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총장 “하남에 의약 R&D센터…지자체장도 입학사정관 임명”
캠퍼스 안팎의 이해를 조정하고 발전의 고리를 이끌어내려는 그의 행보에는 ‘신명’ 이 배어있다. 중앙대를 세계적 수준의 지식창조 및 학습역량 보유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박 총장은 국악인 특유의 ‘신바람’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앙상블을 이뤄내고자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그는 대학과 국가의 미래를 인재가 결정한다는 소신으로 손수 잠재력 있는 학생 유치와 대학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학교를 인수한 두산그룹과의 협력속에 ‘CAU2018+’ 청사진을 차질없이 추진하느라 쉴 틈이 없다. 다음의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 박용성 이사장이 최근 학과 전면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 구조조정이란 말에 약간의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뜻한 것이다. 대학 학과가 너무 백화점식으로 세분화돼 있는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학문간 통섭이 수월하게끔 체제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기존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 등이 우려돼 일반적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한 대학에서는 수행하기 불가능한 일로도 보는데 중앙대에서 가능하리라 본 것은 20~30년 뒤의 미래를 그린다는 확신으로 사회가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가를 고려해 대학 구성의 새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안성 캠퍼스가 하남으로 옮겨가는 서울-하남 캠퍼스 통폐합 미래를 감안해 이를 아예 새로 대학을 설립하는 수준의 대학 재편 계기로 보고 다른 때보다 일이 수월하리라 본 것이다. 곧 각 단과대나 계열별로 TF팀이 조직돼 발전방향 의견을 제출할 것이다.
- 하남캠퍼스의 활용방안은.
▶ 사이언스파크가 될 지, 종합대학이 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의약학 계열의 R&D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병원도 하남에 들어설 것이다. 병원 부속의 연구기관이나 제약사 산하의 연구소 등을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도권 주변에 연구소를 세우기 힘든 상황이라 기업과 대학이 서로 좋은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약의대가 같이 가지 않더라도 연구시스템은 그쪽에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으며 교수들도 연구환경 개선 효과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다른 학과들에 대해서는 논의중이다.
-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 대해 단순화하자는 견해와 다양한 전형을 발전시켜나가자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 단순화, 다양화 나누기 전에 진정한 대학 자율성 보장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 선발하고 가르치는 것도 대학이고 대학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인재상이 다른데 유독 입시에서 대학의 특성과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천편일률적 제도를 강요당한다. 정부가 입시에서의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겠다 공언하지만 부족하다. 사회나 교육당국 모두 대학마다의 특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제대로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려는 의도는 문제삼는 것은 모순이라 생각한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자율성 보장이 우선이고 단순한 제도를 선택할지, 복잡하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지는 대학 스스로 정하게끔 해야 한다.
- 그렇다면 중앙대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 사회가 필요로 하고 인정받는 인재, 입학 때보다 졸업할 때 더 큰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그 누구와 견주어도 앞설 수 있는 인재말이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교훈 역시 중앙인이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덕목이다. ‘의롭다’는 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자신감을 의미하고, ‘참에 살자’는 것도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참되게 발휘하며 헌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우리사회가 선호하는 인재상을 표현한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 교훈을 ‘죽기 살기’라고 말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에게 강인함과 자신감을 주는 교훈이라 본다.
- 입학사정관제가 초미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며 제도 보완을 주장하는 주장과 함께 우수학생 선발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데.
▶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미 수능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점수서열’이 매겨져 있는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이 ‘성적 이상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했다’는 점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대학의 선발 능력을 사회가 인정하는 동시 대학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이 제도가 정착되리라 본다. 한순간에 이 제도를 확대한다고 해서 입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든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 중앙대의 입학사정관제도 활용계획은.
▶ 앞서 중앙대학교는 지난 2007학년도 입시부터 국내 처음으로 다빈치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한 바 있다. 입학사정관이든 뭐든 대입제도는 분명 공교육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 감안해 충분히 주의해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앙대에서는 기존 정식 입학사정관 뿐만 아니라 퇴직 원로교수, 동문 등 학교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까지 폭넓게 비전임 입학사정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총장으로 있으면서도 전국 각지의 축제 자문하면서 각 시군구 자매결연을 많이 맺었다. 이들 지자체장이 직접 사정관이 돼 지역의 우수학생을 추천하는 방식도 추진할 계획이다. 1차 검증된 학생들을 나중에 다시 사정 의뢰해 옥석을 가리는 식이다. 이 경우 지역인재에 대해 지자체에서 장학금도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 과정에서 ‘사고’를 막을 정화시스템도 충분히 갖출 것이다.
- 대학 입시제도가 공교육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교육당국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 대학 역할에 따라 직접적으로 공교육이 정상화되거나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 기대는 않는다. 흔히 대학입시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수십년간 사례를 봐도 대학 정책ㆍ입시제도와 상관없이 사교육은 늘 존재했다. 사교육은 특정 대학과 특정 직업 등에 대한 선망과 사회적 편중현상 때문에 불거진 것이기에 이를 먼저 해결하지 못하고는 사교육 문제 해결 못한다. 대학의 역할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먼저 정규 학교교육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학에서 고민할 일이다.
- 최근 교수 연봉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는데.
▶ 교수간 경쟁이 피말리는 생존경쟁이나 줄세우기 식의 경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지금까지 열심히 하는 교수들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이 연구의욕을 자극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였고, 그 결과 얼마전 한 일간지 평가결과에서 연구부문 실적 부족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로잡아 열심히 하는 교수들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대학은 연구하는 곳이고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실적 증대가 필수적이다. 이같은 대학의 비전과 현실적 목표달성 위해서는 성과주의 인사시스템 도입은 필수적이다.
- 국악인, 예술인으로서 총장자리에 올랐는데.
▶ 국악인과 교육행정가가 연관성이 별로 없어보이긴 하다. 하지만 오래 교수생활 하면서 대학 사회에 대한 경험과 학내 보직 경험도 있어 나름 대학에 대한 철학이 있다. 더구나 음악에서 중요한 건 조화인데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다양성을 조화롭게 하고자 했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음악을 했던 경험이 대학경영에 더 많은 도움이 됐고, 법인 교체와 같은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5년 취임해 정해진 4년 임기 끝나면 다시 예술인의 길을 걷겠다 마음을 굳히고 준비도 했는데, 지난해 법인도 바뀌고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어딜 가냐는 의견을 무시할 수만은 없어 지난 2월부터 2년 연장된 임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 임기는 대학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주어진 만큼 우리 대학 미래를 위한 일에 매진할 것이다.
대담=함영훈 사회부장
정리=백웅기 기자/kgungi@heraldm.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
◆박총장 약력
1948년 경기도 양평 출생
1976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졸업(학사)
1980년 일본 무사싯노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학사)
1983년 일본 무사시노 음악대학원 작곡과 졸업(석사)
1984년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전임강사
1998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2001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장
2001년 중앙대학교 부총장
2005년 중앙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