고경영자)가 있다. 연일 야근과 잦은 모임 탓에 가족과 눈맞춤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단 5분만이라도 생긴다면 주저않고 요리사로 변신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권이형 엠게임 대표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앞치마를 두르고 후라이팬으로 맛깔나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새로운 아버지상”이라고 말한다.
권대표는 어릴 적부터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요리신(神)’을 양성할 최적의 무대였다. 경기도 김포에서 농삿일 하시는 부모님이 집을 비울 때면, 이것저것 만들어보는데 재미를 들였다고 한다. 가끔 어머니와 누나들 어깨 너머로 배울 기회도 많았다. 조미료에 정색하시는 부모님의 의지에 따라 지금도 조미료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 대표는 이처럼 타고난 요리사 기질을 좀더 갈고 닦아, 말 그대로 달인을 꿈꾼다. 그는 “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데 이탈리아나 프랑스, 퓨전요리에 관심이 많다”고 귀뜸했다.
요리 삼매경에 빠진 이유는 하나다. 가족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아빠의 ‘정성’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아내가 갑상선항진증으로 고생하면서 주방에서 권 대표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그는 “가사일은 매일 해도 티가 안나고 피곤하기만 해 아내의 고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요리사로 변모한 권 대표의 든든한 배경으로는 맛있는 요리를 담보할 안전한 식재료를 들 수 있다. 주말마다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쌀은 물론, 고추와 파, 마늘, 상추 등을 공수해서 먹는다. 요즘은 주말마다 고향집에서 농삿일을 거들다보니 얼굴이 까맣게 탔을 정도다.
권 대표가 솜씨를 발휘한다고 꼽는 ‘메뉴’로는 감자볶음과 김치찌개, 감자조림, 라면, 떡볶이 등이다. 종류·장르 모두 다양하다. 일단 뭐든지 만들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요리를 잘한다고 해서 집에서 칭찬도 많이 받는다.
특히 10살과 8살 된 두 자녀는 아빠가 손수 해주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국물을 졸이는 아내와는 달리, 조금 넘치게 요리하다보니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는 “아이들의 간택(?)을 받자, 이를 지켜보는 아내가 ‘그럼 계속하라’고 등을 떠밀기 일쑤”라고 너스레를 떤다. 또한, “맛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의미는 정성, 그것도 아빠의 정성”이라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도 소개했다.
아빠가 솔선수범 앞치마를 두르면서 가족애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함께 음식을 만드는 재미에 온 가족이 푹 빠졌다. 1∼2주일에 한번은 아내와 두 자녀의 손을 잡고 대형마트에 간다. 종종 아이들 학교도 찾는다. 얼마 전 ‘거북이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6㎞를 달렸고 참관수업도 여느 아빠보다 훨씬 잦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하고 일찍 귀가해 가사일을 도운다. 아내와 와인 한잔 걸치며 부부간 정도 쌓는다. 권 대표는 “요리는 아빠와 자녀, 남편과 아내를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라며 “요즘 애들 입맛이 조미료에 맞춰져가는 게 아쉽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스포츠월드 김수길 기자
●권이형 대표는 누구?
1970년생
중앙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3년∼1996년 셈틀
1996년∼1999년 메닉스 팀장
1999년∼2004년 위즈게이트/엠게임 이사(2003년4월 사명 변경)
2004년∼2006년 엠게임 부사장
2006년9월∼ 엠게임 대표이사
기사입력 2009.07.07 (화) 09:06, 최종수정 2009.07.06 (월)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