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 동문(사진학과77학번, 본회 부회장)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에서 사진 전시
‘러시아의 루브르’도 허락한 ‘앵글의 예술’
[조선일보 신형준기자]
15일 오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박물관 교육센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총장을 지낸 세르게이 롤드긴 교수가 열띤 목소리로 “에르미타주박물관에서 사진작가 전시회가 열린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연예인 인물 촬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조세현(48)씨의 전시회 개막식장이다.
“좋아하는 모델은 눈 약간 찢어진 한국적 눈매를 가진 사람”
이영애, 고소영, 김태희, 비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의 광고사진이 조씨의 앵글에서 태어났을 정도로 조세현씨는 연예인 인물 촬영에서 유명하다. 얼마 전 여배우 김태희씨가 아프리카로 사진 촬영을 떠났다가 현지인 권총 강도를 만났을 때 동행했던 작가도 그였다.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주박물관이 연예인 광고사진으로 이름난 한국 작가를 초대해 전시회를 열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에르미타주박물관에서 한국 작가 초대전이 열린 것은 1993년 김흥수 화백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전시 커미셔너’격인 롤드긴 교수가 100여명 청중에게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04년 가을 나와 절친한 한국인의 피아노연주회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 친구는 조세현씨의 사진전시회에 꼭 가보라고 했다. 나는 음악인이지만 전시장에 걸린 그의 사진 앞에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러시아에서도 전시하고 싶었다.”
에르미타주박물관 전시회의 주제는 ‘코리아, 바람의 소리’(삼성 후원)다. 조씨가 지난 86년부터 20년간 촬영했던 한복을 입은 인물사진 28점을 엄선했다. “주제는 ‘한복의 아름다움’, 혹은 ‘한복과 어우러진 한국인의 초상’입니다. 단군 이후 5000년 동안 입었던 옷이 한복 아니겠습니까. ‘한’에는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한(韓)’이라는 뜻도 있지만 한강에서처럼 ‘크다’는 의미도 있고 또 ‘한(恨)’이라는 뜻도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복은 결국 ‘우리 그 자체’ 입니다.”
‘연예인 동원 능력’이 뛰어난 그답게 이번 전시 작품 중에도 이영애, 이미연, 배두나 등 톱스타들이 등장한 작품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 속 모델들은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모델은 전형적인 우리네 눈매를 가진, 그러니까 눈이 약간 찢어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정말 한국인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요.”
그가 전통 한지인 닥종이에 사진을 인화한 것도 한국의 진짜 맛을 우려내기 위해서였다.
배경은 서울 고궁과 안동 하회마을, 북한 금강산 등 한국의 대표 명승지다.
에르미타주박물관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15일 개막식을 찾은 블라디미르 릴로(34·영화제작자)는 “한복을 처음 보지만 사진을 통해 색감이 매우 밝고 또 진정한 색채(true color)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형준기자 [ hjs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