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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섭(법학04) 동문
변호사 (법무법인 해승)
총동창회 전문가위원회 법률분야 전문위원
법률신문 법조광장 칼럼 '좋은 변호사란'
이번 주말엔 새로운 곳에서 머리를 잘랐다. 다음 주에 겪게 될 새로운 일들 때문에 무언가 새로움이 필요했고, 전에 다니던 곳은 다신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전에 다녔던 미용실은 미용사 서너 명에 보조를 하는 분들이 몇 분 있었고, 샴푸와 드라이를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때론 퉁명스럽게 대하기도 했지만 제법 손님이 많았고 나 또한 여기가 잘해서 그러겠거니 하고 다녔다. 나를 담당하시던 원장님은 다른 손님을 신경 쓰느라 보조 미용사들에게 지시하느라 한눈을 팔기도 했다. 내 머리를 자르는 십분 남짓한 시간에도 옆의 손님과 대화를 주고받곤 했다. 그래서였는지, 그날따라 컨디션이 별로여서였는지 종종 제멋대로 머리를 잘라놓기도 했다. 내가 까다로운 요구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샴푸를 하거나 머리를 말려주던 분들은 시시때때로 바뀌었고 숙련도도 들쭉날쭉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곳으로 갔다. 내가 찾아간 곳은 미용사 한 분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보조원도 없고 의자는 달랑 두 개인 작은 미용실이었다. 미용사는 처음 온 나의 요구사항에 집중하였고, 정성스레 그리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잘라주었다. 머리 조금 다듬는데 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원래 이 정도 시간은 들였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게 느껴졌다. 손님이 나 혼자였지만 미용사는 머리를 자르는 데에만 집중했다. 나 못지않게 말수가 없어서였는지 조용히 가위질 소리와 텔레비전 소리만 들렸다. 샴푸를 할 때에는 두피마사지도 정성스레 해주었고, 드라이 바람이 너무 뜨겁지 않게 신경 쓰며 머리도 말려주었다. 같은 값이었는데도, 전에는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됐다'하는
그래서 이번엔 다른 곳으로 갔다. 내가 찾아간 곳은 미용사 한 분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보조원도 없고 의자는 달랑 두 개인 작은 미용실이었다. 미용사는 처음 온 나의 요구사항에 집중하였고, 정성스레 그리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잘라주었다. 머리 조금 다듬는데 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원래 이 정도 시간은 들였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게 느껴졌다. 손님이 나 혼자였지만 미용사는 머리를 자르는 데에만 집중했다. 나 못지않게 말수가 없어서였는지 조용히 가위질 소리와 텔레비전 소리만 들렸다. 샴푸를 할 때에는 두피마사지도 정성스레 해주었고, 드라이 바람이 너무 뜨겁지 않게 신경 쓰며 머리도 말려주었다. 같은 값이었는데도, 전에는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됐다'하는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값을 치르며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고 또 오겠다고 하며 나서는 발길이 가벼웠다.
나오면서 생각하기를 직업인으로서 내가 본받아야 할 태도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임감과 정성을 다하는 것 말이다. 한편 또 생각하기를 하물며 미용실을 선택할 때도 그럴진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송사에 휘말리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 변호사를 선택하게 될까하는 것이었다. 아마 보통의 사람들은 일단 규모가 큰 로펌 또는 경력이 화려하거나 유명하다고 알려진 변호사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사무라는 것은 변호사의 학력이나 경력, 그가 가진 노하우보다도 그가 맡은 사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연구하고 정성을 들일 수 있는지에 성패가 달려있지 않나 싶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해당 사건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 그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그러니 사건이 너무 많아 변호사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곳, 겉만 번지르르하고 사건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수 없는 곳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숨은 맛집' 같은 곳을 택하는 편이 낫다. 사건에 따라서는 법무법인보다도 변호사가 한두 명뿐인 법률사무소가 일을 잘 처리하기도 한다.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정성을 쏟을 시간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일만 벌이는 것은 변호사 자신에게도 그를 믿고 있을 의뢰인에게도 큰 불행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일을 맡아야 하고, 맡은 일을 함에 있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고급정보에의 접근이 쉬워지고, 알파고와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능력을 위협하는 시점에서 변호사라는 한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또한 이것뿐이다. 정성을 들이면 누군가는 그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의 짧은 생각일 수도 있다. 이런 기본적인 자세를 지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몸소 깨닫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의 정답은 언제나 간단하기 마련이다.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의 그 초심을 잃지 않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변호사로 성장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중용에 이에 딱 맞는 구절이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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