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대학 평가에 대한 대학본부의 대응을 바라보는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의 입장
지난 주 발표된 조선일보-QS 공동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우리 중앙대학교는 아시아 114위와 국내 22위라는 매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객관적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는 특정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하는 행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평가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과연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품격에 걸맞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한다 해도, 평가결과에 민감한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이번 대학평가의 파장은 비껴가기 어려울 것이다.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이번 평가결과를 대학본부, 법인, 교수를 포함한 중앙대 구성원 모두가 우리 대학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진지하게 모색하여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번 평가결과를 접하고 우리 교수들도 연구역량 강화의 필요성과 학문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통감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평가결과를 놓고 대학 본부와 재단이 보인 경솔한 태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박범훈 총장은 이번 평가결과에 대한 자신의 심경과 다짐을 밝히는 서신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보냈다. 이 서신에서 총장은 “교육 및 연구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연구환경 만큼이나 열악한 것이 교수들의 연구실적”이라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이 결국 교수들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는 지극히 무책임한 태도이다. 적절한 연구 인프라 조성 없이는 연구 성과 제고가 사실상 불가능함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일방적으로 교수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태도는 대학의 최고책임자로서 온당치 못하다.
총장 서신에 이어 모든 교수에게 발송된 법인 상임이사의 서신도 당혹스럽다. 연구여건 강화를 위한 법인의 구체적인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연구업적 상위 5%에 속하는 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대다수 교수를 질책하는 상임이사의 사원관리식 접근방식은 교수들의 자존감만 손상시킬 뿐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치한 책략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법인의 상임이사가 교수들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는 행위가 과연 절차적 정당성을 지닌 것인지, 상임이사가 학교 문제에 수시로 간여하는 것이 대학운영의 최고책임자인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상임이사가 교수들에게 직접 질책성 서신을 보낸 이번 사태가 대학의 명예와 교수의 자존감을 훼손시킨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총장에게 향후 대학의 운영주체와 절차를 무시하는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우리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으며,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방법이 올바르지 않다면 기대한 효과는 달성되기 어렵다. 우리는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의 정신과 학문적 특성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때 비로소 기대하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우리 교협은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된 이후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3월 바람직한 대학발전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나, 오는 5월 21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집담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는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여건의 혁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대학본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계속 촉구해나갈 것이다.
2009년 5월 20일
중앙대학교 12대 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