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덕장
김리한
시간마저
말려 버리는
산골 마을
먼 바다 건져
줄줄이 꿰어
눈밭에 심었네
빈 골짜기
빽빽하게 펼쳐진
황태 숲
주검조차
풍요롭게 보이는구나
언 바람 매달아
풍장 치르는 거친 손에
노을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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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 덕장
김리한
시간마저
말려 버리는
산골 마을
먼 바다 건져
줄줄이 꿰어
눈밭에 심었네
빈 골짜기
빽빽하게 펼쳐진
황태 숲
주검조차
풍요롭게 보이는구나
언 바람 매달아
풍장 치르는 거친 손에
노을만 묻어난다
러빙 빈센트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래 전,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반 고흐 전시회’가 있어 다녀왔고, 여러해 전에는 ‘피카소-고흐전’을 예술의 전당에서 감상하였다. 요즘 마을학교에서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는데, 미애가 “...
섬진강 안단테 김리한 이제 달빛을 버리고 가야할 때라며 강 건너 나룻배가 넌지시 삐거덕거린다 쏟아지는 별빛 물결 위에 찰랑거려 강변 대나무 숲 사이 바람은 조용히 잠을 자고 산 그림자 드리워진 가장자리 자갈들도 소리 없이 젖어 강물은 저 혼자 울고 ...
꽃비가 내리는 날 김리한 봄비로 떨어지는 꽃잎은 마음에 쌓인다 젖은 잎들이 낯선 길바닥에 달라붙어 그리움 묻으면 물안개 되어 다시 피어나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뒤돌아보면 그리워질까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지만 되돌아갈 수 없는 길...
어쩌다 봄꽃 김리한 마음속에 뿌리면 무엇이든 그리움으로 자란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얼마나 참았길래 소리 없는 밤비에 봄꽃 뱉었을까 내가 울어서 청춘이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밤새워 울어 보겠지만 떨어진 꽃잎은 빗물 따라 흘러가 버렸다 어쩌다 봄...
시심(詩心)은 김리한 오늘도 빈 노트 펼쳐 놓았습니다 어쩌다 들를지 모르는 말들이 자리가 없다고 그냥 돌아갈까 봐 고개 숙인 아내처럼 가만히 차 한 잔도 옆에 두었습니다 달력에 동그라미 치듯 의미를 주려 했지만 햇살은 아무 허락 없이 창을 열고 들어...
낯선 거리에 홀로 선 겨울이다 김리한 나를 떠나 먼 곳에서 뒹구는 생각 울긋불긋 피어난 나뭇잎조차 다 떨어져 흰 눈 덮혔다고 산이 바뀐 것은 아닌데 내 얼굴 주름졌다고 내 마음이 달라진 건 아니다 종착지도 ...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김리한 세월의 두께 점점 얇아지더니 달랑 한 장만 돌아볼수록 아쉬워지는 미련투성이 잊으려 했을 땐 이미 노을은 산마루에 걸려 있다 고개 넘으며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은 이 고개 넘으면 다...
바람의 그림자 김리한 애써 숨긴 마음 바람에게 들켜 버렸습니다 기다리지 말라는 말씀 그냥 버릴 수 없어 낙엽들이 비처럼 내리는 거리에 웅크린 그리움 아무리 애원 해봐도 시간은 길을 떠나겠지요 후미진 골목길 떠돌던 달...
황태 덕장 김리한 시간마저 말려 버리는 산골 마을 먼 바다 건져 줄줄이 꿰어 눈밭에 심었네 빈 골짜기 빽빽하게 펼쳐진 황태 숲 주검조차 풍요롭게 보이는구나 언 바람 매달아 풍장 치르는 거친 손에 노을만 묻어난다
눈이 내리면 김리한 당신이 보고 싶은 날 하늘이 손편지를 뿌립니다 길들이 잠든 밤 몰래 문 앞에 수북이 쌓아 두고 갑니다 내 마음 둘 곳 없어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았더니 밤사이 쌓여 있는 사연들 그 속으로 떨...
나의 정원 김리한 봄꽃들의 향연 푸른 축제도 붉게 물든 잎새마저 떠난 뒤 하얀 침묵 세상의 자유 구속하더니 별보다 더 많은 생각들 내려와 잊고 있던 나의 동네 어느 날 창문을 간질이는 아침 햇살 다시 돌아와 가지 끝에 목숨 ...
가을은 저 혼자 아프다 김리한 또다시 그리움이다 열병처럼 지나간 여름 흔들리며 주저하던 들판도 고개를 숙인다 터져 버린 산등성이 바람 막힌 숲길에 빨갛게 노랗게 상처가 남아 저녁노을 속으로 새파란 푸념 던지다 두...
겨울밤 김리한 낡은 유리창 달라붙은 시간의 흔적들 밤길 밝히던 노란 전구가 깨진 것은 이미 오래전 달빛 곱게 썰어 뒤뜰에 뿌리고 소리 없는 별빛을 밤 그늘에 쌓아도 수많은 이야기들 몸을 숨긴 채 빈 가지 흔들고 겨울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