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평가, 바닥서 1년 만에 1등 비결은 3시간 수업 10시간 준비 [중앙일보]
서울대 글로벌MBA 김성수 교수의 ‘강의실 혁신’
서울대 경영대 김성수 교수가 GMBA 강의실에서 자신의 강의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배경은 그가 강의에 활용했던 CNN 뉴스 사이트. [김태성 기자] | |
그런 김 교수가 이달 종강한 3기 GMBA 강의평가에선 12명의 교수 중 1등을 했다. 그것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99.4점)로. 54명의 수강생 중 1명을 빼고 모든 학생이 그의 강의에 만점을 준 것이다. 경영전문대학원 측은 “GMBA 학생 전원이 수강하는 전공필수 강의 중 역대 최고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2기와 같은 ‘인적자원관리’ 수업에서 이룬 성과다. 꼴찌에 가까운 성적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기까지, 그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강의 평가 87점서 99점으로=2006년 하반기 문을 연 GMBA는 매년 7월, 1년 과정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의 교수별 강의 평가 점수를 공개해 왔다. 국내 첫 시도였다. 김 교수는 1기 GMBA에서 진행한 첫 강의는 91.9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할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방심을 불렀다.
2기 강의는 1기 때 수업 내용을 답습하다시피했다. 기존 교재와 사례를 재활용했다. 유명 학술잡지에 소개된, 평균 5년은 된 경영 사례들이었다. “전년도 강의를 반복하려니 솔직히 흥이 나지 않았어요. 점수를 받아보곤 학생들이 제 맘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죠.”
평소 강의엔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87점’은 큰 충격이었다. 올해 수업에서 그는 달라졌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CNN 경제 뉴스 사이트에 접속했다. 마침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GM의 파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와 도요타의 고전 등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경제 기사를 골라 수업 재료로 썼다. 그날 아침 뉴스가 수업에서 제시되기도 했다. 뉴스에 등장한 회사의 인사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강의를 짰다. 3시간짜리 수업에 쓸 기사를 고르는 데 서너 시간을 투자했고, 고른 후에도 6시간 이상을 쏟아부었다.
따끈따끈한 경제 기사를 놓고 인사 관리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자 학생들의 집중도가 달라졌다. 토론은 활기를 띠었고, 깊이 있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3기 GMBA를 수강한 허욱진(28)씨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사례가 소개될까’ 하는 기대에 마음이 설레곤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집중해 주니 수업을 마치고 나면 오히려 힘이 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강의 평가 공개는 최상의 서비스”=김 교수는 “좋은 강의의 비결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열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이번 강의평가표를 받고 그는 13년 전 미국 한 사립대에서 맡았던 첫 강의를 떠올렸다. “영어도 서툰 초짜 강사에게 학생들이 5점 만점에 4.7점을 줬어요. 공들여 강의 준비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대학가에서 강의평가 공개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김 교수는 “교수에겐 잔인하지만 학생들에겐 최상의 서비스라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강의란 지식을 전하기보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경영학뿐 아니라 철학·역사학 같은 순수 학문도 현실 사회의 현상을 수업에 접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