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대해 무슨 규제가 이렇게 많은지…’
‘기업에 대한 규제는 규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
▶ ‘대학 살리기는 내 생애 마지막 미션’
▶ 두산이 인수 후 중앙대 수시모집 경쟁률 크게 높아져
▶ 총장임명제, 교수연봉제 등 기업문화 도입, ‘공부하는 대학’으로 만들 것
權世珍月刊朝鮮 기자
2009년 대입 수시모집에서 中央大(중앙대)가 올린 성과는 놀라웠다. 7월 마감한 수시 1학기에서 36 대 1, 9월 마감한 수시 2학기에서는 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2008년 대입 수시경쟁률(16.71 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이를 ‘두산의 힘’이라고 평가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5월 28일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 이사회를 장악한 이후 중앙대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두산중공업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평생 기업에만 있다 보니 학교를 잘 모르잖아요. 무조건 자주 와서 학교 사람들 얘기 듣고 살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 운영한다고 하니 주변사람들이 하나같이 걱정을 하더군요. 기업과 학교는 다르다, 기업式(식)으로 하다간 큰코다친다고요. 그래서 취임한 지 100일 동안 교수와 교직원 등 800여명을 직접 만났어요. 학교에서는 진지한 토론이 안 되니까 우리 회사 공장이 많은 창원으로 함께 내려가서 1박 2일 토론을 갖기도 했죠. 교직원과 교수들 의견을 들어보고 장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중앙대는 최근 몇년간 창립 100주년인 2018년까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CAU 2018’ 계획을 세워놓았다. 박 이사장은 이를 보고 받고 ‘학교가 마련한 기본 틀을 크게 수정하지 않겠다’며 몇 가지만을 손본 ‘CAU 2018+’를 지난 9월 29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앙대 9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했다. ‘CAU 2018+’의 주요 비전은 ‘2018년 세계가 선호하는 명문대학’이다.
대학교 인수와 투자
박 이사장에게 모교도 아니고, 별다른 관계도 없는 중앙대를 인수한 이유를 묻자 ‘가장 큰 이유는 ‘사회공헌’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즘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학들이 다 어렵잖아요.
―정확히 얼마의 자금으로 인수하신 겁니까.
‘현재 관련법에 의하면 학교법인은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학교는 경영이 어렵다고 퇴출을 할 수도 없습니다. 운영이 어려운 대학은 진퇴양난인 거죠. 중앙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인수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MOU를 통해 중앙대 이사회에 두산 경영진이 들어가는 걸로 하고, 기존의 재단(
―1200억원이면 대학에 대한 투자금액 치고는 많지 않은데요. 그 돈의 사용 대상도 중앙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1200억원은 이 학교 이사장을 맡게 된 데 대한 사례금이고, 말하자면 인수대금이죠. 또 이미 김 이사장에게 넘어간 돈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잘못 보도한 바 있는데, 그 돈은 이미 두산이나 중앙대와는 관계가 없는 돈이고, 김 이사장이 그 돈을 중앙대에 쓰든 어디에다 쓰든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두산의 투자는 이제부터 어디에 해야 할지 찾아야 하는 겁니다.’
―어떻게 투자할 생각이십니까.
‘일단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한다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봅니다. 시스템을 바꿔놓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학교 측이 만들어놓은 계획에 무조건 투자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학교와 동문 등이 모두 노력하면 우리도 같이 투자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흑석동에 준공한 약학대 R&D센터는 약대 동문들이 55%의 자금을 모아왔습니다. 그래서 모자라는 부분은 우리가 지원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겠다는 거죠. 또 중앙대는 부채도 없고 적자도 없습니다. 투자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
―‘자금의 善循環(선순환) 구조’를 말씀하셨는데, 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학이 발전하려면 지속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기금을 구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돈 나올 데가 등록금밖에 없는데, 중앙대 등록금은 비교적 싼 편이에요. 갑자기 올릴 수도 없으니 수익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기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문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사실 동문들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요. 요즘 학교 분위기나 위상이 침체되다 보니 ‘학교가 나에게 해 준 게 뭐 있냐’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동문의 기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요. 동문 기금 마련이 지속적으로 될 수 있도록 훌륭한, 자랑스러운 학교를 만들어야 되겠죠. 이 밖에 기업들의 지원도 이끌어내야 하겠죠.’
―졸업생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건가요.
‘지금 재원이 풍부한 연세대나 이화여대를 보세요. 창립자나 재단이 돈 댑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학교가 기독교재단을 지원하는 형편입니다. 어떤 재단도 학교에 영원히 돈을 댈 수는 없습니다. 삼성도 성균관대에 돈 쏟아 부은 것 아닙니다. 재벌 재단은 재정자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학교가 좋아지면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합니다.’
―재벌 인수에 대한 교수나 학생들의 반감은 없던가요.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두산을 대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교직원들도 마찬가지고요. 솔직히 말하면 자본주의 논리가 어디 가나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주인없는 대학’의 몰락
―중앙대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계속 낮아지는 형편인데요.
‘재일교포 재단이 24년을 운영했는데, 이사장이 국내에 없으니까(
―중앙대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인 없는 대학’으로서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주요 단과대의 안성캠퍼스 이전이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갑작스레 안성으로만 안 갔어도 이 정도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안성은 분교치고는 너무 멀고 교통이 좋지 않습니다. 서울시내 대학의 경기권 분교라면 통학이 가능해야 하는데 안성은 교통이 많이 밀려서 요즘은 두 시간, 세 시간 이상 걸립니다. 이런 곳에 경쟁력 높은 예술대학 등 많은 단과대학을 옮겨놨으니 우수 학생들이 오겠습니까. 우리가 인수한 다음부터 서울캠퍼스 수시경쟁률은 크게 늘었지만 안성캠퍼스는 오히려 줄었어요.’
―안성캠퍼스는 곧 처분하실 생각이신가요.
‘장기적으로는 떠날 생각이지만 빨라야 5년은 걸리겠죠. 지역과의 문제가 있으니까요. 지역 상인들이 저희가 떠날 거라고 생각도 않고 학생들을 위한 오피스텔이나 음식점 등을 새로 짓게 되면 어떡합니까.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될 겁니다.’
―안성캠퍼스를 없애고 하남캠퍼스로 가는 겁니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남캠퍼스의 규모가 아직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긴 했지만요. 하남캠퍼스는 토지가 제일 문제인데, 국방부 소유인 일부 땅만 우리에게 넘어오면 바로 캠퍼스 착공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왜 하필 하남인가요.
‘하남에 재단 땅이 92.4만m2(28만평) 있고, 서울과 매우 가까운 데다 교통이 편리합니다. 지금 흑석동 캠퍼스는 너무 좁아서 거의 서울본교 역할을 나눠서 할 만한 제2캠퍼스가 필요한데, 하남이라면 적격이죠.’
―하남캠퍼스에 투자할 금액은 얼마나 됩니까.
‘아직 정확한 예산을 잡을 수가 없어요. 땅 문제도 있고 안성캠퍼스 문제도 있고. 여하튼 계획만 제대로 수립되면 최대한 투자할 계획입니다.’
―안성의 단과대학들이 하남으로 가는 건가요.
‘아닙니다. 중앙대는 단과대학 수(19개)와 학과 수(77개)가 학교 규모에 비해 너무 많아 이를 구조조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느 단과대를 축소하고 어느 단과대를 어느 캠퍼스에 배치하느냐 등의 구조조정이 하남캠퍼스 설립과 동시에 논의될 겁니다. 내년 하반기는 돼야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입학생의 10%만 졸업하는 학교
박 이사장은 중앙대를 ‘공부하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강했다. ‘입학생의 10%만 졸업해도 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중앙대의 목표는 ‘공부하는 학교’입니다. 학교 수준이 올라가려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돼요. 중앙대 앞뿐만이 아니라 어느 대학 앞을 가봐도 술집에 미용실, 커피숍뿐이지 않습니까. 홍대 앞에 가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그게 어떻게 대학가입니까. 중앙대 앞에는 서점이 단 한 개라고 하더군요. 학생이 공부를 안 하는데 학교 수준이 올라가겠습니까. 얼마 전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大(대)에 가봤어요. 캠퍼스타운에 있는 것이라고는 서점, 햄버거집, 안경점이 전부였습니다. 학교 인근 1마일 이내에는 술집 영업허가가 아예 안 난다고 하더군요. 이런 학생들과 우리 학생들이 경쟁이 되겠습니까.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교육열 하나로 이렇게 성공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국제경쟁력 추락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닮고 싶은 대학의 모델이 있나요.
‘닮고 싶다기보다는 배울 만한 곳이 있습니다. 카이스트(KAIST)를 보세요. 기숙사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공부시키면서 상대평가를 하고 낙제제도도 만드니까 금방 명문대가 됐잖아요. 어느날 카이스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학생들이 ‘고3 때가 그립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지독하게 공부를 시켰기에 그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고3 때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겁니까. 이런 학생들과 사회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또 서강대가 역사가 오래된 게 아닌데 어떻게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까. ‘서강고등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공부를 시켰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중앙대를 그렇게 만들 겁니다. 입학생들 함부로 졸업 안 시킬 겁니다. 공부 안 하면 절대 졸업 못하게 할 거예요. 무조건 상대평가하고, 낙제도 시키면서 학사관리를 하려고 합니다.’
―대학평가 10등 안에 드는 게 목표인가요.
‘지금 15위권인데, 언제 10위 안에 든다고 장담은 하기 힘듭니다. 5~6년 정도 잡고 있는데, 10년이 걸릴지도 몰라요. 돈을 투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일단 추락했던 만큼 다시 회복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 순위도 중요하지만 경쟁력 있는 졸업생들을 만드는 게 중요한 목표입니다. ‘
―경쟁력 있는 학생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학생을 뜻합니까.
‘영어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요. 多方面(다방면)에 능력이 있는 학생으로 키우겠다는 겁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 공부란 게 뭡니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장인이 되려면 경영학도 알아야 하고 공학도 알아야 하고 회계학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영어랑 자기 분야 외에는 전혀 몰라요. 제 생각엔 지금의 교양과목도 필요 없다고 봅니다. 현재의 대학 교양과목은 구청 문화센터 수준입니다. 이런 걸 대학이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두 없앨 생각입니다. 心身(심신)의 교양을 쌓는 건 스스로 해야지 왜 대학에서 해 줍니까?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대학에서 人性(인성)과 교양을 쌓는다는 건 옛날얘깁니다. 고등학생의 87%가 대학에 가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기업인들에게 ‘중앙대 애들 뽑아 놓으니 숫자는 좀 알더라’ 이런 평가 받는 게 제 목표입니다.’
―순수학문을 죽인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겠는데요.
‘물론 이런 얘기 하면 인문학과 순수과학 죽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래요. 국문학을 배워서 작가라든가 교수라든가 국문학과 관련 있는 일을 하면 괜찮아요. 그러나 국문과 졸업생 전부가 국문학 관련직업을 가질 순 없지 않습니까? 결국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가지려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고 대학 가는 것 아닙니까? 입학성적이 좀 모자라서 비인기학과 왔으면 그 학생은 좋은 데 취업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겁니까? 대학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면 앞날이 밝아질 수 있도록 해 줘야죠.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모든 학생들이 회계학과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우리 회사 프랑스지사와 독일지사에 일하는 직원들, 대부분 불어나 독어 못합니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불어 전공했다 독어 전공했다고 해서 그것만 붙들고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전공이라는 건 큰 상관이 없는 거예요. 업무능력이 중요한 거죠.’
‘당신 제자 실업자 만들 거냐’ 교수들과 입씨름
―교수들의 반대가 심할 듯한데요.
‘당연하죠. 특히 인문계 교수들과 입씨름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건 당신 제자를 당신이 죽이는 것이다’라고 맞섰죠. 제자들의 등록금으로 월급 받아 놓고 그 애들 실업자 만들 거냐고요. 대부분 수긍하더군요.’
―‘중앙대 학생들 잘 키워서 두산에서 인재 뽑아 먹으려 한다’는 시선도 있던데요.
‘말도 안 됩니다. 우수 인재 키우려면 중앙대에 수천억 투자할거 10분의 1만 사용해도 훨씬 우수한 인재 다 뽑아올 수 있습니다. 중앙대 졸업하면 두산에 취직 잘된다? 이런 일도 없을 겁니다. 저는 제가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거예요. 최소한 중앙대를 졸업했다면 ‘아 이 사람은 쓸 만하구나’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제가 중앙대를 맡고 난 후부터의 학생들, 내년 입학생부터는 제가 자신 있게 기업에 ‘세일즈’를 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렇게 가르쳤으니 귀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CEO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다닐 겁니다.’
―스타 교수를 선발하는 국내 대학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지금 중앙대에는 스타 교수보다 ‘제대로 가르칠 교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서울대나 카이스트 수준으로 활동하려다가는 그야말로 ‘가랑이가 찢어질’ 형편이죠. 스타 교수 한 명 데려올 비용이면 여기에 미국 정식교사 몇 명을 체류시켜 가며 학생들에게 영어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화려한 것보다 실속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만들겠다는 박 이사장 말씀대로라면 경영학이나 회계학 분야에는 실력 있는 교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학계도 부익부 빈익빈이더라고요. 경영학과의 유능한 교수를 찾으려면 이미 동이 나 버린 상태입니다. 좋은 교수를 찾아내고 스카우트하는 데도 신경을 써서 투자할 생각입니다.’
대학 구조조정 시작할 터
―기업인 출신이라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이라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는데요.
‘구조조정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현재 중앙대에 19개 단과대학과 77개 학과가 있는데 이건 서울에서 서울대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에요. 지방국립대 수준이죠. 어떻게든 축소할 겁니다. 많아야 11~12개 단과대로 줄일 생각입니다.’
―특정 학과에 대한 지원이나 폐지 계획이 있습니까.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음악대학 같은 경우 예전에는 수준급이었는데 지금은 바닥권이에요. 어떻게 살려내야 할지 궁리 중입니다. 이런 식으로 각 과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에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부터 시작하실 계획입니까.
‘총장 직선제와 교직원 업적평가제는 바로 실시하게 됩니다.
―교직원 연봉제도 실시하신다면서요.
‘지금의 호봉제는 엄청나게 폐쇄적인 구조입니다. 당연히 연봉제, 업적평가제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연말 성과급도 도입하고요. 이미 규정을 다 바꿔놨습니다. 외국 대학의 업적평가 방식도 참고했습니다. 어차피 금방 자리 잡을 걸로 기대하진 않습니다. 두산그룹에서도 해 본 일이지만 아마 몇 년은 걸려야 하겠죠.’
―교직원 연봉제, 업적평가제는 국내 대학으로서는 획기적인 일 아닙니까.
‘제대로 된 이름 있는 대학으로서는 우리가 아마 처음일 겁니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한 획을 긋고 싶어요. 중앙대는 이것 외에도 개혁할 게 너무 많습니다.’
―기업과는 생리가 달라서 답답할 수도 있겠는데요.
‘기업에서 연봉제 실시하려면 한 달이면 끝납니다. 그런데 지금 취임 100일이 되도록 실행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원래 성질이 급하지 않습니까. 근데 기업과 학교는 얼마나 다른지 제가 요즘 道(도)를 닦는 심정입니다.’
―이사장은 학사보다 경영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은 없던가요.
‘물론 그런 지적이 있죠. 지금까지 대학은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어요. 이사장이 직접 교육부 기자들도 만나고 앞에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케이스는 제가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혁은 꼭 하고 싶어요. 학교 하나 개혁 못하면 어디는 개혁할 수 있겠어요? 지금은 총장 및 교수들도 저와 손발이 착착 맞아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전권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굴러온 돌이 박혀 있던 돌 뺀다는 인식도 있을 수 있는데요.
‘주인 없던 집에 주인이 생겼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학생들과도 인터넷으로 자주 대화를 하는데, 모두들 새 재단에 대해 반가워하고 기대감이 큽니다. ‘
3不정책은 폐지돼야
―교육계에 들어와 보니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다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제발 그냥 내버려 두라’고 사정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학교에 대해 무슨 규제가 그렇게 많은지, 기업에 대한 규제는 규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3不(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 정책이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대학들이 주장하는데요.
‘3不정책은 당연히 폐지돼야 합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말살하는, 아주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기여입학제를 왜 금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비리그에도 기여입학제가 있습니다. 받아서 투명하게 쓰면 될 것 아닙니까?’
―사립학교법이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십니까.
‘모든 걸 투명하게 하면 별 불만은 없어요. 단, 대학평의회에 학생들이 포함되는 건 좀 재고했으면 합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왜 대학 경영에 대해 간섭을 하려 합니까? 등록금이 너무 비싸니 합리적으로 논의해 보자 이런 문제라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왜 학생들이 학교 경영에 대해 시시콜콜 알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돼요. 예전에 사학들이 너무 방만하고 불투명한 경영을 하다 보니 이런 법이 생긴 듯한데 좀 오버스럽다는 느낌입니다. 학생들이 평의회에 와서 국감에서 국회의원이 소리치듯 학교 경영진을 나무랍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 점은 분명히 시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두산그룹 ‘동생이 잘하고 있다’
박 이사장이 중앙대 이사장으로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를 ‘두산그룹 회장’으로 여긴다. 두산그룹에는 3명의 회장(
‘요즘 저에겐 중앙대가 최우선입니다. 그룹은 YM(박용만 회장)이 잘하고 있으니까요. YH(
―두산그룹의 M&A가 많아지면서 기업이 불안하다는 시선도 있습니다만.
‘낭설일 뿐입니다. 중앙대도 1200억원 들인 게 전부고, 무리한 M&A도 안 합니다. 이젠 쓸데없는 루머에는 눈도 깜짝 안 할 정도로 내공이 생겼어요.’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중앙대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의 마지막 멘트는 이랬다.
‘제가 내년이면 칠순입니다. 이제 여생을 중앙대 살리기에 전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