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와 봉사로 즐거운 나의 ‘인생 4모작(四毛作)’
류 시 호 / 시인 ․ 수필가
교육공무원으로 퇴직했다. 박물관, 평생학습관, 문화원 등에서 인문학 강좌를 들으면서 보람된 일을 찾다가 서울시 이모작센터, 성북구청, 희망제작소에서 새로운 인생설계 연수를 받았다. 그곳에서 5060 베이비부머 세대 시니어들이 퇴직 후 30년 동안 활동해야 하는 8만~10만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해결방법을 배웠다. 연수 덕분에 서울특별시 주최 ‘서울사랑 수기 공모전’과 ‘서울시정책 수기 공모전’에 연거푸 당선되었다. 서울시 노인정책모니터링 위원, 휴먼라이브러리 휴먼 북, 서울시 시니어전문봉사 단원으로도 재능봉사를 하며 퇴직 후 삶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난 가을에는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서 수필집을 발간, 3번째 저서를 남겼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1모작(一毛作)은 대학을 졸업하고 자동차회사 연구소에서 산업의 역군으로 열심히 일한 시기다. 그러나 IMF 때 회사가 부도가 나 명퇴를 해야 했다. 2모작은 글짓기논술웅변학원과 유치원을 운영하며 자영업의 어려움을 깨달은 시기다. 3모작은 교원임용시험에 합격, 교육공무원으로 후학 지도를 하며 그동안 미뤄온 책 읽고 글쓰기에 정진했다. 교사 퇴직 후 시작된 4모작의 삶은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지역사회에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4모작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랑과 꿈을 향해 도전하며 살았다. 힘들 때는 여행, 음악회,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고궁 등으로 나들이를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글로 남겼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지인의 관심과 격려였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기쁨에는 괴로움이, 괴로움에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생의 기쁨은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데 있다고 하는데, 잠시 숨을 돌리고 우리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장수시대의 퇴직 후 삶은 재능기부와 봉사로 삶의 활력소를 찾는 것은 어떨까. 과거의 명예와 지위를 반납하고 한없이 낮추며 살아보자. 고통스러운 일이 생길 때는 “그거 잘 됐네”, “그거 참 다행”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노인 한 분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한 명언이 있듯 시니어의 경륜과 축척된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보자.
모진 풍파에 버티며 살다보니 삶이 덧없음을 느낀다. 세상이 혼탁해도 진실과 정성은 통하게 되어 있고 진실로 행동하는 삶은 아름답지 않은가. 인생은 바람과도 같지만 끝없이 도전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알았다. 이 겨울이 지나면 새봄에는 꿈도 희망도 행복과 함께 새롭게 싹이 틀 것이다. 사랑과 꿈을 향하여 4모작 삶에 도전해 보자.
조선일보 [오피니언] 아침편지 (2015.01.02.)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