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봄을 기다리며
16.03.04
며칠 전, 가까이 지내는 이가 사진을 보내왔다. 동해안을 여행하다가 찍었다는 사진 속, 눈을 뚫고 피어난 복수초(福壽草) 세 송이가 마음을 밝게 해주었다. 언뜻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헐벗은 나무 끝에 봄이 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앙상한 가지 끝마다 붉은 봉오리가 맺혀 있었는데, 그 봉오리는 이제 머지않아 꽃으로 피어나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것이다.
눈 속 복수초와 꽃망울을 달고 있는 겨울나무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녀린 꽃은 모름지기 언 땅에 뿌리를 내리고 눈을 이불 삼아 한겨울의 추위를 견뎌냈을 것이다. 겨울나무 또한 모든 잎새를 떨구고 폭풍 한설을 온몸으로 받아 견디며 꽃망울을 지켜냈을 것이다.
복수초는 작은 꽃이지만 그 끈질김을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추운 겨울을 땅속에서 견디다가 고개를 내민 줄기에 눈이 내리면 자신의 열기로 녹이며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러니 이 작은 꽃이 주는 교훈이 어찌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다 비워낸 앙상한 겨울나무는 새로운 생명력을 자신 안에 채워 간직한다.
봄꽃과 겨울나무 가지를 보고 있노라니, 생각이 자연스레 필자가 35년째 몸담고 있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이르렀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견뎌온 우리 제약산업은 이제 새로운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놀라운 성과를 거둔 기업도 있고, 머지않아 자랑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기업들도 있다.
바이오 제약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산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글로벌 시장 규모를 볼 때 자동차와 반도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이며 우리나라는 우수한 두뇌집단이 받치고 있어 잠재력 또한 크다. 무엇보다도 성공사례가 있어 국민의 관심도 높아졌다. 참으로 좋은 기회다. 물실호기(勿失好機)라고 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제약기업 스스로 기울이는 노력,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국민의 성원이 하나되어 7대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제약산업이 활짝 피는 대한민국의 봄날을 꿈꾸어 본다.
출처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170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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