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글’서 중재역…총장직 별명도 ‘속죄양’ | |
한국인 유엔총장 사실상 확정 | |
이용인 기자 | |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외적 화려함’ 속에서도 ‘내적 고통’을 수반하는 세계 최고의 외교관 지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지구촌 재상’으로서 세계 192 회원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공평무사하게 풀어내야 하는 ‘고난도’의 외교력이 필요하다. 본인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정글 같은 국제사회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각종 국제분쟁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중재자’ 구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스웨덴·미얀마·가나 등 강대국과는 거리가 있는 나라에서 역대 사무총장이 배출된 것도 분쟁 당사자로부터의 ‘중립’과 강대국의 이해로부터의 ‘독립’ 등 사무총장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사무총장은 유엔 총회를 비롯해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여한다.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도 사무총장의 몫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국의 수장으로 3천여명의 직원을 지휘하며, 세계 각국에서 국가원수에 버금가는 의전과 예우를 받는다. 연봉은 1997년 이래 22만7253달러(약 2억원)로 책정돼 있으며, 판공비와 관사, 경호 등도 제공받는다. 그러나 강대국 위주의 국제정치 현실에서 까다로운 5개 상임이사국의 입맛을 맞춰 가며 약소국들의 사정까지 두루 살펴야 하는 자리인 만큼, 고민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유엔 사무총장직을 흔히 ‘치어 리더’, ‘고해 신부’로 비유하거나, 사무총장의 영문 약칭 ‘SG’(Secretary General)를 속죄양(Scape Goat)에 빗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차기 사무총장은 유엔 개혁이라는 힘겨운 과제를 넘겨받는다. 유엔은 급속히 바뀌고 있는 국제 질서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아온데다,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내부 개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과 독일 등의 안보리 진출 시도와 개도국들의 발언권 강화 요구 등이 맞물리면서 가장 큰 쟁점인 안보리 개혁 문제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불안과 빈부·인종·지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차기 사무총장의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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