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와이어] 2009년 04월 01일(수) 오후 12:33
녹색문법을 지향하는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에 이나래(사진) 씨의 ‘빨간 그림자’ 외 2편이 당선되었다.
박인과 녹색문학평론가는 “이나래 씨는 이름부터 시적이다. 그녀의 작품 ‘빨간 그림자’에서는 동심에 대한 시적 감성이 짙고 진솔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덜 익은 풋과일처럼 싱그러운 작품이다. 그래서 더욱 노력을 해서 동시에 대한 시적 기술과 이미지의 문법을 익혀서 드러내야 할 그녀만의 비밀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이미 독자의 상상력을 지배하면서 빨간 지문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표출해 내는 ‘빨간 그림자’는 인류의 내면을 채우고 있는 욕망의 강력한 에너지의 형상이다. 그녀가 표출하고자 하는 그 순수 에너지가 더욱 성숙되어 ‘회색빛 콘크리트 세상’ 너머로부터 온 세상을 물들일 때가 되면 우리도 우리의 가슴에 따뜻하고 포근한 빨간 그림자 하나 간직하며 삶의 한겨울에도 포근하고 행복한 희망과 환희의 미소를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더욱 정진을 빈다.”라고 단평했다. 다음은 이나래 씨의 동시 작품 ‘빨간 그림자’의 전편이다.
♣ 빨간 그림자 / 이나래
눈송이 하나가 손끝에 숨어들 무렵
빨간 그림자하나가 쏘옥
손끝에서 고개를 내민다.
빨간 장화를 신고 타박타박 길을 걷던 꼬마는
빨간 그림자에게 호_
빨간 그림자에게 호_
꼬마는 그림자에게 주문을 걸었다.
일어나.
햇님이 보이지 않아도 반짝이는 걸
엄마가 깨워주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걸
반짝거리는 순간 항상 하루가 시작되었으니까.
아침이야, 일어나.
꼬마의 주문에 빨간 그림자는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꼬마의 손이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다.
꼬마의 손끝에 앉은 눈송이들이 사르륵사르륵 녹아내린다.
빨간 그림자가 꼬마의 손끝에서 장난을 친다.
꼬마는 그림자의 장난에 까르르 웃으며 춤을 춘다.
빨간 그림자도 꼬마의 손끝에서 춤을 춘다.
어느새 하늘도 빨간 그림자로 물들고
꼬마의 손끝에서는 빛 방울 하나가 토옥_
떨어져 내리더니 이번엔 회색빛 콘크리트너머로 숨어버렸다.
꼬마는 또다시 손끝에 주문을 걸었다.
빨간 그림자야, 호_
그림자가 점점 커진다.
커지고 커진 빨간 그림자가 어느새 꼬마의 손목까지 내려앉고 있다.
그 무렵
꼬마의 두 볼에도 빨간 그림자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당선소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컴퓨터에 남은 파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지난 대학생활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응모작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습니다.
정말로 이 작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본인이 얼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손끝에 긴장감이 감돈 나머지 지금 이 순간, 화면에는 몇 번이고 잘못 쓴 글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져 갑니다. 뭐라고 해야할 지, 앞으로 나는 또 어떻게 해야할지…
떨리는 손끝이 점점 무거워져 옵니다.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말들이 손끝이 무거워지는 만큼 점점 그 입들을 닫아가는 것만 같네요.
저에게 이 상은 제가 다시 한 번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주었습니다. 이제 좀 있으면 또 출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힘들어도 오늘 하루, 또 새로운 만남과 이야기를 기대해봅니다.
어쩌면 지금 이순간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창조문학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 프로필
- 본명 : 이나래
- 1985년 부산 生
-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