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마지막 내용입니다.
어제 많은 분들의 답장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분의 답장을 인사에 대신합니다.------------------
선생님 저는 지금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심하게 구토를 한 다음 간신히 몸을 추스른 상태입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모두가 지금의 저 같은 현상은 아니겠죠.
심장에 폭포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천사가 사람이 되어 인간세상에서 건져 올린 인간이란..!!
인간세계를 꿰뚫어보고 거기서 콩알만 한 보석을 캐내어 스스로 날아오르는 그 광경에 혼절할 지경입니다.
그 천사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일러바치겠죠.
'사람이 얼마나 좋습니까...!!!'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소리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바위가 모든 사람의 눈에 바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나 역시, 보이는 것을 보여지는 데로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나의 신체적 반응이 일시적으로 오작동인 때이고
내 고정된 생각의 반사일 때입니다.
이런 이유는 내가 내 양심에 부끄러움 없이 아주 순수한 상태일 때도 이럴진대.
대립과 경쟁과 욕심과 무지와 이익이 전제로 되면 얼마나 많은 사실들이 갈갈이 찢어지겠습니까!
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걷는 동안(40일) 거의 말하지 않았죠.
하루 한 끼만 먹었습니다. 어떤 신념이나 결심을 하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먹고 싶을 때 먹었고,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먹었습니다.
꼭 식사자리가 마련된 식탁에서의 식사를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사과 몇 개, 빵 하나, 삶은 계란, 우유 등등 몸이 지탱될 정도로만 느껴지면 음식으로부터 해방하였습니다.
하루 40킬로씩을 3일간 연이어 걸은 적도 있었죠.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거리입니다.
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걷지 않았습니다. 걸음을 상대로 실험하지 않았습니다 .
그 때 제 몸은 제 마음의 시녀, 마음이 이끄는 데로 따라가는 착한 물체였죠.
아니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냥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상태를 그대로 가져와 일상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도인처럼 외딴곳에서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사람,
현세를 바라보며 측은한 듯 혀만 차는 그런 사람,
사람과 부딪힐 때 이질감을 느끼며 닿은 곳을 툴툴 터는 그런 사람,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정확하게 집어주며 궤도하려 드는 그런 사람이 혹여 될세라
그것과 맞서는 생활이야말로 이제부터 시작이었죠.
톨스토이가 답을 줍니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죠.(이하 생략)
박시호의 행복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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