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삼중 논문심사료, 대학원생만 ‘속앓이’

중앙대학교는 일찍이 폐지, '논문심사는 일련의 교육 과정, 학교에서 부담해야'

 

- 미비한 법령 개정 통해 ‘구체화’ 시켜야
논문심사도 ‘교육 과정’ … ‘교비’로 충당해야

 

#1. 정모(28)씨는 서울 소재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4학기 째다. 그간 1900여 만원의 등록금을 냈지만 끝이 아니었다. 논문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또 심사료를 내야 했다. 정 씨는 “등록금을 냈는데 왜 논문심사료를 따로 내야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2. 서울 소재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수료예정인 김모(31)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다음 학기부터 수료생 신분 유지를 위한 등록금과 논문심사를 받기 위해 50만원이 넘는 논문심사료도 내야한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외부 심사위원’을 초청해야해 석사 학위를 받을 때보다 비용이 두 배 넘게 들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논문심사료현황.png

 

[한국대학신문 김태우·황성원 기자] 대학원 학위를 받기 위해 내야 하는 ‘학위청구논문심사료(논문심사료)’가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서울 소재 사립대 28곳을 조사한 결과 대학별로 최고 11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이미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부담하는 대학원생들에게 학위논문 심사를 위해 별도로 납부해야 하는 논문심사료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원생들은 관련 논문심사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이미 등록금을 납부한 상황에서 논문심사료는 ‘이중납부’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 타당성 없는 법령 속 학교별 ‘천차만별’ 징수 = 논문심사료는 논문박사제도에서 파생했다. 1945년 이후 1975년까지 시행됐던 이 제도는 정식 학생은 아니지만 연구 업적이 있거나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이 희망 대학원에 심사료를 내고 논문을 제출해 통과하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이후 대학원에 입학해 교육과정을 거쳐야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박사학위제도로 재정비 됐지만 논문심사료는 없어지지 않았다.

 

현행법 중 논문심사료 징수 근거가 되는 것은 고등교육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그간 수차례 개정됐지만 논문심사료는 유지됐다. 동법 시행령 45조에 따르면 대학은 “대학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석사학위논문 또는 박사학위논문의 제출자로부터 실비에 상당하는 심사료를 징수”할 수 있다. 심사료 징수 기준을 실비에 두다보니 대학마다 심사료가 천차만별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논문심사료가 없는 대학이 있는 반면 3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징수하는 대학도 있었다.

 

이미 등록금을 내는 학생에게 논문심사료를 추가 징수하는 것은 이중부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등록금이 지도교수의 지적 노동에 관한 비용과 대학 시설이용에 관한 비용을 포함한 경비이기 때문에 논문심사료도 이에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는 수업을 듣지 않고 논문을 쓴다. 이때 학생은 이미 등록금을 냈는데 또 논문심사료를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 을의 위치에 있는 대학원생에게 학비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송혜윤 책임연구원은 “대학에서 과제나 졸업 논문 심사를 받을 때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지 않나. 이미 등록금을 통해서 냈고 교수도 대학 측으로부터 상응하는 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도 다르지 않다. 논문심사에 따른 비용은 대학이나 학과가 지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 국내는 ‘유상’ 해외에선 ‘무상’ = 해외에서는 논문심사료를 따로 받지 않거나 등록금에 포함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논문심사료를 따로 청구하지 않고, 수료하더라도 1년간 무료로 논문심사를 받을 수 있다. 영국 역시 논문심사료를 등록금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따로 징수하지 않는다. 단 외부 심사위원을 초빙할 때는 대학 측이 숙박비와 교통비 등 제반 비용을 지불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에서 논문을 쓴 경험이 있는 이들은 모두 국내 논문심사료 제도를 ‘낯선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사립대 일반대학원에 다니는 일본인 유학생 B씨는 “일본에서는 교수가 학생 논문을 심사하더라도 대학에 비용을 청구하는게 당연시되고 있다. 대학은 의무를 다하고 학생은 권리를 누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독일인 유학생 스티븐씨는 “독일에선 있을 수 없는 제도”라며 “대학교육을 받기 위한 비용이 기본적으로 무상이라 등록금을 내고 또다시 논문심사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 논문심사료를 대학교비로 지급하고 관련 법령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김선우 총학생회장은 “이미 일부 대학은 논문심사료를 학생들에게 징수하지 않고 교비로 쓰고 있다”며 “제도를 개선해 논문심사료를 대학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앙대 일반대학원의 경우 2010년부터 학생부담 논문심사료 제도를 폐지했다. 이 대학원은 학교 교비를 통해 내·외부 심사위원들에게 심사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논문심사 과정은 ‘일련의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학교 예산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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