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00713n23778

 

 

 

중앙대 ‘대학 개혁’ 중심에 서다

 

 

 

 

 

 

 

 

 

 

“중앙대,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전부 바꾸겠다.”

2008년 6월 10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의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외친 이 말은 대학 사회에 대대적인 개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철밥통’이라고 흔히 일컬어지던 대학 사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 지 2년, 그동안 중앙대가 벌인 개혁은 단지 중앙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대학 사회에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실험대가 되고 있다.

중앙대의 개혁은 여러 대학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으며 많은 이들이 중앙대의 도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앞세운 개혁 논리가 파고든 대학 조직에 대해 논란도 일었다.

중앙대의 개혁에 대해 ‘기초학문 말살’, ‘상아탑의 몰락’ 등의 비판도 있었지만, 중앙대의 개혁에 대해 대학 내부의 학생·교직원·교수, 그리고 수험생까지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박용성 이사장은 흔히 학생들을 하나의 제품에 비유한다. 지난해 교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판매되듯 대학도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 현장에서 앞으로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교육이 맞춰 줘야지 대학은 이렇게 교육시켰으니 사회가 알아서 하라면 어떻게 합니까”라며 “이제는 바꾸자는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확고한 의지 아래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 왔다. 대학본부와 재단은 우선 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대학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대학도 이미 경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선 기업의 운영 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앙대에 적용한 기업의 운영 원리는 간단하다. 교수·직원·학생 모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것. 거기에 운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원리에 입각해 교수에 대한 100% 연봉제를 국내 대학으론 처음으로 본격 시행했다.

이전까지의 연공서열 중심 보상 체계로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끌어낼 수 없을뿐더러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다. 철저하게 성과와 능력에 따른 평가를 통해 보상을 차별화하니 저절로 연구에 대한 의욕과 부담도 생겨났다.

성과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어

처음엔 교수 사회를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던 분위기도 올해 처음으로 S, A, B, C로 구분해 평가하고 최상위 S급 교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자 급반전됐다. 마찬가지로 교수뿐만 아니라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올해부터 성과에 따른 연봉제가 실시된다.

행정조직 역시 기획관리본부를 신설해 핵심적 대학 운영 기능을 하나로 통솔하며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시도했다. 총장 직선제도 임명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4월 8일 창학 이후 최대 규모의 학과 통폐합을 실시했다. 기존의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부)를 46개 학과로 재편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학과 31개를 줄여 2018년까지 국내 5대, 세계 100대 명문대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중앙대의 야심찬 목표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이 교내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 시위를 벌이고 말리는 직원과 몸싸움을 하는 등 진통을 겪었고 언론을 통해 보도돼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두산법인을 영입한 후 성과가 하나둘씩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갈등의 폭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중앙대는 최근 입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010학년도 입시에 사상 처음으로 6만3000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신입생 중 특목고 출신 등 성적 우수자가 크게 늘었다. 그리고 중앙대 입시 설명회에 몰리는 학부모와 수험생의 관심도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중앙대의 실험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공적으로 변화된 제도가 안착되고 새바람이 불고 있는 중앙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는 2~3년 후면, 더욱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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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법인 2년' 중앙대, 대학 개혁 중심에 서다]

이름 빼고 다 바꾼다’…강한 혁신 드라이브

 

 

 

 

 

 

 

 

 

“중앙대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전부 바꾸겠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중앙대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취임사에서 대대적인 ‘기업식 대학 혁신’을 예고했을 때 그 성공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두산그룹 최고경영자(CEO)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그가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대학가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기업 논리로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졌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중앙대는 대학 개혁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이후 중앙대의 변화는 눈부시다. 다른 곳이라면 10년 이상 걸렸을 일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뤄냈다. 정체된 대학 분위기만큼이나 고요하던 캠퍼스는 신축 건물을 짓는 공사용 중장비의 움직임으로 활기가 넘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학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그동안 이뤄낸 변화의 폭과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때 동양 최고 수준으로 꼽혔지만 부족한 열람석과 낙후된 시설로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던 도서관은 최신 시설과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첨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많은 강의실이 계단식 구조로 바뀌었고 계단에서 휴게공간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올가을이면 새로 신축 중인 지상 15층 규모의 기숙사가 개관되고 내년에는 정문 부지에 500억 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약학대학과 R&D센터가 문을 열게 된다.

모든 것이 박 이사장의 취임 후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공사가 시급했지만 어쩔 수 없이 미뤄 왔던 ‘숙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랜만에 교정을 찾은 동문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불과 2년 사이 캠퍼스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첫 행사로 교수·직원 창원으로 초청 ‘소통’

박 이사장은 2008년 6월 취임한 후 ‘제대로 된 대학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왔다.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 경영의 철학을 실제로 인재를 키우는 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의도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수와 직원을 두산중공업이 있는 창원으로 초청해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벌인 것이다.

학교의 현황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교직원들은 기업의 현장을 익힘으로써 기업 마인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또한 ‘창원세션’으로 불리는 이 자리를 통해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아니라 ‘상호 소통’을 중요시하는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동시에 컨설팅 업체 ‘머서’에 대학 경영 진단을 맡겼다. 대학의 현황을 제대로 알아야 걸맞은 처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대학 내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총장 직선제’도 폐지했다. ‘민주적’이라는 명분만 있을 뿐 별다른 효과도 없이 교수 사회에 반목과 불신만을 유발하는 직선제로는 강력한 실행력을 가진 총장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요 보직에 적절한 인재를 등용하기에도 직선제보다 임명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선거 과정마다 불거지던 잡음과 자리다툼도 사라지고 개혁의 드라이브를 보다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부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의 임명장도 새로 수여했다. 임명장에는 임기 시작일만 표시되고 종료일은 표시되지 않았다.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일해 보라는 것이다. 그만큼 책임도 무겁게 가지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마침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2008년은 ‘개교 9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개교기념일을 앞둔 9월 말에는 ‘중앙인한마당’ 행사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성대하게 개최했다.

박 이사장을 비롯한 법인 이사들과 두산의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여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며 축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행사 끝까지 함께하며 학생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는 등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날 박 이사장은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하면서 새롭게 태어날 것을 주문했다. 박 이사장의 강한 의지는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동문들까지 개혁의 취지에 공감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을 이용해 학생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교직원 연봉제로 경쟁력 강화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는 글들 중 학교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제안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입시 설명회에 직접 출연한 동영상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응한 박 이사장은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보내주면 책임지고 가르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 결과 2009학년도 입시에서 최대의 지원자가 몰리고 입시 성적도 크게 오르는 등 많은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인사관리 제도의 개혁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후 2009년도부터 교수와 직원에 대한 연봉제를 실시했다. S, A, B, C로 등급을 구분해 이를 기준으로 연봉 인상률의 차등을 두는 것으로 2009년도에는 업적 평가를 우선 실시하고 그 결과가 나온 2010년도 5월에 연봉의 차등 인상을 적용했다. 업적과 역량 중심의 100% 연봉제는 중앙대가 대학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문 단위의 재조정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필수조건임을 감안해 2009년 4월에 학문 단위 재조정을 위한 본부위원회와 계열별 교수 대표로 구성된 계열별 위원회를 구성했다.

구성된 위원회별로 종합적인 토론과 분석 작업을 거쳐 12월에 본부 위원회 초안이 발표됐고 2010년 1월에 학생 대표, 교수협의회 노동조합에 설명회를 실시했다. 이후 온라인이나 서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 최종안을 만들어 3월 23일 교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교무위원회를 통과한 안은 4월 7일 법인 이사회에서 승인함에 따라 최종 확정됐다. 확정된 재조정안은 2011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적용된다.

학문 단위 재조정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지난 2월엔 인천시와 신캠퍼스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지역에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캠퍼스는 이미 추진 중인 경기 하남캠퍼스와 별개로 추진되며 인천과 하남 두 곳에 모두 캠퍼스가 건설되면 중앙대는 서울캠퍼스를 중심으로 동과 서를 지하철 등 단일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멀티 캠퍼스 체제를 갖추게 된다. 각 캠퍼스에 들어갈 학문 단위와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확정된 학문 단위 재조정 계획과 ‘CAU2018+발전계획’에 의거해 추진될 예정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