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이사장의 “재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최재영 | 조회 수 1148 | 2008.12.09. 15:30


“취업, 대기업만 고집 말고 中企에서 성공신화 쓰세요”
From.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To. 취업 맘고생하는 재학생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이 취업을 앞둔 재학생들에게 자신의 취업 철학을 담은 e메일을 발송해 화제가 되고 있다. 편지에는 ‘취업 대란’을 맞아 대기업을 택하는 것보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론이 담겨 있다. 두산그룹 회장인 박 이사장이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학생들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8일 ‘재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장문의 e메일을 중앙대 학생들에게 발송했다. 그는 서울대 상대 59학번인 자신의 대학 동기 320명 중 최고경영자(CEO)가 108명이나 배출된 사연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취업대란’이라고 불릴만큼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40년전 저의 대학동기들이 처했던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며 “당시 최고의 직장은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었으나 은행들도 어렵다고 채용 인원을 줄여 기업으로 간 동기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40년 전에도 최고였던 삼성에 입사해 사장, 회장까지 지낸 이도 몇이 있다”면서 “그러나 요즈음의 잣대로 본다면 중견(중소) 기업에 속하는 기업에 취업한 이들이 나중에 그 기업의 CEO까지 오르는 영광을 가졌기에 320명중 108명이 CEO가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택한 사람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길승 전 SK회장을 꼽았다. 그는 “(손 전 SK회장은)당시 방직기 200여대가 전부였던 수원의 중견 기업에 입사해 회사의 재계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리고 회장 자리에 올라 재계의 총리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까지 역임한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의 표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에 당시 재계 2위 그룹이었던 삼호무역에 입사한 동기들은 몇 년 후에 회사가 파산해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해인 1996년 12월말 우리나라 30대 그룹 중 지금 살아남은 것은 불과 12개밖에 없고, 살아남은 그룹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40, 50대에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겪고 있다”며 “이렇듯 대기업이라고 모든 위험 상황에서 안전할 수 없으며 영원히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기(史記)의 소진전(蘇秦傳)에서 유래하는 ‘계구우후(鷄口牛後·닭머리가 될지언정 쇠꼬리는 되지 말라)’라는 고사성어가 중소기업의 장점을 잘 표현했다”며 “무조건 대기업만 고집해 취업 재수생이 되기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력과 경험을 키우는 것이 본인에게 더욱 유리하며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12-09


*아래는 박용성 이사장이 보낸 이메일 전문입니다. 

학생 여러분 이사장입니다.

최근에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취업 시즌을 맞이한 학생 여러분에게 우리 세대의 과거 경험을 통해 여러분의 미래를 생각해 보라는 뜻에서 중앙대학교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몇 자 적습니다.

며칠 전 대학 동기회 송년 모임이 있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대학은 서울상대 17회로서 요즈음 표현으로는 59학번 입니다. 320명이 입학하여 그 중 50여 명은 이미 세상을 달리 하였고, 50여 명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중에 어제 120명이 모였으니 성적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석한 동기들의 면면을 새삼스럽게 다시 살펴보니 저 같은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이 나라 경제를 한참 주무르던 사람들 이었습니다. 우리 동기들의 최고 시절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입니다. 이 때 대기업, 중소기업의 CEO를 지낸 이가 108명이니 이 기록을 깰 대학과 동기들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취업 대란"이라고 불릴 만큼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금융 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기업들이 모든 투자를 뒤로 미루고 인원을 감원해야 할 형편이다 보니 신입사원들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치에 속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이러한 기업의 상황에서 기존에 진학이나 유학을 선택했던 상경계 학생들마저 취업전선에 나왔고, 이러한 현상 때문에 취업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비상경계열 인문계 학생들의 취업에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두산의 경우도 작년에 40% 정도 되었던 비 상경 인문계 사원의 비율이 올해는 30% 정도로 하락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40년 전 저의 대학 동기들이 처했던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당시에 최고 직장은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졸업 할 때에는 은행들도 어렵다고 몇 십 명 씩 채용하던 것을 많이 줄여 기업으로 간 동기가 많았습니다. 당시에도 최고인 삼성에 입사하여 사장, 회장까지 지낸 이도 몇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의 잣대로 본다면 중견기업에 속하는 기업에 취업한 이들이 나중에 그 기업의 CEO 까지 오르는 영광을 가졌기에 320명중 108명이 CEO가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 것 입니다. 반면에 당시에 재계 2위 그룹이었던 삼호무역에 입사한 동기들은 몇 년 후에 회사가 파산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했습니다.

대기업을 택하지 않고 중견 기업을 택한 대학 동기들 중에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SK 회장을 지낸 손길승 회장의 경우입니다. 본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 했듯이 입사 당시에는 방직기 200여대가 전부였던 수원의 중견 기업에 입사하여 회사를 재계 순위 4위까지 끌어 올리고 회장 자리에 올랐으며 재계의 총리라는 전경련 회장까지 역임한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의 표상 입니다.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1인이 된 것을 보면 저는 물론 여러분들도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멀리 지난 것을 생각할 것도 없이 최근의 상황을 보아도 기업의 부침은 아주 심합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해인 1996년 12월말 우리나라 30대 그룹 중 지금 살아남은 것은 불과 12개 그룹 밖에 없습니다. 살아남은 그룹들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 수많은 직장인들이 40-50대에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기업이라고 모든 위험 상황에 안전할 수 없으며 영원히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따라서 지금 잘 나가는 회사에, 대기업에 취업 한다고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 취업 하면 물론 좋습니다. 중소기업에 비해 근무 환경과 대우가 더 좋습니다. 좋은 만큼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대기업에 입사 하면 출근 첫 날부터 경쟁의 시작 입니다. 앞으로 그 부서, 그 기업을 이끌어 나갈 경영자를 선발하기 위한 토너먼트가 시작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기업에서 일 년에 수 백 명씩 같이 일할 동료를 뽑아 주는 것이 아니고 예선, 준결승, 결승을 할 경쟁자를 뽑아 준다고 보아야 합니다.

두산의 예를 봅시다. 1년에 새로 중역으로 승진하는 이는 대략 20명 정도 입니다. 1년에 신입 사원은 대략 400~500명을 뽑으니 중역으로 승진하는 확률은 5% 이하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중역으로 승진 하였지만 이중 에도 CEO 지위까지 오르는 이는 한 명이 될까 말까 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 어느 직장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중소기업의 장점을 잘 표현한 계구우후(鷄口牛後) 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사기(史記)의 소진전(蘇秦傳)에 나오는 "寧爲鷄口 勿爲牛後(계구(鷄口)가 될지언정 우후(牛後)는 되지 말라)"에서 유래된 된 것 인데 큰 조직의 말석을 차지하기보다 작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에는 이를 "소꼬리 보다는 닭머리가 낳다"고 합니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소의 꼬리에,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닭머리에 비유 하여 봅시다. 소꼬리는 물론 요즈음 값이 비싼 부위지만 실제로 하는 역할은 소의 부끄러운 곳을 가려주고 파리를 쫓는 것이 고작입니다. 닭 머리는 비록 작지만 닭의 가장 중요한 각종 기관이 모여 있습니다. 모든 것을 control 하는 뇌가 있으며, 눈,귀,코, 가장 중요한 입이 있습니다. 이렇듯 중소기업에 가면 조직이 적으니 아무래도 대기업 보다는 맡는 일의 범위가 넓어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 대학 안에서도 계구우후(鷄口牛後)성공 케이스가 있습니다. 안성 캠퍼스는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 산재한 중소기업을 목표로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한 결과 전국 취업률 1위가 되었습니다.

제가 중소기업의 장점을 강조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좋으니 취업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대기업을 시도 해 보고 결과가 여의치 않으면 방향을 바꾸어 유망한 중소기업을 찾아보라는 뜻 입니다. 무조건 대기업만 고집하여 취업 재수생이 되기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력과 경험을 키우는 것이 본인에게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풍년 속에 기근 이라고 대기업은 인재가 흘러넘치고 중소기업은 인재가 오지 않는 다고 한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중소기업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생존인 만큼 중소기업에 나마 마땅한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찾아보십시오. 여러분을 반겨주고, 여러분의 미래에 성공의 기회를 줄 유망한 중소기업은 분명히 있다고 저는 확신 합니다.

직업 선택이 여러분의 일생이 좌우되는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여 인생의 선배로서 한마디 충고하였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모두들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2008.12.8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장
박 용 성

원영익 2008.10.17. 23:13
최 재영 동문 님 매우 감사합니다 母校 사랑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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