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쓰러진 지 317일째 숨져
시민 800여명 몰려…대책위 "부검에 강력 반대" vs 檢 "검시뒤 부검여부 결정"
지난해 진보진영 시민단체의 대규모 시위인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행정68) 동문이 25일 숨졌다. 백씨를 치료해온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후 1시 58분 백씨가 급성신부전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지 317일째 되는 날이다.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와 부인 박경숙씨 등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백남기대책위에 따르면 백씨는 전날까지 이뇨제를 투약해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수혈·항생제투여·영양공급 등을 할 수 없어 혈압이 계속 떨어지는 위독한 상태였다. 백씨의 시신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장례식장 안치실로 옮겨져 있으며, 현재 시신을 검시중이다.
이날 백씨가 숨진뒤 대책위 등 시민 800여명(경찰추산)은 장례식장 안팎에 모여들어 고인을 조문하고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며 경찰을 규탄했다. 일부는 장례식장 입구에 앉아 부검 시도를 막겠다며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살인청장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 규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오후 5시 25분과 오후 6시 35분께 장례식장 인근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을 폭행한 20대 남성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돼 용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1호실에 마련된 백씨의 빈소에는 시민들이 몰리기 시작했으며, 조문을 하기 위한 시민들의 줄이 장례식장 현관 바깥까지 길게 늘어섰다.
작년 1차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대는 경찰이 청와대 방면 행진 차단을 위해 설치한 차벽에 밧줄을 연결했고, 백씨는 이날 오후 6시56분께 시위대가 연결시켜 놓은 밧줄을 잡아당기던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뒤로 넘어졌다.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진 백씨는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전남 보성군에서 농사를 지어온 백씨는 정부에 쌀 수매가 인상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자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2년에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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