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중앙대 농구는 지금도 80년대 못지 않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중앙대는 7일 끝난 2차 대학연맹전까지 51연승을 하고 있다. 요즘 대학 농구는 평준화 추세다. 프로가 생긴 후 뛰어난 고교 농구 선수들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대학을 택해 흩어진다. 한 팀이 연승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 중앙대 감독인 김상준(40·사진)씨는 제 2의 정봉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부임 후 57승1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정봉섭씨처럼 선수를 낚기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낚는다. 그는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고취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면 힘든 훈련도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부임 초기 때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자 함지훈·강병현 등 고학년 선수들이 “이렇게 고되게 훈련하지 않아도 프로에 갈 수 있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프로에 입단하는 게 너희의 목표라면 운동을 그만두어라. 최고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 함께 훈련하자”고 설득했다.
대학 농구 선수들이 고된 훈련이나 코칭스태프와의 갈등 등으로 팀에서 집단 이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김 감독 부임 후 중앙대에선 이런 일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경기 도중 실수한 선수에게 다그치지 않는 대학 감독은 김 감독이 거의 유일한데도 선수들은 그의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듣는다.
그는 명지고·중앙대를 거쳐 91년 한국은행에 입단했다. 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팀 동료들은 대부분 안정된 직장을 택해 한국은행에 남았는데 그는 농구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프로선수 생활은 2년에 불과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옛 동료들을 한 번도 부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강원도 홍천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면서 명지중 농구팀을 지도하다 2006년 중앙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농구에 빠져 아직 결혼도 못했다. “농구와 아이들이 나의 가족”이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