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한국 중심' 넘어 세계로

최재영 | 조회 수 1215 | 2009.03.02. 14:51


커버스토리

중앙대 ‘한국 중심’ 넘어 세계로
중앙대에 요즘 들어 고민이 하나 생겼다. 전기 요금이 폭증해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학교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유는 하나였다. 교수들이 늦도록 퇴근하지 않는 것이다. 밤이 깊을 때까지 연구실 불이 꺼지지 않으니 전기 요금이 불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중앙대의 변화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중앙대의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박용성 두산 회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다. 박 이사장은 소비재 중심이었던 두산그룹의 체질을 중공업 중심으로 완전히 뒤바꾸며 새로운 두산을 만든 주역이다. 변화와 개혁에 있어선 재계에서도 정평이 난 승부사다. 이런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는 것은 중앙대의 변화가 본격화된다는 것, 과거의 중앙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중앙대가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앙대의 개혁은 예상대로 급물살을 탔다. 기업의 경영 마인드가 보수적인 분위기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외부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기업의 조직 운영 원리가 도입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계획이 수립됐다.

취임 후 80일 정도 흐른 지난해 8월 27일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박 이사장은 변화와 개혁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전략 방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새 인사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인사제도는 지난 1월 완료된 교수 임금 제도의 변화로 대표된다. 국내 대학 최초로 100% 연봉제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기업처럼 철저하게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해 교수진의 잠재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반발이 없지 않았다. 업적 평가 시스템이 교수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왔다. 학교 측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 교수 사회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중앙대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교수 역량 향상이 필요하다는 학교 측의 설득이 교수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중앙대가 도입한 기업 경영식 학교 운영 방침은 교수들의 인사제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교직원과 학생들에게도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쏟아졌다. 먼저 교직원들의 임금제도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됐다. 성과를 내라는 얘기다. 행정 조직도 개편했다. 기획관리본부를 신설해 외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나갔다.

학생들에게도 변화를 요구했다.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도록 학사관리제도를 강화했다. 평점 1.75점 미만은 제적된다. 2년 후에는 제적 기준을 2.0으로 더 올릴 계획이다. 공부하지 않으려면 학교를 떠나라는 얘기다. 졸업을 하려면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도 갖춰야 한다. 단과대학별로 최소한 토익 550~700을 받아야 하며 3과목의 전공 영어 수업도 들어야 한다.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회계학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영어 강의와 회계학 등 신설된 필수 과목 교육을 위해 신규 임용할 교원만 61명에 이른다.

‘꿈은 이루어진다’ 자신감 ‘백배’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라’고 강요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연구와 교육, 학습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물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첨단 건물들이 학교 곳곳에 들어서고 있으며 장학금을 확충하고 있다.

먼저 약학대학과 자연계열의 연구·개발(R&D)센터가 착공됐다. 지하 4층 지상 11층 규모로 약학대와 자연계열은 물론 사회교육본부 등 다양한 연구 단위가 입주할 예정이다. 새 기숙사 공사도 한창이다. 지상 15층, 지하 2층으로 705명을 수용할 수 있다. 소요 예산은 학교 재단이 부담한다. 두산의 자금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대목이다.

계획돼 있는 투자도 적지 않다. 먼저 도서관을 확충할 예정이다. 열람석 규모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린다. 병원도 증축한다. 오는 5월 지상 10층, 300병상 규모의 새 병원 공사를 시작해 2011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 건물엔 특성화된 전문센터들이 입주할 계획이다.

연구 프로젝트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섰다. 연구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할 분야를 선정하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 박 이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BK21(두뇌한국21: BrainKorea21) 사업에 6개의 사업단이 새롭게 지정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선도연구단 지원을 위해 6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가장 큰 투자는 아무래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하남 캠퍼스 건립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대는 2007년 하남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하남 캠퍼스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문화콘텐츠(CT) 등 첨단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한 연구 중심 캠퍼스, 친환경적인 그린 캠퍼스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대의 적극적인 개혁과 변화는 2009년 입시에서 그 효과를 이미 입증했다. 커트라인이 예년에 비해 백분위 기준으로 5~10점이나 올라간 것이다. 이는 두산그룹의 지원, 개혁에 대한 학교 측의 강한 의지가 중앙대의 위상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두산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꿈으로만 간직했던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며 “3년 후면 지금보다 월등히 좋아진 중앙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어느 대학보다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서울 흑석동의 청룡을 깨우고 있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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