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8년 12월 15일(월) 오후 02:10
중앙대학교 재단에 유서깊은 기업 두산그룹이 참여절차를 속속 마쳐가던 지난 6월 2일, 중대 학교신문인 ‘중대신문’은 ‘기업참여 법인의 명과 암’이라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이같이 장점과 단점을 분석했다(박용성 이사장은 10일 취임). 중대신문측은 삼성 재단이 들어선 성균관대를 중심 비교대상으로 삼으며 이같은 미래가 중대에도 올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두산의 재단 참여 6개월을 갓 넘긴 상황에 중대신문의 이같은 분석은 얼마나 들어맞고 있을까? 약 절반이 들어맞았다고 요약될 수 있다. “재단이 참여한 지 얼마 안 돼 평가를 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 아니냐?”라는 관계자 지적처럼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으나, 긍정적 전망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부정적 그림자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의 재단 참여는 이미 올해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두산 효과’를 불러왔다. 재학생, 동문들의 기대감도 고조됐다. 오랫동안 재단전입금 0원짜리 재단 하에서 지쳐온 학내 구성원들은 이번 인수작업이 제 2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수당하는 쪽의 기대는 물론 학내 언론 등이 비교지표를 택한 데서도 드러나듯, ‘삼성과 성대의 축복받은 결합’이었다. 하지만, 이런 학내 분위기와 입시 관련 효과는, 그러나 어느 정도는 과장일 수도 있다는 적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어쩌면 ‘수림재단’ 시절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두산체제’에서 좀 더 나아질 것만은 분명하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대 등 지원 가능성 기대감, 적절하지 않다?
수시 경쟁률 상승 등 이미 톡톡히 효과를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새 모기업으로 등장한 두산이 인프라와 중공업설비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갖춘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 이사장에 취임한 박용성 회장이 이사장 취임 1달을 맞아 당시 학내 반발 움직임, 특히 교수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일명 플랜트 학과 신설 문제를 공대쪽과 진중하게 같이 검토했다는 모 경제지 보도가 나오는 등(지난 7월), 중대측으로서는 재단에 구원투수역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강했고, 또 이러한 역할에 대해 두산측도 고민을 아예 안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초기만 해도 인문계 등이 일부 소외는 되겠지만, 공대, 의대 등 이른바 돈되는 학문 부문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막연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이사장과 새 재단구성원(두산은 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인수자금조로 건넨 다음, 4명의 두산측 인사를 이사로 중앙대 이사회에 들여보냈다)들이 업무 장악력을 높이면서, 이같은 막연한 기대는 그저 막연한 꿈으로 굳어질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종종 발언해 온 대로 “물주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구상을 더 구체화시킨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특정 학과를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 “두산에 맞는 인적자원을 키우러 들어온 것은 아니다” 등 두산에 중앙대 출신들을 대거 발탁하는 것은 물론, 맞춤형 교육을 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중대에서 두산 메리트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감소한다. 특히 압권은 중대 재학생들에게 최근 박 이사장이 보낸 이메일. 이 이메일의 골자는 “대기업에 들어가기 보다는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
이 이메일은 이른바 월급쟁이 CEO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예를 들었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손 회장이 당시 ‘중견 기업’인 선경에 들어가 성장한 일례를 든 것.
하지만 이렇게 중소기업에 들어가 기업과 내가 동시에 큰다는 윈-윈 전략은 감동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2008년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손 회장이 선경에 입사할 당시 6·25 참화에서 건진 몇 대의 방직기가 선경의 시발점이었던 무렵인 점은 맞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전쟁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고, 우리 나라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전의 이야기다. 현재 대기업인 현대, 한진 등도 월남전 특수 등을 누리기 전이라 아직 기반이 일천하던 시절이며 우리 나라 전반에 산업체가 많지도 않던 때이다.
이런 시대의 예를 들어 중견 기업 혹은 작은 업체에 들어가서도 성장 기회가 있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그렇잖아도 불경기라 움츠러든 학내 구성원들에게 매몰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이러한 ‘강한 교육’이 두산스타일의 학교운영 방침이라면 방침일 수도 있겠으나, 이런 예가 일반적인지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특정 학교 출신을 무조건 뽑아준다는 것은 기업상도의상 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겠으나,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맞춤형 교육은 없다, 중소기업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미리 선을 긋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매년 삼성그룹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과정을 따로 구성하고 있고 모기업이 1,000억원대를 쏟아붓는 삼성-성대의 예는 차치하고라도, 쌍용그룹이 큰 어려움에 봉착하기 전에 국민대에 지원을 한 경우나 대우그룹이 한창 호조를 보일 때 아주대가 아주대 학생들이 대우그룹에 인턴 기회가 많다고 광고를 했던 전례를 보면 기업재단과 학교가 서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09년 입시를 앞두고 입시전문가들이 두산 영입으로 인한 후광 효과에만 초점을 두고 소개하는 것은 피상적일 수 있다.
◆두산이 돈 써 줄 곳은 많은데 ‘밥캣’보다 지원순위 앞설까?
문제는 중대에 예산이 들어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기숙사 문제가 그렇고 얼마 전 첫 삽을 뜬 R&D 센터 문제도 매듭을 짓는 데 큰 자금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로스쿨은 중대가 전통적으로 법대가 강한 학교라는 이미지상 유치에 사활을 건 관계로 예비인가 심사 때 무리한 장학금을 정부측에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중대가 당시 로스쿨 전액 장학금으로 제시한 비율은 55%.
돈이 들어갈 곳, 그리고 재단을 믿고 일을 벌인 게 너무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재단측 도움이 확실할지가 미지수다.
그렇다고 두산이 인수자금조로 거금을 희사한 수림장학재단(전 이사장인 김희수 박사가 운영)이 중대에 계속 지원을 해 줄지는 미지수다. 두산이 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지급하면서 수림재단에 중대 발전에 지속적 도움을 주도록 노력할 수 있다고만 MOU(양해각서)에 삽입해 뒀을 뿐, 법적 문제로 인해(재단이 새롭게 의무를 부과받으려면 정관 변경 등에서 주무관청 허락을 받는 등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미 박 이사장이 그 문제는 수림재단의 재량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을 뿐더러, 수림재단 역시도 중대 지원에 대해서 크게 전향적인 상황이 아니라 중대 학내 구성원들이 크게 재단주체 교체의 후광, 더 정확히는 인수자금 1,200억원의 후광을 누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지출을 단행할 정도로 중대에 두산이나 박 이사장 일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우선 두산그룹 자체가 유동성 마련에 최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이미 지난달 두산엔진이 보유 중이던 STX 주식을 팔았고, 두산이 주류 부문도 매물로 내놨다), 이것이 단순히 경제침체를 대비한 비축이라기 보다는 지난 번 M&A했던 밥캣을 돕기 위한 게 아니냐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두산이 삵쾡이(밥캣 Bobcat)에게 꽉 물린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 상황, 그리고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라는 상황 속에서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두산이 비축자금을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로 얼마나 희?사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두산이나 박 이사장 일가가 중대에 쾌척한 자금에 대해서는 아직 규모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 홍보실 관계자는 중대에 유입된 재단,법인 전입금 규모 증대 여부(재단 이전 전에 중대는 오랫동안 재단전입금 0인 고난의 행군을 한 적이 있으므로 두산이 투입한 자금이 있다면 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와 장학금 증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산공고 전이라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고, 법인 사무처 역시 “현재 새롭게 들어온 상황이라 결산 등 공식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은 자료제공이 조심스럽다”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박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내놓은 릴레이 장학금 재원 10억원이 포착돼 있다.
◆두산 특유 돌파력 시험 중, 결과는 좀 기다려 봐야
이렇게 긍정적 효과 발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대 특유의 리버럴한 분위기는 확실하게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박 이사장은 “대학에 개방형 이사제가 왜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해 대학가에서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등 선도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던 중대 분위기를 전면 반전시킬 가능성이 점쳐지는가 하면, 교수 연봉제를 도입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빠르면 내년도부터 연봉제 실시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 교수들은 학내 비판 분위기가 ‘실적’ 기준을 들이대는 재단측에 밀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학 교양과정을 ‘문화강좌 수준’으로 보는 이사장이 지도하는 체제 하에서 문과가 강했던 중대의 학풍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다만, “중앙대 애들을 뽑아놨더니 숫자는 좀 알더라는 소리를 기업들로부터 듣고 싶다”거나 “전공과 상관없이 회계 정도는 좀 알고 졸업해야 한다”는 박 이사장의 주장을 감안하면, 직업 적합성 교육은 어느 정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산이 지향하는 기업체 투입이 가능한 인적자원으로 학생을 길러내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으로는 속전속결로 학교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이사장은 기업보다 변화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을 여러 번 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6개월만에 90년 전통의 학교에 기업체 식으로 돌파를 시도해 얻은 속도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박 이사장 자신도 관심을 표하면서 CAU 2018+에 명확히 보강하도록 했던 하남캠퍼스 이전 건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당초 3개의 캠퍼스를 운영하려던 계획도 있었으나 결국 안성을 하남으로 옮기자는 것이 박 이사장 체제의 정리였다. 하지만 이 안은 경기도 김문수 지사가 “중대 안성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캠퍼스가 좁기 때문에 이전하는 것”이라고 이미 난색을 표한 데다가, 안성지역 주민들마저 반발이 커 두산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요컨대 학내 변화 속도를 이끌어 내는 돌파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대외적 돌파력은 장차 하남캠퍼스 이전시기로 언급되고 있는 2010년 무렵까지 여러 번 시험대에 설 전망이다.
◆‘6개월 박용성 중앙대’보다는 ‘90년 의혈 중앙’ 메리트 초점둬야
결국 금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두산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현재 6개월간 펼쳐친 여러 상황을 감안한 다음에 신중한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즉 단기 호재에 너무 솔깃하기 보다는 이전부터 중앙대가 자랑해 온 역사나 커리큘럼 등에 본질을 두고 입시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산이 들어서기 이전부터도 중앙대가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주요 대학 위상을 놓치지 않아 왔다. 과거 정원규모와 지원 열세에도 불구, 사법시험,행정고시 등에서 상위권을 기록해 왔고, 금년에는 BK 사업에서도 금년에 새롭게 비교평가대상으로 대거 부각될 전망이다.
결국 대학 선택과 입시 전략이 한 두 해 가능성을 놓고 판단할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전략으로 평생의 동반자를 택하는 것이니만큼, 아직 불불명한 두산 후광에 열광하기보다는, 두산 입성이 가져올 부작용이나, 그것을 상쇄할 정도로 강한 90년 전통의 메리트에 중점을 둬야 할 때다. 두산 메리트는 금년 회계 결산에서 객관적으로 투자규모와 열의가 입증된 뒤에 논의해도 충분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임혜현 기자/tea@newspr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