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담한 대학 경쟁력 정상화 계기 될까 |
중앙대가 지난 5월 두산그룹 인수 3개월여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박용성 신임 이사장이 엊그제 700여 교수에게 총장 직선제 폐지, 교수 연봉제 도입, 학과 구조조정, 릴레이 장학금제 등 갖가지 개혁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실행력 강화, 선택과 집중, 선순환 구조 확립이란 실행전략도 내놓았다. 이로써 후진적 경쟁력에 허덕이는 대학가에 신선한 변화가 일지 관심이 간다.
총장 직선제는 더 이상 민주화 산물이 아니다. 현재 200여 대학 가운데 60여 곳에서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나 그 폐단은 이미 드러났다. 교수 파벌 싸움의 온상이 되면서 교직원 및 학생 대표까지 참여하는 ‘골목대장 투표’로 전락했다. 어느 퇴임 총장은 “교수들에게 밥 사주고, 눈치 보고, 당선 후엔 보직을 나눠주는 데 환멸을 느꼈다”고 토로할 정도다.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는 이를 일찍이 간파해 지난 97년 임명제로 전환, 일류대 반열에 올랐고 총장 직선제로 홍역을 치른 고려대는 간선제로 전환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도 법인화 법안이 통과되면 직선제가 폐지된다. 교수 비위나 맞추는 총장으로 대학 일류화는 요원하다. 지금은 경영능력이 뛰어난 CEO 총장을 요구하는 시대다.
성과와 역량 중심의 교수 연봉제 등은 대학 경쟁력 확보의 요체다. ‘한번 교수이면 영원한 교수’라는 호봉제로는 세계 40위 대학경쟁력 순위(스위스 IMD의 55개국 평가)를 더 이상 끌어올릴 수 없다. 더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실적이 많은 교수에게 혜택을 주는 연봉제 도입은 당연하다. 국내 최고라는 KAIST의 테뉴어(정년 보장) 심사는 작년 42%, 올해 24%를 탈락시켰다. 교수 경쟁력은 학생 및 학교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백화점 식 학문단위는 교수 밥그릇 나누기나 다름없다.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하는 국가적 낭비이기도 하다. 사회 변화에 따른 학과 및 학부, 단과대학 구조개편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교수 철밥통을 깨기 위해서라도 당장 시행해야 한다.
중앙대 개혁에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학교와 교수, 학생이 모두 사는 길인가는 자명하다. 특정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박 이사장 지적처럼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대학 개혁에 나서 중앙대가 대학 정상화의 모범을 보이기 바란다. 확고한 원칙을 갖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밀고나가야 할 것이다.