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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경제78) 칼럼] ‘3金·2朴 시대’ 너머로 가는 길

“87년 체제 극복을 위해 새로운 바람 불어넣어줄 적임자로  박 대통령은 어떤가”

입력 2016-04-24 18:05

벚꽃·개나리 잔치는 끝났다. 잿빛 겨울을 박차고 나온 봄의 전령들은 화려했다. 꽃잎 흩날리는 벚꽃 엔딩은 몽환적이고 꽃자리를 잎에 내주는 모습은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정치는 벚꽃처럼 격정적이고 개나리 색깔만큼 화끈하다. 4·13총선으로 드러난 깜짝 반전은 위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제 몫 찾기에 혈안이라서 벚꽃 엔딩처럼 기대가 한순간에 스러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돌이켜볼수록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는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굽이굽이마다 벌어진 반전은 고통이고 기쁨이었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 산업화와 반동으로 나타난 70, 80년대 민주화가 그것이다. 김영삼·김대중은 민주화 투쟁의 아이콘으로 박 대통령 사후 80년대 들어 김종필과 더불어 이른바 ‘3김 시대’를 열었다.

3김 시대는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빛을 발한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92년, 97년 연이어 대통령에 당선되고 김종필이 그 과정에 깊숙이 기여하는 등의 3김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민주화는 완성 단계를 뽐냈다. 시민권은 확대되고 정권교체가 반복됐다.

 

 
하지만 ‘87년 체제’는 적잖은 문제를 담고 있다.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 방지엔 유효했지만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권한 집중에는 속수무책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는 이유다.

4·13총선에서 여당의 참패가 기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통치 스타일에 대한 심판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87년 체제 너머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한국정치사의 굵은 줄기가 산업화·민주화의 측면에서 ‘박정희와 3김 시대’로 요약됐던 것처럼 이제 87년 체제 이후 권위주의 시대의 종언을 포함한다면 ‘3김+2박 시대’로 명명될 수도 있겠다.

다행히 4·13 이후 여야 정치권에서 87년 체제 극복이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한다. 의제도 다양하다. 중대선거구제, 의원내각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해 산업화·민주화 이상으로 중요해진 사회 변화를 담아 정보화·생명·평화·복지와 같은 공동체적 가치 구현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책임정치를 위한 정치권의 다짐이요, 좋은 정치를 실현하려는 의지다. 소선구제와 중대선거구제만 보더라도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예컨대 95년부터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거구·비례대표제로 바꾼 일본을 보자. 양당체제 구축 및 자민당 내 파벌 철폐를 위한 제도 개혁이었다. 하지만 다당제 틀은 아직 공고하고 자민당 파벌정치도 그대로다. 무엇보다 득표율 대비 의석수의 언밸런스가 심각하다.

거꾸로 중대선거구제는 만년 2등 후보(정당)가 엉거주춤이라도 뽑힐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정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기도 한다. 제도의 진화는 계속 추구해야겠지만 제도만으로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도 3당 내지 다당제의 틀이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자면 소선거구제로는 한계가 있다.

20대 국회가 정개특위를 서둘러 마련해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다양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경제구조 개혁이 우선이니 정치 개혁은 뒤로 미루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치권이 진정성과 의지만 있다면 정치·경제 개혁은 충분히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책임감 있게 변화의 새 바람을 불어넣어줄 적임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그가 남은 임기를 ‘3김·2박 시대’ 너머로 가는 길을 여는 데 집중한다면 그야말로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떠오를 터다. 본격적인 꽃 잔치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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