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장관들은 이렇게 받은 강연료를 어디다 쓸까?
판공비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접대시 잡비로 쓰거나 고생한 직원들에게 저녁 대접하는 데 사용하는 정도다.
그런데 강연료로 받은 돈으로 꼬박꼬박 기부를 하는 장관도 있다. 바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다.
교수 출신답게 강연을 즐기는 백 위원장은 올 3월 취임한 뒤 지금까지 총 19번의 강연을 다녀왔다. 그렇게 받은 돈이 딱 1000만원이다. 백 위원장은 이 돈을 모두 사회단체나 학교기금에 기부했다.
그것도 강연료를 받은 즉시 기부금으로 송금한다. 예컨대 지난달 25일 한국표준협회로부터 강연료 100만원을 받자마자 당일 100만원을 어린이재단으로 보냈다. 지난달 18일에는 머니투데이 조찬강연료로 세후 95만6000원을 받고는 즉시 머니투데이가 주관하는 '금요일의 점심' 프로그램의 소아암 아동 돕기 성금으로 100만원을 맡겼다.
취임 후 백 위원장이 강연료로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곳은 다일복지재단이다. 노숙자 등을 위해 매일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 곳에 백 위원장은 2번에 걸쳐 총 250만원을 보냈다. 이밖에 △부스러기사랑나눔회 170만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150만원 △어린이재단 100만원 △머니투데이 금요일의 점심 100만원 등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백 위원장이지만 대접할 사람이 없을리 없다. 강연료를 모조리 기부하고 있으니 접대시 잡비나 비공식적으로 직원들 사기진작할 때 쓰는 돈은 모두 백 위원장의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기부를 해서 백 위원장에게 돌아오는 금전적 혜택은 기부금 소득공제 정도다. 현행 법상 정부가 지정한 공익법인에 기부금을 낸 개인은 소득의 15%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백 위원장의 기부 습관은 이화여대 교수로 있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사회단체를 잘못 골라 기부했다가 단체로부터 되레 "돈 더 내놓으라"는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 위원장의 어릴 적 가난하게 자란 기억이 기부 철학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산골마을의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난 백 위원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장학금을 받아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중앙대로 진학한 것도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약속받았기 때문이었다.
백 위원장은 "강연은 개인이 아니라 공정위원장 자격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연료 역시 개인 돈이 아니다"며 "가급적 강연료를 받지 않으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면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