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캠퍼스 추진 중앙대 "이전 안 한다고 못해"
원룸 매물도 나와… 시민대책위 "반대 운동 본격화"
"추석 내내 중앙대(안성 캠퍼스) 이전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원룸 일부는 벌써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안성시 대덕면 내리 양철규 이장은 "중앙대 안성캠퍼스 이전 소식 때문에 당장 마을이 공동화(空洞化)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 이장이 사는 내리는 근처에 중앙대 안성캠퍼스가 생긴 뒤 약 10년간 안성시가 총 192억원을 들여 토지구획정리작업을 하고 도로를 내 '대학인 마을'로 조성한 곳이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4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원룸수십 채가 밀집해 있다. 모두 중앙대 안성캠퍼스 학생들이 자취하는 곳이다.
양 이장은 "원룸 소유주는 외지인들이 많지만 주민 대다수가 식당, 가게 등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가 처음 안성에 왔을 때는 안성 시민들의 양보로 거저 줍다시피 싼 가격에 땅을 사들였는데 하남으로 이전해 간다는 계획을 검토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교육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신의와 도덕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안성시 대덕면 내리 중앙대 안성캠퍼스. 1980년 개교한 안성캠퍼스에는 현재 9개 단과대학 37개 학과(학부)가 있으며 학생, 교직원 등 총 1만 명 가까운 사람이 머물고 있다. /안성시 제공
현재 서울 흑석동(제1캠퍼스)과 경기도 안성(제2캠퍼스)에 학교를 가지고 있는 중앙대는 지난해 경기도·하남시와 함께 하남에 있는 미군기지(캠프 콜번) 부지 28만㎡에 '하남 캠퍼스'를 짓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앙대는 당초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제3캠퍼스를 짓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배정된 부지가 7만㎡ 내외로 너무 작아 계획을 포기하고 서울 송파구와 붙어 있는 하남을 선택했다. 중앙대의 한 관계자는 "캠프 콜번 바로 옆에 중앙대가 수십 년 전 사둔 땅이 있다"며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땅도 캠퍼스로 함께 활용될 경우 캠퍼스가 상당한 규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똥은 약 30년이 된 안성캠퍼스로 튀었다. 하남 캠퍼스 설치에 따라 안성캠퍼스를 매각하는 안이 급부상한 것. 중앙대 재단의 주인이 교육·자선사업가인 김희수 이사장(재일교포 기업가)에서 두산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안성 캠퍼스 철수' 방침이 굳어져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16일 전화통화에서 "새 이사장의 의지나 학교의 분위기로 보면 큰 흐름은 그리(철수)로 가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하남 캠퍼스 설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안성시의 입장도 있고 해서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황윤원 부총장도 지난 12일 안성 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중앙대 안성캠퍼스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가가 학교의 선택기준이 되고 있다"며 "안성캠퍼스를 옮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대는 2003년부터 작년까지 학과 통폐합,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미 안성캠퍼스의 7개 학과(학부)를 서울 캠퍼스로 옮겨간 상태다.
- ▲ 지난 9일 안성시청에서‘중앙대 안성캠퍼스 이전 대책 시민회의’가 열려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안성시 제공
◆학생들은 이전 찬반투표
이미 캠퍼스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안성지역 사회단체들은 중앙대가 사실상 이전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하겠다는 태세다. 이들은 중앙대 이전 당시 군유지(당시는 시 승격이전) 매각 등 중앙대에 대한 각종 지원 내역을 모으는 등 이전 반대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안성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각종 사업으로 경기도와 안성시가 중앙대에 지원한 돈은 창업보육센터 건립보조금 등 총 18억3000원(경기도 14억7000만원, 안성시 3억6000만원)이다.
속이 타는 시민들과 달리 중앙대 안성캠퍼스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캠퍼스가 하남으로 이전하더라도 졸업 이후가 되기 때문이다. 재학생 박모(22)씨는"안성보다는 하남이 지리적인 이점이 있지 않으냐"며 "경희대 등 다른 대학과 비교해 본다면 학교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23일부터 이틀간 하남 캠퍼스 이전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