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콩을 들다'서 역도 코치로 열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새는 하나의 날개로 날 수 없고,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 배우 이범수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이 말을 이렇게 변주한다.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가 되면 이른바 '예술'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이범수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에는 대중적 성향에 좀 더 가까운 스포츠 영화 '킹콩을 들다'에 출연했다.
영화는 한때 잘 나갔던 역도선수가 부상으로 실의에 빠졌다가 지방 역도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도자로 거듭나는 얘기를 줄거리로 삼고 있다. 이범수는 중학교 역도 코치 이지봉 역을 소화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눈앞이 환해졌어요.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역도 선수는 제가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캐릭터였습니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역도 선수로 분한 장면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몇 장면을 위해 한 달간 모진 연습을 감내해야 했다.
하루에 8시간씩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오후에는 한국체육대학에서 역기 드는 훈련을 받았다.
"영화에서 100번을 들든, 1번을 들든 역도 선수 같은 자세가 나와야합니다. 심지어 옷을 갈아입더라도 역도 선수 같아야 합니다. 역도 선수 같은 열정이 느껴져야 합니다."
역기를 들다 허리를 다치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다수의 신인급 연기자들과 호흡한 경험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영화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막막했지만, 밥 먹을 때조차 연기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카메라에 뒷모습만 잡힐 때라도 아이들이 편안히 연기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제가 가르쳐준 게 있으면 아이들은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더라고요. 저도 성장하고, 아이들도 성장하는 느낌. 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시사회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킹콩을 들다'보다 약 일주일 앞서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을 거론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약간의 긴장감도 엿보인다.
"자기가 참여한 작품에서 도망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 느낌을 잘 재현한다면 관객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해요. 사실 트랜스포머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웃음)
이범수는 최근 하나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 진학, 올해 가을학기부터 영상 이론을 공부한다.
"대학원 준비는 한 1년 정도 했어요. 이론적인 부분을 더 공부하고 싶었죠."
"학창시절 공부에 대한 욕심은 있었어요. 특히 연극을 많이 하다 보니 이론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사회 나와서도 마찬가지였죠. 영화를 거듭할수록 이론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비록 감독의 예술이지만 그 가운데 배우의 몫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생각했죠. 저의 인생철학이 묻어난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실전뿐 아니라 이론도 많이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진정한 연기는 책을 몇 권 더 읽었다고 해서 나타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애정이 깃든 진지한 고민이 연기에 묻어날 때 그만큼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