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총장의 여성 비하 발언을 개탄한다
본교 박범훈 총장이 지난 23일 한나라당이 주최한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강연회에서 행한 여성 비하 발언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발언 내용이 주요 일간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중앙대에 몸담고 있는 교수, 학생,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은 깊은 자괴감과 분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중앙대학교 교수들은 이번 박범훈 총장 사태를 명문사학으로서 지난 90년간 중앙대가 쌓아온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다음과 같이 학내 3개 교수단체의 명의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우리는 박범훈 총장의 이번 발언을 보고 과연 그가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총장의 직책을 수행할 최소한의 인격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연 도중 여제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거나, “조그만 게 감칠 맛이 있다”거나, 미스코리아 선발 방법이라며 “그럴 듯한 사람 하나 세워놓고 옆에 못난이를 갖다 놓으면 된다” 운운한 것 등은 대학 총장의 발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고 여성 비하적인 것이다. 우리는 2005년 하버드 대학교의 서머스 총장이 “여성은 과학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발언으로 결국 사임했던 전례를 기억하고 있다.
둘째, 박 총장의 성희롱성 발언은 특히 여교수, 여학생 등 학내 여성구성원들에게 깊은 성적 굴욕감과 심리적 상처를 남겼다. 우리 대학은 전체 학생의 과반수를 넘을 정도로 여학생의 비율이 높아, 이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다른 어떤 대학보다도 절실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은 외면한 채 대학의 수장이 앞장서서 성 차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행태를 보인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셋째, 총장 발언에 대한 대학 측의 대응이 매우 부적절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악하는 사람들은 키 큰 사람이 없고 작은 사람, 토종 체형을 가진 사람의 소리가 감칠맛이 난다는 의미였다”거나, “문제가 된 표현은 국악과 관련된 강연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라는 식의 어리석은 해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 중앙대학의 품격만 떨어뜨리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시키는 치졸한 행태임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우리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원인은 총장의 끊임없는 정치적 행보에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 대선 때 현직 대학총장 신분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가담하여 학내에 커다란 분란을 야기한 전력이 있는 총장이 또 다시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학총장의 신분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대학발전에 끼친 폐해와 악영향에 대해 우리는 다시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는 총장 및 대학 당국에 대해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박범훈 총장은 중앙대학교 구성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실추시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 사과하라.
둘째, 유사한 형태의 성 차별적, 여성 비하적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라.
셋째, 박범훈 총장은 임기 중에는 어떠한 정치적 활동도 하지 않을 것임을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확약하라.
2009년 2월 27일
중앙대학교 성평등을 지향하는 여교수 일동
민교협
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