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6년 4월 중대신문 인터뷰 '대학보도-스포츠'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이정은(스포츠산업전공2) 동문

"과녁을 향해 쏜 어린 소녀의 꿈"

 

오는 8월부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다. 사격은 하계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이라고 불리는 만큼 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는 못 했지만 그런 국민들의 기대감을 받아 실력을 뽐내고 싶다는 사격 선수가 중앙대에 있다. 이제 도약을 시작하는 중앙대 여자 사격부의 막내 이정은 학생(스포츠산업전공 2)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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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소리만 울리는 사격장에 널브러져 있는 탄피의 수가 사격선수들이 흘린 땀이라면 사격선수들의 총은 그 선수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여자 사격선수 이정은 학생의 총도 마찬가지로 그의 총을 보면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들이 붙어 있는 그의 총은 그가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여느 여대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그의 손 모양에 맞춰 닳아진 손잡이는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이제는 총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돼버린 사격선수 이정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대생과 총, 조금 낯선 조합이다.
“여자가 총을 쏜다니, 멋있지 않나요? 친구들은 멋있다고 해주던데요.(웃음) 사격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총을 든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제 성격과도 너무 잘 맞는다고 느꼈죠.”

 

-사격선수가 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여자가 총을 쏜다고 하니 다들 신기해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셨어요. 사격을 권유해 주신 게 삼촌과 부모님이시거든요. 그 후 부모님께서는 저보다 더 사격을 좋아하시고 지금은 제가 국가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삼촌이 사격을 권유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공부할 머리가 아니란 걸 아셨나 봐요.(웃음) 농담이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는데 당시 삼촌께서는 사격 국가대표 감독님이셨죠. 사실 그때 삼촌이 사격한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요. 첫 테스트를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총을 쏜다는 것도 너무 멋있다고 느껴졌고요. 삼촌께서 ‘사격
하겠다고 했으니까 나중에 그만둔다는 말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는 너무 재밌고 멋있으니까 무조건 하겠다고 맹세했죠.”

 

-여자아이가 총을 다루기 어려웠을 것 같다.
“처음부터 총을 다루기에는 기본기도 없었고 체력도 부족했죠. 그래서 무게추를 단 에프킬라를 들고 총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기본기 훈련부터 시작했어요. 지루했지만 빨리 경기용 총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죠.”

 

-사격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
“항상 재밌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웃음) 고비가 많이 왔었죠. 특히 중학교 3학년 때는 코치님과 부모님께 진지하게 사격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매일 학교, 집, 훈련장이 반복되니까 일상이 지루했죠. 사격에 흥미를 잃은 거예요. 낮은 점수를 쏴도 화가 나지 않고 높은 점수가 나와도 기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저를 많이 믿어주셨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고 너무 죄송스러워서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만약 지금 사격선수가 아니었다면.
“만약 사격을 그만두었다면 미용 분야 쪽을 배우고 있었을 거예요. 주변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고 워낙 헤어나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서 자격증도 따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벌써 7년째 선수생활을 하고 있네요.(웃음)”

 

-7년 차 사격선수가 말하는 사격의 매력은 무엇인가.
“사격 경기장은 어느 종목의 경기장보다 훨씬 조용하죠. 하지만 그 침묵 속에 터지는 총소리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0.1점 차로 순위가 갈리기 때문에 경기에 임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끝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여자 사격선수와 남자 사격 선수의 차이가 있나.
“여자 사격선수와 남자 사격선수는 경기 종목이 다르기 때문에 종목에 따른 훈련을 한다는 점이 다른 점이겠죠? 남자 선수들은 스탠다드권총이나 센타화이어권총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있지만 여자 사격선수들은 공기총을 사용하는 10m 경기와 화약총을 사용하는 25m 경기만 있어요. 저는 그중 25m 화약총이 주 종목이고요.”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데.
“수업이 없을 때는 태릉국제사격종합장에서 기초 체력훈련이나 실전 훈련을 해요. 사격은 쏠 때마다 긴장과 집중을 해야 해요. 그래서 주로 반동을 견딜 수 있는 하체 훈련이나 총을 들고 버티는 정지훈련을 해요. 화약총이 주 종목이기 때문에 25m 사대에서 완사 50발, 급사 50발을 쏘는 실전 훈련도 틈틈이 하고요.”

 

-화약총을 주 종목으로 결정한 이유는.
“화약총이 훨씬 위험하고 무겁지만 쏠 때 느껴지는 스릴이 더 커요. 한발 한발 장전하면서 쏴야 하는 공기총과 달리 화약총은 한번 탄을 장전하면 5발을 연달아 쏠 수 있어서 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져요. 또 총을 쏠 때 오는 반동이 큰데 그 반동을 제가 잘 받거든요. 그래서 화약총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이정은 선수만이 가진 강점인가.
“다른 선수들보다 반동을 잘 받아요. 코치님들께 가장 칭찬을 많이 받는 점이죠. 타고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기분 좋아지라고 해주는 말인 줄 알았는데 국가대표 이도희 코치님도 칭찬해주셨어요.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국가대표 선수들을 데리고 오셔서 ‘저 선수 쏘는 거 봐라’면서 반동을 잘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죠.”

 

-사격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다.
“위험한 건 사실이죠. 실수로 공기총에 맞으면 멍이 들기도 하고 화약총은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총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 규칙이 아주 엄해졌어요. 총기에 실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전기를 꼽는다거나 자동표적지 경기장이 아니면 경기를 열 수 없죠. 사격 선수들도 항상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계속 사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를 믿어주시는 부모님과 표적지를 맞출 때 느끼는 통쾌함 때문인 것 같아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그동안 훈련했던 것들을 모아 한 발을 쏘는 순간 그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죠.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분들에게도 사격 체험을 추천해드려요.(웃음) 보는 것도 재밌지만 쏘는 건 몇 배 이상으로 훨씬 재밌거든요.”

 

-지난해 대학부 선수로서 첫 시즌을 지냈는데.
“대학부와 고등부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대학부 선수는 혼자 자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고 고등부 때보다 학교생활도 많이 할 수 있죠. 하지만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훨씬 크더라고요. 지난해 시즌 첫 경기였던 ‘27회 대학연맹기’에서 느꼈죠. 당시 대학부 선수가 됐다는 기대감 반, 부담감 반으로 준비했어요. 결과적으로 성적이 낮게 나왔어요. 아무래도 혼자 훈련 하다보니까 스스로 훈련을 충분히 했는지 의심이 들더라고요. 결국 그 의심이 경기에 드러난 거죠.”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가.
“소위 말하는 ‘멘탈이 약한’ 선수예요. 경기 때마다 다른 선수들보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동안 훈련했던 것들을 메달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경기 도중에 한 번 실수하면 그 실수가 계속 신경 쓰여요. 그 실수한 한 발 때문에 그동안 노력했던 모든 게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을 못하고 기록도 점점 떨어지죠.”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훈련하는 방법이 있나.
“경기에 오르기 전에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실전 경기처럼 머릿속에서 상상하죠. 표적지를 그리고 총에 실탄을 넣는 것부터 하나하나 그리는 거예요. 실전 경기처럼 숨 쉬는 타이밍도 재고 총을 들고 쐈을 때 10점이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려고 하죠.”

 

-이제 대학부 2년 차로 임하는 각오가 다를 것 같다.
“아직도 떨려요. 하지만 이제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과감하게 쏘려고요.(웃음) 지난해 시즌 마지막에 열렸던 ‘24회 경찰청장기’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너무 고민하고 쏘다 보니까 실수가 나오더라고요. 쏴야 한다는 감이 오면 바로 쏴야 하는데 너무 고민한 나머지 감을 놓쳐버렸거든요.”

 

-곧 시즌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훈련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요. 그동안 훈련한 시간과 실력이 비례한다고 생각했어요. 고등부 선수일 때는 매일 훈련만 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대학부 선수가 된 후엔 이전보다 훈련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표적지에 잘 맞더라고요.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짧은 시간 동안 훈련하더라도 얼마나 집중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아직 눈에 띄는 기록은 없지만 누가 봐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겉모습만 보면 하나도 떨지 않고 ‘멘탈이 강한’ 선수로 보이고 싶기도 하고요. 선배들을 보면 자기관리를 잘한다, 경기에 집중을 잘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저도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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