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께서 갑자기 하시는 말씀.
우리가 아주 큰집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아니 가게 되었다고...
모두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깜짝 놀랐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차분하셨다.
알고 계셨나?
그동안 작은 집에서 서로들 불편을 감수하면서 너무 오래 지냈기 때문일까?
모두들 큰집으로 이사가는 추세라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기뻐했던지....
그 기쁨도 잠시, 아버지의 다음 말씀은 청천벽력!
큰집으로 가는 대신, 새엄마도 들어오셔서 같이 살아야 한다고...
엄마가 두 분이라고?
여긴 대한민국인데...
아~ 이 혼란.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란다.
이사가는 순간 우리나이도 갑자기 많아진단다. 대문 앞 명패도 바뀐단다.
그 집으로 이사가는 순간 나이 계산법이 갑자기 바뀐단다. 더하기 얼마라고?
이건 또 어느나라 계산법?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큰 집으로 가는 대신 한 약속이므로 꼭 지켜야 한다고.
이 부당한 약속을 지키라하신다.
약속이니까...지키라 하신다.
그런데 이건 그냥 약속이 아니잖아요?
부당한 약속을 하고 오신거잖아요!!!
나 또한 약속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관계의 기본이기에...
하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아빠가 하고오신 일방적인 약속에 따를 수 없을 것 같다.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큰 집에서는 살고 싶다.
내 나이도 그대로, 집 명패도 그대로.
내 욕심이 과한걸까?
아버진 왜 이런 큰 약속 전에 우리에게 의견 한번 물어주지 않으셨을까?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지.
의에 죽고 참에 살아야한다고.
갑자기 혼란스럽다.
무엇이 ‘의’고 무엇이 ‘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