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7년 8월 17일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음악 중재 효과’는 음악이 개인의 정신, 신체적 문제가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것을 말합니다. 최수빈 동문(피아노전공 95)은 주로 서양에서 이루어지던 이 분야의 연구를 한국 전통 음악에 접목하여 ‘국악곡의 음악 치료적 효과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국악과 의학을 결합하여 과학적인 국악 효과연구의 시작을 알린 최수빈 동문을 만났습니다.
Part1. 국악의 매력에 빠지다.
Q. 학부 전공은 피아노, 석사 전공은 문화행정, 박사 전공은 한국음악이론을 택하셨는데, 각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학부 전공인 피아노는 제가 원해서 시작한 전공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부모님이 제가 피아노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서 권하셨는데 졸업하고 나니 진로가 막막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취업은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 되었어요. 그래서 대학원 석사과정에서는 문화행정전공을 선택했고, 석사 졸업 후에는 국립 국악원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국악 공연을 많이 보면서 국악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또한, 국악은 대중들에게 외면받아온 콘텐츠여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랐고, 일상생활에서 국악을 접할 기회가 적은 것도 아쉬웠어요.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박사과정에서 한국음악이론전공을 택했습니다.
Q.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국악만의 매력이 있다면?
- 많은 사람이 국악이 지루하고느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국악 공연을 직접 보면 우리 민족의 색과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국제안과학회 ‘ARVO’에서 가야금 공연을 하셨는데, 관객의 반응이 어땠나요? 가야금은 언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ARVO에는 각국의 의학자, 연구원이 참여해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 마지막 날에는 회원들이 클래식 음악이나 록 밴드 공연을 합니다. 저도 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클래식 멤버들과 가야금 연주를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가야금은 국립 국악원에서 근무할 때 전통악기를 접할 기회가 많아서 관심이 생겼고, 박사과정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Q. 지난 학기에 첫 교양수업(음악의 이해와 감상)을 맡으셨는데, 수업할 때 전공수업과의 차이점이 있나요?
- 교양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강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전공수업에서는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전달하면 되지만, 교양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수강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음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음악의 장르는 정말 다양한데, 수업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고전 음악만 다룰 것으로 생각한 학생도 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음악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진정으로 즐기면 좋겠습니다.
Part2. 새로운 분야의 연구에 도전하다.
Q. 연구자의 길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처음부터 연구자의 길을 가려던 건 아니에요.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보니 방법론과 통계학에 흥미를 느꼈고, 이 분야의 전문가도 적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 융복합분야의 연구는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 다양한 전공의 많은 후배들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Q. 대학원장상을 수상하며 졸업하셨는데, 당시 어떤 논문을 발표하셨나요?
- 전통음악의 중재 효과를 밝히기 위한 연구방법론에 관한 논문입니다. 음악 분야의 연구, 특히 방법론 논문은 다른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인데 제 논문이 관련 분야에 많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음악의 중재 효과에 관한 연구는 넓게 본다면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다른 분야와 융합한 연구도 해보고 싶습니다.
Q. 이번 연구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 음악의 통증 감소 효과를 측정하는 연구입니다. 백내장 수술을 할 때 국악을 들은 그룹과 듣지 않은 그룹의 신체 바이탈 사인을 측정하고, 통증 점수를 표시하게 했어요. 통계를 내 보니 국악을 들은 그룹이 통증 지표가 더 낮았습니다. 음악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음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이러한 연구를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인 측정방법을 사용해 임상시험을 수행하고그 결과를 분석해야 해요. 저는 의학전공자가 아니어서 연구를 수행할 때 막히는 부분이 많았는데,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Q. 이전부터 음악과 의학을 결합한 연구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 네.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음악을 접목해서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의학 분야의 연구였어요. 이 분야의 연구는 측정이 비교적 수월하고, 과학적 증명이 가능합니다. 또한, 통증에 음악을 쓰거나 불면증 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선행연구가 많았는데 대부분 서양에서 이루어지고, 서양음악을 사용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우리나라 음악을 써보자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 어떤 음악을 들려주었나요?
- 가야금과 해금으로 가사 없이 연주된 ‘오빠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무슨 음악을 사용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판소리나 창은 느리고 거칠어서 환자한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오빠 생각’은 실험 대상자의 연령대에 적합하고, 통증 완화에 쓰일 수 있는 음악의 기준에 맞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연구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 통증이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음악이 활용되고,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변화하길 바랍니다. 이번 연구를 위한 기초 설문을 했을 때, 통증 완화에 음악을 사용한다는 답변이 없었어요. 음악이 유흥과 오락 이외의 측면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인정받는다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통해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특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말 ‘통증을 완화하는 음악’이 있다면 의료 현장에서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Q. 올해 ‘ARVO’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 ARVO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의 연구에 선입견 없는 관심을 보여주고, 의견을 말해주어서 좋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를 시도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마주할 때가 많은 편이거든요. 제 연구결과를 가지고 해외에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연구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증명하려는 가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밝힌 순간이 가장 기분이 좋아요.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실험을 디자인하고, 실험을 진행해 주실 분을 찾는 등 관련된 일을 혼자서 해결해야 했어요. 이 과정도 어려웠는데, 제 연구결과는 증명하기 힘들 것이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내외에서 모두 발표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교수님이 계셨어요. 그렇지만 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고 의학저널에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논문이 통과하기까지 2년이 걸렸는데,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Q. 의학전공자가 아님에도 관련 연구를 하고 계시는데, 그 때문에 겪은 어려움이 있나요?
- 전문가로서의 연구가 아닌,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시작한 연구이기에 주변의 도움을 구해야 했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의학, 통계학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고, 공동 연구자분들의 도움도 매우 컸습니다. 지도교수님을 설득하는 과정도 힘들었어요. 정말 좋은 연구지만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거나, 나온 결과가 연구로서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선배 연구자로서 초보가 하기에는 어려운 연구라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 진행했고, 지금은 지도교수님께서 많이 기뻐하십니다.
Q.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무엇인가요?
- 음악과 유전자에 관한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통증을 느끼는 순간에 음악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의 유전자 형태가 어떤지 밝히거나, 음악 천재에게는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 밝히는 것입니다.
Part3. 연구자 최수빈의 길
Q.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 꿈과 목표가 원대할수록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1993년 ‘Nature’에 음악효과(Mozart effect)를 증명한 연구가 소개되었어요. 이후 20여 년 동안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음악중재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제 연구가 이런 논란을 종식하고 음악 중재 분야에서 인정받고 참고되길 희망하고, 문화예술 융복합 분야의 연구를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Q. 진로를 고민하는 음악 전공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 많은 음악 전공자들은 어릴 때부터 악기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사하는 선생님의 방식을 따르게 되고, 인생의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선생님은 실기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서, 학생이 보는 세계도 실기 위주의 세계입니다. 음대 커리큘럼도 실기자를 위한 과목에 치중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대학 졸업 후에 실기인이 될 수 있는 확률은 막연히 생각하던 확률보다 훨씬 낮아요.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거나, 음악을 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 건 정말 어려워요. 그러니 전공에만 국한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서 미리 준비하길 바랍니다. 저도 타과 강의를 많이 들었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예술전공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를 결합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자신의 전공과 융복합되었을 때 빛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음악을 전공했다면, 공간 음악 전문가가 되는 등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음악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음악에 관심이 많다면 실기인을 매니징하거나 예술 분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직업을 고려해볼 수 있겠죠. 또 대중문화의 사회적인 의미를 올바르게 바꾸고 예술 생태계를 발전시킬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화 융복합분야는 충분히 개척 가능성이 크니 계획을 잘 세워서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사진 / 글 : 중앙사랑 25기 최세령 (융합공학부 3학년)
인터뷰 / 글 : 중앙사랑 25기 최현욱 (사회복지학부 3학년)
인터뷰 : 중앙사랑 25기 조희진 (국제물류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