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신문 등 교내 4개 언론의 대자보에 대한 답변
중앙 가족 여러분, 학교 홍보실장입니다.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통해 제가 거명되고 있고, 대자보를 붙인 분들이 학교 홈페이지에도 답을 하라고 해서 의혈광장을 통해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대자보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또 일부의 중앙 가족께서 오해의 여지도 있다는 판단으로 그 해명도 필요하여 의혈광장을 이용하게 되었음을 말씀드리며 중앙 가족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지난 8일 발간된 중대신문 1학기 마지막 호의 ‘의혈목’에 제가 글을 하나 썼습니다.
중대신문으로부터 <중앙대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의 원고청탁을 받고 ‘중대언론의 새 길’이란 제목으로 썼던 것이나, 이에 대해 6월15일 대학원신문, 중앙문화, 녹지, 중앙헤럴드 등 교내 4개 매체 편집장(이하 ‘4개 매체’라 하겠습니다)들이 연명으로 학내 곳곳에 홍보실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이하 ‘대자보’라 하겠습니다)를 붙였습니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으나 제가 쓴 글의 어느 부분이 공개사과를 해야 하는 지를 곰곰이 따져보았지만 지금도 납득이 갈만한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4개 매체’ 편집장들께 제 글을 관심 있게 읽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지만 교내 외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로서 평소 대학언론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인데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아 제 마음도 편치가 않습니다.
어떤 언론이든 외부의 기고나 독자의 견해는 다양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것을 정석으로 알고 있으며, 중대신문 역시 교내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자 이 같은 칼럼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비판이나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언론매체의 ‘독자 의견란(통칭)’이고 그것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필자의 의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밑도 끝도 없이 대자보를 통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자보’의 첫 단락에서 제가 대학언론을 ‘소음’으로 폄하했다고 한 주장이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저는 “자칫하면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일방의 매체보다는…”이라고 했습니다. 분명히 의미가 다릅니다. 앞뒤의 내용을 고려한다면 ‘활자매체처럼 단방향 의사소통이 위주가 되는 매체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피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해야 맞지 않을까요? 물론 제 표현력이 부족하다면 더 정진해야겠지요.
‘대자보’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답해 드리겠습니다.
1. 인터넷 매체로의 전환은 오히려 접근도를 떨어뜨리고 정보격차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 주장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말씀 드리면, 현재의 종이매체는 분명히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배포문제 등 이에 대한 해결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배포위치는 정해져 있으니 굳이 그곳을 지나치지 않는 한 매체가 독자에게 도달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학생기자들이 일일이 배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반면 인터넷은 학내언론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학사정보, 뉴스, 공지 등 하루에 한번 이상은 대부분 활용할 것입니다. 저는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자고 의견을 낸 것입니다.
최소한 교내에서는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보 검색실이 있고 학과사무실이나 학생회실, 무선인터넷 등등 사실상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이는 학생회나 각 언론사에서도 줄곧 요구해왔던 일이고 대학 측에서도 정보환경 개선을 위해 항시 노력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이용자의 심각한 디지털 격차를 유발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2. 대학언론과 일간지, 인터넷매체는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
제 글을 잘 읽어보시면 [정보를 얻는 과정]이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앞뒤 문장으로 이어서 볼 때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속보성’을 강조한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대학언론이 속보성에서 일간지나 인터넷 매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대학언론의 한계로 보았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은 이렇게 써있습니다.
<그렇다면 속보성은 물론이고 정보의 양과 품질을 극복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과연 지금의 대학언론이 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학언론 스스로 연구해 볼 숙제다.>
3. 대학언론의 수요층은 ‘학생’이지 ‘외부의 시각’이 아니다. 언론과 홍보를 착각하지 마라.
학생이 주요 수요층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요 수요층이 학생이라고 해서 그 정보가 학생에게만 한정되어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제가 외부의 시각을 언급한 것은 아무리 학내에만 한정되어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외부 언론기관이나 타 대학, 기타 여러 곳에 고스란히 유통되게 되며 우리 대학에게는 치명적일 수 도 있는 불리한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홍보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 같은 사안이 매우 중요한 일이며, 커뮤니티 등 학생들의 의견이 빈번히 올라오는 곳을 보면 아시겠지만 외부에서 우리를 보는 왜곡된 시각이나 잘못된 사실에 대한 홍보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요청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학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외부의 그릇된 시각을 통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고 이는 결국 대학언론의 담당 기자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기인한 것입니다. 언론과 홍보의 상관관계는 저도 알만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됩니다.
홍보는 외부에만 하고 언론은 내부에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아닙니다. 원활한 내부커뮤니케이션 없이 어찌 대외 홍보가 원만하겠으며, 설사 잘못된 내부의 문제가 있다고 쳐도, ''''언론의 역할''''이라며 있는 대로 비난을 해댄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대학언론의 길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언론과 홍보가 완전히 딴 집이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이며, 이 부분은 심도있는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라. ‘아마추어 언론인’ 발언에 공개 사과하라.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4개 매체’가 불시에 ‘대자보’를 붙인 행위가 대학언론의 특권인지 모르겠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막을 모르고 ‘대자보’를 읽는 분들은 ‘대자보’에 거명되는 사람이 무언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대자보’는 그것을 노리고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표현 역시 침소봉대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언론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최소한 여러분이 ‘언론을 생업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이면서 ‘프로’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의 하나일지 모르지만 ‘아마추어’라고 표현한 것이 왜 비하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한 개그맨이 유행시킨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라는 표현에서 등장하는 ‘아마추어’라는 단어의 의미와 혼동하신 것 같습니다. 그 ‘아마추어’는 ‘전문적이지 못한, 수준 이하의, 진중하지 못한’ 등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그야말로 개그를 위한 표현일 것입니다.
한 가지 다른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올림픽에 프로선수들도 참가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두고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순수한 ‘아마추어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또한 실제로 ‘아마추어 정신’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의 깊이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여기서 말하고 있는 ‘아마추어’가 기존에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던 선수들을 비하하고 있는 말일까요? 저는 순수한 의미의 ‘아마추어’를 말한 것입니다.
‘아마추어’이기에 순수하게 말할 수 있고 약간은 부족한 것이 있어도 그 열정과 땀이 느껴진다면 충분히 부족함도 덮을 수 있는 것이 그 ‘자유’이자 ‘특권’이라는 의미입니다. 과연 비하라고 생각 되시는 지요.
‘어쩔 수 없는’이라는 표현 역시 ‘너희들은 어쩔 수 없어’라는 뜻이 아니라 학생기자 본인의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학생이라는 기본적 신분이 존재하는 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어쩔 수 없는 아마추어’라는 문구 바로 앞에 ‘학생기자’라는 이라는 문구가 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뒷부분에서 대학언론의 ‘자유’이자 ‘특권’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습니다. 기성언론, ‘프로’언론에서는 매체의 성격을 바꾼다거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고 수반되는 절차와 의견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인 여러분은 그만큼 다양한 실험과 구상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앙대처럼 대학언론의 시초인 곳에서는 선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보는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이것이 제가 ‘자유’와 ‘특권’을 말한 이유입니다.
덧붙이자면 실제 중대신문에 게재된 제 칼럼에는 편집관계상 빠졌지만 원래 원고에는 이런 말을 끝부분에 썼습니다. “대학에서의 홍보 역시 인터넷의 발달과 커뮤니티 등에서의 급증하는 다양한 의견들로 보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점에서 대학언론이나 대학 홍보나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하는 동병상련의 처지가 아닐까 한다.”
본의 아니게 여러분과 제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지만 고민의 출발점과 정도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대학을 사랑하고 대학의 발전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의견을 보시고 혹여 또 다른 이견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부디 당초 중대신문의 칼럼이나 이번의 답글을 모두 행간을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