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친박·친이 뛰어넘어 정부 도와야” | |||||||
2009 07/07 위클리경향 832호 | |||||||
연구실서 만난 이재오 전 의원, 정치재개 충분조건 무르 익었나
중앙대 교수연구실 주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책상 위에 놓인 명패에는 ‘國際大學院 敎授 李在伍’ 라고 적혀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한자 이름은 李在五다. 이름의 마지막 글자의 한자가 다르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측근들 정치적 역할 주문 이 전 최고위원의 원래 이름은 ‘李在伍’였다고 한다. 동사무소 직원이 호적을 만들 때 ‘뭐 그렇게 어려운 한자를 쓰냐’며 ‘李在五’로 등기했고 그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본래 이름으로 명패를 만들어 선물했다고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 총장이 본래 이름을 다시 찾아줬다. 나의 이미지에도 ‘伍’가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伍’의 훈은 ‘다섯 사람’이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미지란 자신이 진정으로 갈망하고 추구하는 존재다. 이 전 최고위원은 ‘대중 속 이재오’를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년여 동안 이 전 최고위원은 대중 밖에 있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5월 26일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보고 돌아오겠다”며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 1년 만에 귀국한 그는 “(당을) 침묵으로 돕겠다”며 정치 현안에 대해 입을 닫았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선 그는 “(나에게) 교수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며 짐짓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국의 미래’만 말해왔다. 그가 제시하는 한국의 미래는 곧 ‘이재오 식 한국의 비전’이다. 미국 대륙과 중국 대륙 횡단여행에서 얻은 체험적 비전이다. 세계화된 이재오의 눈으로 본 한국의 정치 현실은 답답함 그 자체다. 그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 너무 답답하다”면서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의 눈은 한국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한국의 대내적 미래 비전으로 ‘공동체 자유주의’를, 대외적 미래 비전으로 ‘코리아 경제문화공동체’를 제시했다. 한국은 자원·인구·군사력 등 소위 ‘하드 파워’로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수 없느니만큼 ‘소프트 파워’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 TASR(동남아횡단철도)의 주요 거점도시에 대한 한국의 문화수출을 주창했던 그는 6월 24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선 ‘도시수출’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국 기술과 문화를 집중적으로 후진개발국가의 도시에 투자함으로써 한국과 후진개발국이 공생공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새로운 화두를 꺼낸 것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여의도 정가 이런저런 말 오가
당사자인 이 전 의원은 정작 이런 비판에 무관심한 듯하다. 그는 지난 6월 24일 기자와 만나 “나 같은 정치인이 비전을 제시했으면 이제부터는 교수 등 전문가들이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 “과거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부터 한국의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의 권유든, 친박계의 비판이든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정치 재개의 때가 무르익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사실 여의도 정가는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 재개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필요조건은 조성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득 의원이 2선후퇴하면서 친이세력 구심력에 공백이 생긴 상태다. 그 결과는 친이세력의 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거기다가 ‘조문정국’ ‘시국선언정국’을 지나면서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왕의 남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여권 2인자’의 역할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이 전 의원도 간간히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있다. 6·10민주항쟁을 기념해 지역관계자 30여 명과 태백산을, 팬클럽(재오사랑·JOY) 회원 1000여 명과 속리산을 각각 올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마지막까지 초지일관으로 한 길을 가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정치 재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또 JOY 회원들이 토요일마다 하는 도배봉사에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6월 23, 24일 이틀 동안에는 경기 화성군에서 포도봉지싸기 봉사활동을 했다. ‘무악재’를 넘기 위한 준비운동인 셈이다.
정치 재개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그가 정치 재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0월 재·보선 출마, 당대표 선거 출마, 장관 발탁 세 가지다. 이 전 의원의 서울 은평 을 출마는 불확실해졌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상황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네 차례나 연기됐다. ‘공천헌금’에 대한 법리 적용과 관련한 법원 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6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이한정 창조한국당 의원 사건에 대해 원심 파기 판결을 내렸다. 문 의원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문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거나 7월을 넘겨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면 은평 을 10월 재선거는 없다. 그러면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 재개 일정에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두 번째는 당 대표 출마카드다. 전제조건이 조기전당대회 개최다. 전당대회는 당 대표 교체를 의미한다. 당 쇄신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쇄신파는 국정 운영 기조 전환, 조기전당대회를 쇄신안으로 제시했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청와대 의중이 중요하다. 청와대는 ‘근원적 처방’을 약속했다. 청와대는 당 대표 교체를 일회성 처방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세청장과 경찰청장 인선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물론 청와대 내부에 변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전당대회에 대비하라는 지시가 전국 당원협의회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력한 국정 운영을 위한 집권당에 원군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인식도 엄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왕의 남자’를 통한 한나라당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 “나라고 대표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이 전 의원의 발언이 전언 형식으로 흘러나왔다.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랐다. 또 한 측근은 이 전 최고위원의 장관기용설에 대해 “장관급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당 대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것이다. 은평 을 재보선 10월 전망 불투명 물론 조기전대 개최도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니다. 친박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쇄신파가 제기한 조기전당대회의 대전제는 당의 화합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전면 부상은 친이·친박의 정면충돌을 부를 소재다. ‘왕의 남자’ ‘여권의 2인자’라는 이름이 그의 정치 행보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제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도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이 대통령은 힘의 분산을 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이후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 기용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당의 쇄신책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인 계파 갈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친이·친박 인사의 동시 입각설이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확정된 것도 아니고 친이계 몫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돌아갈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최고위원의 실명과 함께 정무장관(신설)·노동장관 등 구체적인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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